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변의 기술’ 시리즈 등 45점
- 작업실 책상 재현·작품집도 발간
- 15일까지 부산시청 2층 3전시실

고 손현욱 교수는 부산 미술계의 ‘아픈 손가락’이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3전시실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고 손현욱 교수의 두 번째 추모전 ‘Life and Work’.

촉망받던 젊은 조각가는 교수 사회와 미술계의 거짓과 적폐 속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육신은 떠났지만, 그의 분신인 작품 100여 점이 여전히 작업실에 남아있다. 유족과 동아대 조각과 선·후배들은 지난해(국제신문 지난해 5월 22일 자 21면 보도)에 이어 올해 손 교수의 두 번째 추모전을 준비했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2층 3전시실에서는 오는 15일까지 고 손현욱 교수(향년 34세)의 추모전 ‘Life and Work’가 열린다. 손 교수가 남긴 작품 100여 점 중 45점을 선보인다.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바쳤던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렌티큘러, 캔버스화를 추가해 그의 작품 활동 전반을 살펴볼 수 있게끔 구성했다. 미공개 작품도 30% 정도 된다.

	작품집에 수록된 손 교수의 작품 ‘Connection’.(2015)

그를 대표하는 조각·설치작품인 ‘배변의 기술’ 시리즈는 동물이 배설하는 모습을 단순한 형태로 형상화했다.

세상의 규범을 깨고 원초적인 행위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통속적인 삶에 대한 관찰과 성찰이 들어있는 촌철살인 같은 작품들이다. 동물의 입과 항문에 확성기·전구 등 오브제를 접합한 ‘배변의 기술-Connection’ 시리즈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다.

‘숨겨진 사랑’ 시리즈는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렌티큘러’ 기법으로 제작됐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상어, 공룡의 날카로운 이빨에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가 비친다. 애증이 공존하는 사랑의 속성을 렌티큘러라는 매체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이외에 ‘복서’ 시리즈, ‘꽃게’ 시리즈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손 교수의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업실 책상도 전시장 한 쪽에 재현했다. 그가 보던 책, 드로잉과 메모를 하던 스케치북에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듯하다. 전시와 함께 작품집도 발간됐다. 손 교수의 주요 작품과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을 함께 수록했다. 생전 손 교수의 밝은 모습이 담긴 사진도 여러 장 들어가 있다.

‘조각가 손현욱 전시 운영팀’은 “2007년 부산시청에서 열린 손현욱의 첫 개인전 후 11주년 되는 해다. 늘 손현욱을 그리워하는 가족, 지인들과 첫 개인전 1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대중의 즐거움이 곧 나의 즐거움’이라고 했던 작가의 말처럼 슬픔보다 조각가 손현욱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교수의 모친은 “아들은 죽기 전에 렌티큘러 작업에 푹 빠져있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스케치를 할 정도였다. 전시장에 있는 아들 작품을 보니 그 좋아하던 걸 두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떠났을까 싶어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유족과 선후배들은 한목소리로 “현욱이의 죽음이 대학 사회와 미술계가 정화되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손 교수가 남긴 유품인 작품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지 고민하고 있다. 작업실에 계속 놔둘 수는 없는 일이라, 공익적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방안을 논하고 있다.

동아대 출신으로 모교 미술학과에 재직했던 손 교수는 동료 교수의 사주를 받은 제자의 거짓 대자보로 인해,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괴로워하다 2016년 6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손 교수의 죽음 이후 모친이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누명이 벗겨졌다.

그러나 아직도 학내 안팎에서 진실을 흐리는 유언비어가 횡행해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유족은 밝혔다. 지난달 15일 동아대는 법무·감사실장, 예술체육대학장 명의로 성명서를 내 “교내 법무·감사실의 조사 결과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손 교수에 대한 혐의는 근거 없음이 확인됐고, (거짓) 대자보 부착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졌다”며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제기되고 있어 고인의 명예훼손뿐 아니라 성추행 피해자에게 정신적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 바, 향후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