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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6> 신인 장세경 감독의 첫 장편영화를 보는 방법

극장 대신 상영회로 관객을 초대한 감독… 다른 방식의 길도 있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7 18: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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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친아에서 독립영화계 투신
- 어릴 적 꿈 찾아 데뷔한 늦깎이
- 부산의 스타 김일두·김새벽 주연
- 영화 ‘리얼 버라이어티 쇼’ 완성


- 배급을 위한 돈도, 정보도 없어

- 직접 포스터 만들고 일일이 홍보

- 많은 관객이 그의 노고 알아주길


낡은 책들 위로 강렬한 햇볕이 쏟아지는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가운데 위치한, 커피 잘하기로 소문난 카페 인앤빈에서 영화감독 장세경을 만났다. 부산지역 유일한 배급사 씨네소파에 들러 배급에 대한 조언을 듣고 오는 길이라 했다. 일찍이 미국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는 “불효를 하고 싶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라고 전 세계 불효자 꿈나무들에게 몹시 유용한 꿀팁을 남긴 적이 있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자력으로 개봉”하기로 한 장세경 감독이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한 카페에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4년제 대학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엘리트 대접을 받던 89학번,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법무팀에서 일하던 흔한 ‘엄마 친구 아들’이던 장세경 감독은 어느 날 문득, 중학생 때부터 수업 마치면 혼자 극장에 가서 챙겨 보던 영화를 직접 만들겠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독립영화제작 워크숍에 참가하며 독립영화계에 투신하여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힙스터 꿈나무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되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인지 물으니, 막연히 법을 공부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변호사가 돼 나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공부해보니 재미도 없고 적성에도 안 맞았다고 한다. 어쩌면 커트 보네거트가 장세경 감독을 알았다면 전 세계 부모님들을 위해 한 줄 덧붙였을지도 모른다. “만약 자식이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장세경 감독의 첫 장편영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한 장면.
단편 세 편을 만든 뒤, 처음 도전한 장편영화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2016년 인디포럼 신작전에 선정돼 처음 관객을 만났다. 막 교도소를 출소해 삶의 좌표를 잃고 방황하던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디는 이야기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는 제목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주인공이 자취방에서 TV로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항상 켜놓지만, 정작 보지는 않는다. 그저 적막을 피하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 살아가는 삶이 TV 프로그램보다 더 리얼하고 버라이어티한 쇼가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 주인공으로는 부산의 ‘중구 천재’ 가수 김일두와 활발한 활동으로 독립영화계 스타로 팬덤을 이끄는 김새벽이 출연한다.

특히 주인공 김일두는 유일하게 대형차량 운전이 가능했기에 촬영 기간 내내, 배우와 스태프를 픽업하고, 로케이션 장소로 이동하고, 배우들을 즉석에서 캐스팅하고, 모두 귀가시킨 다음 맨 마지막으로 귀가했다. 주연배우를 이렇게 부려먹어도 되냐고 아직도 꾸준히 항의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감독의 준비 부족이었다고 자책하던 장세경 감독은 취재하러 온 내게도 포스터 한 묶음을 건네며 포스터 부착을 부탁했다.

미안함과 정중함이 뒤섞인 장세경 감독의 눈을 보면 어쩐지 거절할 수가 없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해야 할까. 스타 캐스팅에 성공했지만, 배급의 길은 녹록지 않았다. 생소한 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고, 자금이 있어야 했고, 지원이 필요했다. 여기저기서 아무도 모르게 지금도 만들어지는 수많은 독립영화 중 극소수 작품만 배급이 성사되고, 상영관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다. 꼭 배급이 필요한가? 다른 방식으로는 관객을 만날 길이 과연 없을까? 고민 끝에 직접 포스터를 제작하고 상영회를 기획했다. 오는 8월 19일 일요일 오후 2시 부산 중구 40계단문화관 3층에서 첫 상영회를 연다. 상영 후 감독·배우와 대화 시간도 마련한다. 입장료는 2000원이다. 애초 무료로 공개하고 싶었지만, 주변의 만류로 고심 끝에 책정한 역시 애매한 입장료다. 그간의 숨은 노고를 생각하면 그래도 3000원은 받아야 되는 게 아닐까?

   
카톡 아이디 reva819 또는 이메일 giuseppe23@hanmail.net로 신청하면 입금계좌를 보내준다고 한다. 50석 한정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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