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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15> 안내자가 필요한 예술교육

아이들의 예술 체험, ‘어떻게 안내하느냐’에 달렸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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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31 19:06:3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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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술관에 갔다. 올해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 오픈 전시를 보고 싶었다. 다른 분야 예술을 경험하는 것은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과 같아 시간을 내어 틈틈이 찾는 편이다. 건물의 외관(작가 패트릭 블랑의 작품 ‘수직정원’)이 예뻐서인지 일요일 오후에 미술관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몰두하는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니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 관람객이 많아 어린이도 눈에 많이 띈다. 관람객과 친화적인 미술관이 되기 위해 고민했다는 취지에도 어울린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어린이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가족이 미술관에서 휴일을 즐기는 모습은 흐뭇한 광경이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를 이동할 때 뛰어다니거나 전시물을 보호하는 가이드라인을 만지거나 선을 넘어서는 아이들, 이를 방치하는 일부 어른과 함께 전시를 온전히 감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이날 관람은 온전히 끝내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아이들이 뛰는 것은 본능이다. 그래서 본능이니 절제할 수 없는 걸까. 아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지혜로워 좋은 안내자를 만나면 스스로 질서를 터득하고 규칙을 만든다. 아이들과 연극을 매개로 수업을 하면 종종 신비로운 체험을 할 때가 있다. 열린 구조로 오브제와 이야기를 탐색하다 보면 내 머릿속 계획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근사한 결말을 아이들이 만들어낸다. 아직 강의 경험이 부족하던 때 주로 했던 실수 중 하나가 내가 짠 계획을 완벽히 지켜내려 했던 것이다. 그때의 계획은 서식으로만 보자면 모범적인 전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수가 포함되지 않은 폐쇄적인 구조여서 아이들의 가변성과 부딪히면 곤욕을 치르고 결국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을 믿게 되었다. 가능성 몇 개만 마음속에 준비하고 아이들을 따라가면 된다. 단, ‘어떻게 안내하느냐’에 달렸다.

예를 들어 커다란 파란 천을 바닥에 깐다. 아이들은 곧장 천 안으로 들어와 장난치고 싶어 안달이다. 아이들이 소란스러워 지면 내 목소리와 태도는 오히려 아주 작아지면 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을 본다. 그러면 이야기를 꺼내 본다. 이 파란 천으로 우리가 무얼 만들까. 어떻게 놀면 될까. 아이들 뇌가 몹시 바쁘게 움직이며 불규칙하게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낸다. 그럼 한 가지씩 챙겨서 놀면 끝이다. 아이들 모두 파란 천 하나로 바다를 건너고 숲속을 걷고 눈보라를 헤치고 동굴을 통과하고 김밥도 만들어 먹는다. 뛰는 것이 본능인 아이들이 서로 먼저 하려고 아우성이라면? 더 잘 놀려면 가끔은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빠르다는 걸 안내하면 이내 규칙을 제 것으로 만든다.
몇 해 전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풍경이 생각난다. 유치원생 정도 아이들이 선생님과 조각 작품 앞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묻고 말하고 있었다. 가족과 온 아이도 뛰어다니는 건 고사하고 진지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행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 많이 와본 본새다.

   
교육은 일종의 훈련이다. 가르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할 기회와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 세대뿐 아니라 지금 어린이나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조차 교육을 통해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 예술을 체험한 기회가 얼마나 될까. 단체 영화 관람 또는 박물관이나 기념관 견학 정도 아닌가. 그러니 내 아이만큼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망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예술을 어떻게 대할지 아이를 안내할 힘은 약해 보인다. 부모도 교육자도 훈련이 필요하다. 질문과 대화를 나눌 좋은 안내자로서 훈련.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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