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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26> 바다 멀리 보석의 나라가 있다-유구국(琉球國)

오키나와, 동아시아 연결하는 중개무역 국가였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0 19:20:2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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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남단 위치한 오키나와
- 동남아 물산, 韓·中·日과 교역
- 16세기까지 번성했던 유구국

- 조선 태종 때 통신관 이예 파견
- 팔려간 조선인 44명 귀환시켜

- 항로 방향·거리·유구언어 등
- 사절단 활동으로 얻은 정보
- 기존 있던 지도에 수정·보완
- ‘해동제국기’에 자세히 기록
- 세계서 가장 오래된 유구국 지도로 평가

일본과 대만 사이에 여러 개 작은 섬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마치 징검다리처럼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까지 잇고 있다. 현재는 이 섬들을 오키나와라 부른다. 범선을 사용하던 시대에는 일본에서 중국으로 갈 경우,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것보다는 섬들에 의지할 수 있는 오키나와 항로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섬들은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을 나누는 경계이기도 하다.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수리성(首里城). 옛날 유구국의 궁전이다. 이근우 제공
이곳에 왕국이 성립된 것은 13세기 말이었다. 1372년에 ‘찰도 왕통’이 성립되고, 유구국이 조선에 사신을 처음 보낸 것은 이 무렵이다. 태조 원년(1392) 조선에 온 유구국 사신은 조회에 참여했다. 이 해, 유구국의 중산왕 찰도가 왜구에 사로잡혔던 조선인 남녀 8명을 송환하기도 했다. 태종 9년(1409년), 중산왕 사소(思紹)가 사신을 보내 후추와 상아, 모직물·견직물을 염색하는 데 꼭 필요한 백반(白礬), 약재로도 쓰고 붉은색 염료로도 쓰는 소목(蘇木) 등을 바쳤다. 모두 조선에서 나지 않는 동남아시아 특산물이다. 설탕, 물소 뿔, 침향(沈香), 장뇌(樟腦) 등을 보내기도 했다. 조선에서 나지 않는 남방의 물산을 실어오는 유구국은 그야말로 보석과 같은 나라였다.

상씨(尙氏)를 왕으로 하는 유구국(상씨 왕조)은 1406년 건국돼 1879년(일본 명치 12년)에 일본에 합병됐다. 인구 20만이 되지 않는 작은 왕국이었지만, 당시 조선을 비롯해 명·청, 일본이 모두 바다를 통한 왕래와 교역을 제한하는 가운데, 유구국은 이들 여러 나라 모두와 교역하였다. 지리적 이점을 살려 특히 동남아시아 물산을 중계무역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거두었다. 남쪽으로 현재의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까지 교역했으며, 특히 말래카 왕국과도 관계를 맺었다.
조선이 만든 ‘해동제국기’에 실린 ‘유구국지도’의 일부와 ‘유구국 언어’.
■ 조선 관인 이예 유구국을 가다

유구국이 왜구에게 잡혀갔던 조선 사람들을 돌려보내자, 조선 조정에서는 직접 유구국에 사신을 보내 조선 사람들을 데리고 오자는 논의가 일어났다. 드디어 태종 16년(1416년) 이예(李藝)라는 인물을 통신관(通信官)으로 파견하게 되었다. 당시 호조판서 황희가 유구국은 물길이 멀고 험하며, 또 사람을 보내려면 비용이 아주 많이 드니 파견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태종은 “고향 땅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 다르지 않다. 만약 신분이 높은 사람의 집안에 왜구에 붙잡혀 간 사람이 있으면 번거롭고 비용이 드는 것을 따지겠느냐고 하여 황희의 반대를 물리쳤다. 6개월 만에 이예는 왜구에게 붙잡혀 유구국에 팔려간 조선 사람 44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 중 태조 3년 을해년(1394년) 14살 때 왜구에 붙잡혀 갔다가 22년만에 돌아온 전언충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에 태종은 옷과 천, 쌀과 콩을 내려 부모의 상을 치르도록 배려하였다.

이처럼 이예는 태종·세종 대에 대마도·일본·유구국 외교관계에서 크게 활약한 인물이다. 국립외교원에는 서희의 동상과 함께 이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의 외교적 역량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예는 유구국을 다녀온 유일한 조선 관리이다.

■ 해동제국기의 유구국 지도

조선 초기에 조선과 빈번하게 통교하던 유구국을 그린 지도 한 장이 조선이 만든 ‘해동제국기’(1471년 간행)에 남아 있다. 이 지도는 유구국 전 지역을 상세하게 나타낸 세계 최초 지도다. 이 지도는 후쿠오카의 승려 도안이 조선에 가져온 유구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일찍부터 지적돼 왔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453년(단종 1년) 하카타(博多)의 상인이자 유구국 사절을 자처하는 승려 도안(道安)이 여러 장의 지도를 가지고 왔다. 그중 하카타·사쓰마와 유구국 사이의 거리를 나타낸 지도가 있었다. 이 지도야말로 ‘해동제국기’에 실린 ‘유구국 지도’일 것이다. 하카타의 상인이던 도안은 상선을 타고 유구국까지 교역을 하러 다녔고, 이때 유구국 중산왕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조선인을 도안의 배에 태워 돌려보냈다고 한다.

‘해동제국기’의 유구국 지도에는 북규슈의 상송포를 기점으로 중간 기착지와 유구국 수도인 수리성에 이르는 거리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섬 이름뿐 아니라, 사람이 산다든가, 유구에 속한다는 등의 설명도 들어 있다.

■ 오키나와박물관의 ‘유구국도’

충숙공 이예 선양회가 울산시 남구 달동문화공원에 세운 조선 시대 대표 외교관 이예(1373~1445) 선생 동상. 국제신문 DB
공교롭게도 ‘해동제국기’의 ‘유구국 지도’와 흡사한 지도가 오키나와현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몇 년 전 밝혀졌다. 이 지도는 오키나와현립박물관이 1978년 구입한 것이라 하는데, 1696년(원록 9년) 모사된 것이다. 두 지도는 형태가 아주 흡사한데, 다만 ‘해동제국기’의 지도와 달리 하카타를 기점으로 유구국에 이르는 거리가 기록돼 있다. 두 지도 모두 1609년 사쓰마번이 유구국을 침공하기 이전의 상황을 보여준다. 유구 침공 이후 규슈 남단의 사쓰마번을 통해 일본의 영향력 아래 놓인 유구국은 1696년 유구 지역 상황을 보여주는 유구국 지도를 작성했다.

유구 침공 전후 차이를 여러 지도로 살펴보면, 원래 유구국에 공조를 바치던 오미제도(奄美諸島)가 사쓰마번의 직할지가 됐다는 점, 16세기 중엽부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하던 무역이 쇠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구 침공 이전에는 유구인, 일본인, 중국 강남인이 섞여 사는 상황이었고, 남만(南蠻)이라 하는 동남아시아의 선박도 유구국 수도 나하(那覇)에 입항했다. 그러나 오미제도가 더는 공조를 바치지 않게 됐고, 남만무역의 중심도 규슈의 호오쯔(坊津)와 나가사키(長崎)로 옮겨가면서, 사람과 선박이 붐비고 물품이 넘치던 유구국은 쇠퇴했다. 구스쿠라 불리는 유구국의 성채도 ‘유구국도’에 보이는 것처럼 이전에는 많았지만, 침공 뒤에는 수리성 등 몇 개만 남았다.

■ 같은 원본에서 나온 두 지도

한편 이예는 1416년 유구국을 ‘왕환’(갔다가 돌아옴)하였다. 당시 조선의 관인은 외국에 사절로 파견되면, 반드시 왕환 과정을 거치고 획득한 정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중 항로 방향이나 거리를 상세히 표시한 것이 적지 않다. 이예의 유구 왕환 경험이 상송포(上松浦)를 기점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에서 유구국으로 갈 때는 하카타를 거칠 필요 없이, 대마도·일기(잇키)도에서 상송포·오도 열도를 경유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승려 도안에게서 입수한 유구국 지도를 조선의 정보로 수정·보완해 ‘해동제국기’의 ‘유구국지도’를 작성했을 것이다. ‘해동제국기’ 말미에는 당시 유구국 언어에 대한 정보도 실렸고, 이는 유구어(琉球語)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높이 평가된다. 조선은 ‘해동제국기’라는 책 속에 당시까지 축적한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과 정보를 고스란히 응축해 놓았다.

이근우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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