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대장 하현우·윤도현·이홍기
- 공연 라이브영상 SNS에 올려
- 조회수에 따라 경비 받아 여행
- 멋진 풍광 배경·폭발하는 고음
-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현우와 윤도현이 여행을 떠났다. 터키에서 그리스 이타카 섬까지. 여행을 떠나기 전 하현우는 카바피의 시 ‘이타카’의 몇 소절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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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윤도현(왼쪽)과 하현우가 터키에서 그리스까지 노래하며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흥미진진 로드 트립(road trip)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 tvN 홈페이지 |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두 ‘롸커’는 무작정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지마다 멋진 장소를 찾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SNS 두 군데로 라이브 영상을 올린다. 영상을 본 사람들이 ‘좋아요’를 하나 누를 때마다 제작진들로부터 1원씩 받는 여행경비.
그렇게 받은 몇만 원으로 둘은 말 그대로 기타 하나 덜렁 메고 아직은 터키를 방랑 중이다. 아직 3회 차밖에 방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그리스 이타카 섬. 2회부터는 FT아일랜드의 이홍기가 합류해 기량을 보여준다. 이들은 비행기를 타기 전 인천 바닷가에서 워너원의 ‘에너제틱’을 편곡해서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 프로그램이 대박 날 것이란 조짐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도착해서는 앙카라성의 정상에 올라 세월호 추도일에 맞춰 윤도현이 ‘너를 보내고’를 부르고, 소금호수인 투즈에서는 호수에 발을 담그고 서서 조용필의 ‘꿈’을 부른다. 음원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이들이 편곡해서 부른 ‘꿈’은 MP3 파일로 추출되어 암암리에 퍼져나갈 정도였다.
‘꿈’을 락 버전으로 부르는 걸 듣고 본 건 처음이었다. 77년생인 내겐 시조새 정도였던 조용필의 노래가 그렇게 마음 아프고 깊은 줄 처음 알게 해준 투즈호수의 윤도현과 하현우. 1회 차가 끝날 무렵 나는 그 둘의 광팬이 되었다. SNS에서 ‘이타카로 가는 길’의 동영상을 모두 찾아 좋아요를 눌러댔고, 지인을 만나면 스마트폰부터 내놓으라 한 후, 좋아요 누르기를 강요했다. 우리 현우랑 도현 오빠 밥 좀 좋은 거 먹자고. 좋아요 한 번에 1원이라는데 십시일반 그게 어딘가.
2회 차에 도착한 곳은 카파도키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자연 풍경’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2회 차를 꼭 보실 것. 스타워즈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거대한 버섯 모양 돌기둥들이 몇천 개나 구릉을 이루는 신비로운 곳이다. 카파도키아의 파샤바 계곡에서 셋은 국카스텐의 ‘붉은 밭’으로 ‘롹스피릿’을 폭발시킨다. 사랑 노래만 부른다는 편견을 받던 이홍기를 재발견하는 대목이다. 음악대장 하현우가 고음 발사하는 곡을 이홍기는 멋지게 소화한다. 이홍기가 저 정도까지? 이쯤 되면 세 출연자 모두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없는 돈 쪼개가며 밥 먹는 장면도, 허름한 숙소에서 뒤척이며 잠자는 장면도 사랑스럽다. 나는 이 원고를 마감 시간 직전에 끝내야 했다. 3회 차가 일요일 저녁 6시에 방영되었는데, 그걸 꼭 보고 원고를 쓰리라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슬아슬 마감시간에 맞춰 나는 ‘이타카로 가는 길’을 찬양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3회 차에는 괴레메 마을의 폐가에서 이홍기가 K2의 ‘그녀의 연인에게’를 불렀다. 무대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두 뮤지션의 연주에 맞춰 노래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영광이었다는 기특한 메시지도 남겼다. 어떻게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거리에서 기념품을 1리라에 파는 시리아 난민 어린이에게 터키까지 어떻게 왔냐고 묻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눈으로 묻는 윤도현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타카로 가는 길’은 요 근래 내가 본 것 중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세 롸커’의 여행길 그리고 음악, 함께 외치고 싶다.
롸캔뤄울!!!!
작가·글쓰기 강사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