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세움의 눕혀진 돌기둥
-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까지
- 지하철 다니는 도심 속 위치한
- 엄청난 세월의 로마 문화유적들
- 수많은 관광객 다녀가지만
- 철저하고 엄격하게 지켜져와
- 근대 건축물 풍부한 부산도
- 좋은 관광도시 되려면 노력해야
로마 여행객들에게 교통의 요충인 테르미니역에서 메트로(도시철도) B호선을 타고 두 정거장 가자 콜로세오역이었다. 콜로세오역이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얘기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에 내린다 해서 범어사가 눈앞에 있는 게 아니고(한참 걷거나 버스를 타고 꽤 가야 한다), 부산대역에 닿았다 해서 부산대 교문 안으로 곧장 들어설 수 있는 게 아니(한참 걷거나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라는 감각으로 좀 걸을 생각을 했다. 이 도시는 그게 아니었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눈앞에, 콜로세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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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시내 콜로세움에서 내려다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왼쪽)과 옛 로마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팔라티노 언덕의 전경. |
중국 시안에서 진시황 병마용의 무시무시한 규모에 질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감성이 무뎌진 탓인지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 느낀 감흥은 엄청난 규모나 길고 긴 세월에서 오는 압도감과는 조금 달랐다. 이런 순간은 있었다. 콜로세움 관광객 가이드의 설명을 엿들은 바로는 이랬다. “콜로세움 건물은 이곳에 풍부했던 대리석으로 만들었지만, 이런 장식용 기둥들은 당시 이집트에서 실어온 화강암입니다.” 그러면서 가이드는 나와 다른 관광객이 쉬느라 무심히 걸터앉아 있던, 눕혀진 돌기둥을 가리켰다. “이런! 2000년 전 이집트 돌기둥에 앉아있었구나” 싶었다.
콜로세움의 2층에서 내려다보니 곁에 장엄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있었다. 나폴레옹이 파리에 개선문을 세울 때 참고했다는 그 고대 개선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함께 보니 경주나 시안, 교토 같은 문화재 도시에서 느낀 감흥과 다소 다른 이 느낌의 실마리가 왔다. 어느 정도 그 ‘스토리’가 익숙한 한·중·일 문화재와 달리 그 사연이 낯선 로마의 엄청난 규모, 엄청난 세월의 문화재 앞에서는 ‘수학적 아름다움’ 같은 것이 먼저 왔다.
지금보다 기술이든 공학이든 에너지든 낫지 않았을 그 시대에 이런 걸 짓다니! 이렇게 뛰어나고 아름답게! 적어도 자신들이 다루는 재료·대상·계획에 관한 수학적·분석적 이해만큼은 완전에 가까웠다는 뜻인데 그렇게 일찍 그런 수준에 닿은 사회·정치·기술적 바탕과 실행력에 놀라움 섞인 궁금증이 밀려왔다. 그렇게 콜로세움에서 시작한 로마 도심 여행은 바로 곁 문화유적 팔라티노 언덕과 포로 로마노로 이어졌다.
여름휴가를 맞아 찾아간 로마는 ‘이런 식’의 경이와 즐거움이 한여름 더위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 사이를 뚫고 다니는 고통을 덮어주는 점이 선명했다. 여기서 ‘이런 식’이란 엄청난 집중도와 관련이 깊다. 로마 메트로 A호선 스파냐역(테르미니에서 두 정거장)에 내리니 스페인광장이 딱 붙어 있고 골목과 거리를 조금 걸으면 트레비 분수와 나보나 광장이 멀지 않다. 플라미노역(테르미니에서 세 정거장)에 내리면 바티칸이며 그 곁에 유명한 천사의 성이 또 있는 식이다. 갈 곳은 정말 많았고, 관광객은 너무 많았다. 그곳은 여행 1번지였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외국 여행 매체가 부산을 좋은 여행지로 잇달아 선정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 이는 다른 도시가 부산보다 매력이 떨어져서가 아닐 것이라는 데 생각이 닿았다. ‘어디 좋은 데 또 없나’ 찾아 다니는 것이 운명인 그들 매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단계일 것이다. 그러니 기뻐하기보다 ‘왜 부산이지?’ 더 철저히 질문하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이름났다 하는 도시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꾸는 데 더 철저하고 엄격했다. 심지어 지역 공동체에 해가 되지 않는 적정 관광객 규모를 고민하며 관광객을 줄이려는 시도까지 포함된다. 도심의 중요한 고대 유적지를 아파트 건설로 훼손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근대 건축물 하나를 지키는 데도 고생하는 부산은 이런 피나는 노력과 마음도 배워야 할 것이다.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