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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28> 청어, 임진왜란을 알리다

조선 물고기의 기이한 대이동 … 전쟁·기근 속 축복이 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31 18:54:4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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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조선물고기’ 청어가 서해로
- 다시 중국 요동 앞바다로 이동
- 유성룡 ‘징비록’ 녹후잡기에
- 임진왜란 조짐으로 보았으나

- 17세기 전후 동아시아 소빙기 탓
- 한겨울엔 바다마저 꽁꽁 얼어붙어
- 물고기들 따뜻한 물 찾아 간 것

-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선
- ‘계갑대기근’에 굶는 수군위해
- 청어 잡아 군량미와 맞바꾸기도

돌이켜 보면, 조짐은 늘 있었다. “무인년(1578) 가을, 혜성이 하늘에 뻗쳤는데, 그 모양이 흰 비단을 편 것과 같았으며,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펼쳐져 있더니 몇 달이 지나 사라졌다. 무자년(1588), 한강의 물이 3일 동안 붉은 모습을 띠었다. 신묘년(1591), 죽산 태평원 뒤에 쓰러져 있던 돌이 저절로 일어났다. 또 통진현(通津縣)에서는 쓰러져 있던 버드나무가 다시 일어섰다. 그러자 백성들 사이에서는 ‘곧 도읍을 옮길 것이다’하는 말이 떠돌았다.” 이 모든 조짐은 하나의 사건을 향해 있었다. 그 이듬해는, ‘임진년’이었다.
임진왜란 전 동해에서 서해로 이동해 중국까지 이동했다는 ‘조선어(朝鮮魚)’는 청어였다. 그 대이동은 기후변화와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청어를 잡아 전쟁 때 군량미와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유성룡은 참혹한 전쟁을 반성하며 후세를 경계하기 위해 ‘징비록’을 저술했다. 말미에는 ‘녹후잡기’(錄後雜記)를 두어 임진왜란에 대한 자신의 단상들을 남겼다. 그 첫머리가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의 다양한 조짐들이었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징조가 있었다. 이야기는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

■조선 물고기의 기이한 이동

청어의 이동이 기록된 유성룡 ‘징비록’의 ‘녹후잡기’.
‘또 동해에서 나던 물고기가 서해에서 나더니, 점차로 한강에까지 이르렀다. 해주는 본래 청어가 났는데, 최근 10여 년 동안 전혀 잡히지 않았는데, 홀연히 요동의 바다로 이동하여 났다. 요동사람들이 그것을 ‘새로운 물고기(新魚)’라고 불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동해의 물고기가 서해로 이동해오더니 한강까지 거슬러 갔으며, 해주에서 나던 청어가 중국의 요동 앞바다로 이동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물고기였기에, 그곳사람들이 청어에게 ‘새로운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몇 해 뒤에 이수광도 비슷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청어는 매년 봄마다 우리나라 서남해에서 많이 났다. 선조임금 경오년(1570) 이후부터 전혀 잡히지 않았다. 듣자하니 중국의 청주(靑州)지역에서 많이 난다고 한다”고 했다. 유성룡과 이수광의 기록은 일치한다. 동해의 물고기가 서해로 이동하고, 서해에서 나던 청어는 중국의 산동과 요동 바다로 옮아갔던 것이다.

물고기의 이동이라니? 특히 청어라는 물고기가 중국의 바다로 이동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에는 청어가 나지 않았단 말인가? 사실, ‘청어(靑魚)’ 혹은 이것을 줄인 ‘청(鯖)’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유래한다. 전한(前漢) 때에 등장하는 ‘오후청(五侯鯖)’의 고사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때의 ‘청어’는 중국의 강과 호수에 널리 분포하면서, 크게는 150㎝까지 자라는 민물고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청어(herring)는 중국에 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는 ‘청어(herring)’를 가리키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16세기 후반에 홀연히 나타난 청어는 중국인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낯선’ 이 물고기의 이동에 당황했던 것은 중국인만이 아니었다. 숙종 44년(1718) 겨울, 사은부사(謝恩副使)로 북경을 찾았던 이관명은 중국의 식탁에 올라온 ‘낯익은’ 물고기를 보고 감회에 젖어 다음 같이 술회했다.

‘청어는 우리나라 물고기이다. 이곳에서는 본래 그것이 없었다. 수십 년 이래로 이곳에서도 많이 잡혔다. 이곳 사람들이 처음에 그 이름을 알지 못해서 ‘조선 물고기(朝鮮魚)’라고 했다.‘

이관명의 당혹감은 분명하다. 조선 전기에는 겨울철에 북경으로 사행을 갈 때, ‘청어’를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청어를 가지고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청어가 중국에서도 풍부하게 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관명은 청어를 ‘우리나라 물고기’라고 하면서, 우리 바다에서 넘어왔기에 이름을 알지 못했던 중국인들도 ‘조선 물고기’라고 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은 산동과 요동의 바다에 몰려드는 낯선 물고기를 ‘새로운 물고기’, 혹은 ‘조선 물고기’라고 했다가, 민물청어와 구분하기 위해 ‘바다청어(海靑魚)’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마침내는 ‘청어’라는 우리물고기 이름을 받아들였다. ‘요재지이’(聊齋志異)로 유명한 포송령(蒲松齡)은 ‘청어행(靑魚行)’이란 시를 지어 그 풍성함을 노래했다. 강희 11년(1672) 산동성 내양(萊陽) 출신인 송완(宋琓)은 쓰촨(四川)으로 부임해 가면서 고향의 물고기 맛을 그리워했다.

‘청어는 길이가 한 자가 되지 않는데 등이 푸르고 뺨은 붉다 … 시장에 막 나오면 가격이 자못 높아도 곧바로 다 팔리는데 10전이 채 되지 않는다. 바닷가 사람들이 이것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는데, 이를 ‘청어죽’이라고 했다.’

송완의 이 말은 우리에게도 꽤 알려져 있다. 이덕무가 인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것을 조선시대의 기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덕무는 “송완은 내양사람이다. 내양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곳에서 나는 청어도 우리나라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황해라는 바다가 하나의 물고기를 서로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전쟁 사이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다. 왜 청어는 이동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분명하다. 지구적인 환경변화, 바로 소빙기(Little Ice Age)의 기후변동 때문이다. 15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지속되었던 동아시아의 소빙기는 17세기를 전후하여 그 절정을 이루었다. 당시의 평균기온은 오늘날에 비해 1.5~2도 정도 낮았다. 한겨울이면 네덜란드의 운하, 영국의 템즈 강, 중국 아열대의 강과 호수들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럽의 발트 해는 물론이고 우리의 동해마저도 여러 차례 결빙됐다. 차가워진 바다 수온으로 물고기들은 좀 더 따뜻한 남쪽바다로 이동해야 했다. 강한 리만 한류를 타고 동해 바다의 물고기들이 서해 바다로 유입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발트 해의 청어는 보다 일찍부터 북해로 이동했으며, 일본 홋카이도의 청어도 남하하여 혼슈 동북지역에까지 출현했다. 이런 변화는 세계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

소빙기의 기후변동은 임진왜란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쟁이 시작된 다음해부터 이른바 ‘계갑대기근(1593~1594)’이 조선을 덮쳤다. 절대적인 식량부족으로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참혹한 참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전쟁은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곡물확보가 군사동원보다 더 중요해졌다. 우리바다를 지키는 조선 수군에게도 이 문제는 빗겨가지 않았다. 다행히 통제사 이순신에게는 한 가지 해결책이 있었다. 바로 청어였다. 대기근의 끝자락인 을미년(1595)부터 청어를 잡아 군량을 확보하는 방책을 세웠다. ‘난중일기’에는 그해 11월에 “이날 저녁 청어 1만3240 두름을 곡식과 바꾸려고 이종호가 받아갔으며,” 12월에는 “황득중과 오수 등이 청어 7000여 두름을 싣고 왔기에 김희방의 무곡선(貿穀船)에 계산하여 주었다”고 했다. 청어는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이 군량미를 확보하는 중요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하나의 물고기가 빚어낸 이야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의 이동이 거대한 전쟁의 조짐이 되었던 그 때에, 지구 건너편 유럽 모퉁이의 작은 한 나라가 17세기의 위대한 역사를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도 청어라는 물고기가 있었다.

김문기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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