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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뉴욕엔 노숙자도 마음껏 책 볼 수 있는 서점이 있다 /정광모

다녀왔습니다 뉴욕 독립서점 - 안유정 지음/왓어북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3 19:12:2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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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어린이·해외문학 등 주제 갖춘
- 개성만점 독립서점엔 사람들로 북적
- 매일 밤 낭독회 워크숍 토론도 열려
- 부산에도 생겨 문화이해 깊어졌으면

뉴욕은 현대 문화의 저수지다. 이 저수지에선 맑은 물이 흘러나와 문학과 미술과 춤 같은 문화가 활짝 꽃을 피워 세계로 뻗어가도록 도와준다. 그런 저수지를 채우는 샘물은 어디서 흘러나올까? 혹시 독립서점은 아닐까?

저자가 뉴욕에서 만난 한 독립서점. 개성 가득한 뉴욕의 독립서점들은 생기발랄한 뉴욕 문화의 자양분이 아닐까. 왓어북 제공
책이 소개하는 독립서점은 개성 가득한 장점이 돋보인다. 맨해튼 ‘블루스타킹스’는 손님에게 억압에 저항하라고 부추기는 서점이다. 페미니즘을 넘어 진보정치, 사회운동, 퀴어, 인종문제, 반(反) 자본주의 등을 주제로 하는 책과 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서점에 들어서면 평대에 깔린 투쟁, 저항 단어가 붙은 책이 눈에 들어온다. 이 서점에는 거의 매일 밤 낭독회, 워크숍, 공연, 토론, 영화 상영 등이 열린다. ‘우린 이런 책방이야’를 표방하며 ‘소수의 독자층’과 ‘충성도 높은 단골’ 고객에 집중한다.

뉴욕 노리타에는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독립서점 ‘맥낼리 잭슨’ 이 있다. 지상층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문학 서가가 인상적이다. 미국 독자가 해외 문학을 잘 읽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배짱 있는 전시다. 이곳의 약 5만5000권 도서 중 독일, 스페인, 한국, 일본, 러시아 등 해외 문학이 무려 8000권 이상을 차지한다. 서점 카페 옆에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이 있다. 주문받아 한 번에 하나의 책만 빠르게 만드는 책 기계다. 주인이 2011년 무려 10만 달러를 주고 구입했는데 2017년 여름까지 약 7만 2000권의 책을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희귀본과 절판 책 복제를 위한 희망 기계다.

몇 년 전 뉴욕에 갔다가 어떤 책방에 들어갔다. 분위기가 편안하고 테이블이 많았는데 웬 노숙자가 책을 열 권쯤 쌓아놓고 읽고 있었다. 놀란 건 아무도 노숙자보고 뭐라 말하지 않았고 노숙자 역시 자기 집처럼 책을 읽다가 나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책방이 이 책에도 소개돼 있다. ‘하우징 웍스 북스토어 앤 카페’다. 1990년 에이즈 환자와 노숙자를 돕기 위한 커뮤니티로 만들어졌다. 비영리 단체로, 책은 기부받아 파는데 직원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다. 조직을 작게 운영하고 꼭 필요한 금액만 지출해 2016년 매출이 25억 원에 달하며 수익은 노숙인을 위한 주택 사업과 의료 서비스 단체에 기부했다. 서점 계단 난간에는 후원자들 이름이 잔뜩 있다. 그야말로 초심을 잃지 않는 모범 서점이 아닐까 싶다.

여러 특색 있는 독립서점 중 전 세계 요리책이 모여 있는 ‘보니 슬롯닉 쿡북스’를 가 보자. 주인은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중고 요리책을 사 모았다. 그러다 조그맣게 헌책방을 열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둔 후 서점에 전념하게 된다. 서점 중앙 테이블에는 반짝이는 주방용품이 전시돼 있고 그 옆에 채소 요리와 디저트에 관한 책이 있으며 바구니 안에 피크닉에 어울리는 요리책이 들어 있다. 때로 책과 관련한 시식 행사도 연다.
뉴욕 독립서점에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어린이 전문 서점이 있는가 하면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연기자를 위한 전문 서점도 있다. 이 서점은 8000편에 달하는 희곡을 보유했으며 ‘무명 생활을 견디기 위해 매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생존 기법을 전수하는 무료 워크숍도 연다. 이 책은 일본 만화로 가득 찬 서점도 소개한다.

이렇게 다종다양한 개성 만점 서점이 많다니! 독립서점은 자원봉사자와 책 큐레이션과 지역 커뮤니티가 핵심이다. 뉴욕의 생기발랄한 문화는 이런 독립 서점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게 틀림없다. 임대료 높기로 악명 높은 뉴욕에서 독립서점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책 읽는 사람이 날로 줄어든다지만 뉴욕 독립서점을 뒷받침하는 독서 인구가 방대함을 반증하는 건 아닐까? 부산의 독서 인구는 얼마나 될까? 중고등학생 시절 책은 입시를 위한 무기며 대학생 때는 취업 도구이고 사회에 나오면 격무와 피곤에 절어 책을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 인구 350만 도시인 부산은 인터넷서점 등에 밀려 색깔 있는 독립서점은 손가락 안에 꼽히며 겨우 싹을 틔우는 형편이다. 그 때문에 부산 문화 깊이가 얕다면 과장일까? 주민이 북적대고 다양한 모임이 열리는 독립서점이 마을마다 생겨나기를 고대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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