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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16> 파출소 앞에서 연극을 팝니다

돈벌이로 전락한 호객행위, 관객의 선택권 방해한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4 19:02:3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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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생들 돈 더받으려 홍보 혈안
- 몇 년째 남포동거리서 불법 기승
- 예술가치 해치는 행동 근절해야

주말을 맞은 남포동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불볕더위를 무릅쓴 인파 속에는 여행객뿐 아니라 수상한 이들도 보인다. 무언가 홍보하는 것 같은데 주황색 조끼를 입은 모양새가 어디서 본 듯하다. 대학로에서 호객행위 근절을 위해 활동하던 ‘대학로 클린팀’을 닮았다. 그런데 아뿔싸, 남포동에 위치한 소극장의 연극 호객꾼들이다.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연극 호객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사실 저들을 남포동 거리에서 마주친 건 이미 몇 년 되었다. 공공연하게 호객하면서 그러지 않아도 열악한 부산공연예술계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싸우지 않았던 건 더 중요한 사안들, 즉 예술로서 연극의 역할과 판에 대해 고민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지 해롭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모른 척하기에 이제는 좀 넘친다 싶다.

연극의 메카로 알려진 서울의 대학로가 호객행위로 몸살을 앓은 지 아주 오래됐다. 1990년대 초부터 저질 노출 연극이 기승을 부리면서 나타난 이른바 ‘삐끼’들은 지금도 골칫거리다. 1996년 즈음 언론에 이 문제가 노출되면서 호객행위는 대학로의 건강한 공연문화를 저해하는 주요 문제로 부각됐고 2012년에는 연극인들 주축으로 불법 호객행위 근절을 위한 공연법 개정 청원 서명운동을 펼쳤다. 이후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선정해 조례를 만들고 예술계 안팎의 논의와 문제 제기로 2014년에는 당시 문체부 장관까지 나서 “공연장 환경을 더 열악하게 하는 삐끼(호객원)를 근절하기로 했다.” (한국경제 2014년 11월 2일 자)

2016년부터는 경찰이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대학로 인근 호객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역 경찰로 구성된 ‘대학로 전담 클린팀’을 3년째 운영한다. 이후 구청까지 힘을 합쳐 2017년부터 대학로 불법 호객을 막는 ‘대학로 공연질서지킴이’를 운영한다. 서울 종로구에 정식으로 채용된 인력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허술한 지역인 부산에서는 아예 대놓고 판을 벌인다. 파출소 앞 30m도 안 된 지점에 가판대를 설치한 것은 물론 광복로 전역에 목 좋은 곳을 골라 네 군데 이상 가판대를 두고 오가는 행인에게 홍보를 빌미로 호객행위를 한다.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이 연극인인 줄 아는 이들이 관객 중 꽤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부산에 연극이 어디서 하는지 알기 어려운데 거리홍보가 무엇이 그리 큰 문제냐고 질문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연극인이 아니라 알바생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기본급 없이 인센티브로만 수당을 받는 형식인데 대략 최소 25~36%이며 알바몬이나 구직 사이트에는 ‘ 최저시급+인센티브’라는 식으로 올린다고 한다. 이들이 얼마를 버는지 따져봤더니 3만 원짜리 티켓을 한 장 팔면 최소 7500원에서 최대 1만800원을 받는 꼴이다. 이들이 호객에 혈안이 될 구조를 가진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 돈을 벌기 위해, 공연의 질적 수준이나 예술적 가치는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다.

공연 호객행위의 위해성과 호객행위 단속의 당위성에 대해 굳이 설명이 더 필요할까. 엄연히 불법이며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설명이 더 필요하다면 예를 들어보자. 내 아이나 부모님과 함께, 또는 연인과 모처럼 식사할 곳을 찾는다 하자. 할인을 내세우며 전단을 뿌려대는 식당을 찾을 것인가. 아니라고 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왜? 그런 집은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맛을 속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고민한 연극은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얼마가 됐든 그 가치를 아는 관객이 알아서 찾기를 기다린다. 예술활동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걸 예술가들은 진작 알고 있다. 호객행위를 통해 공연을 파는 이들은 남는 장사에 관심이 크다. 어떤 연극을 볼지는 관객의 선택이다. 불법호객행위는 속임수로 선택권을 방해하는 일이다.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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