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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13> 국가지원금, 누가 우리를 심의하는가

현장 목소리에 귀 열고 지원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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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3 18:59:0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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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관계자 10명 난상토론
- 심사위원 자질·내부 자성론
- 부산문화재단 역할 강화 지적
‘국가지원금. 누가 우리를 심의하는가’ 최근 연극비평지 ‘봄’에서 10호 특집으로 기획한 난상토론의 제목이다.
   
지난달 13일 부산 중구 인문 공간 ‘내 서재’에서 부산 연극인들과 황해순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이 연극비평지 ‘봄’이 마련한 난상토론을 하고 있다. ‘봄’ 제공
지난달 13일 지방선거가 있던 날 중앙동 인문 공간 ‘내 서재’에는 투표를 마치고 온 연극 관계자 10명이 모였다. 날이 날인만큼 지자체장들의 문화예술 공약이 너무 취약하다는 말들이 오가며 테이블에 앉은 뒤 5시간가량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 주제인 ‘국가지원금, 누가 우리를 심의하는가’라는 문제는 심의가 끝나고 나면 꼭 회자한다. 그렇다면 현장 욕구는 무엇이고, 현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기관의 견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주체이자 객체인 연극계 내부 반성과 성찰은 어떤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특히 부산문화재단 황해순 예술진흥본부장이 껄끄러울 수 있음에도 흔쾌히 응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참석한 연극인들이 쏟아낸 질문과 문제 제기는 대강 이러하다.

“과연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의위원을 선정하고 있는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재단 내부적으로는 어떤 기준이 있는가.” “부산 특성에 맞는 지원사업이 뭘까.”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데서 현장 예술인들 내부에서 반성할 문제는 없는가.”

먼저 심의위원 자질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 저작권, ‘상도덕’에 있어 문제가 된 사람이 심의를 기피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례가 나왔다. 문제가 돼 ‘페널티’를 받고 제작비를 반납했던 예술인이 그 이후 지원 신청도 하고 심지어 심의위원도 한다는 사례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심의위원 풀을 구성하는 일이 기관으로선 힘들 거란 점은 참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인 측면은 보이지 않는 사유가 많아,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재단이나 행정기관의 정보력에 달렸는데, 그 정보를 예술 관련 협회·단체에서 받으니 함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오갔다. 심의위원 선정의 공정성은 애매한 문제다. 수치나 데이터로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기관에서 현장 목소리를 직접 많이 들었으면 한다는 의견에 대부분 참가자가 동감했다.

사업 공고가 나고 심의하고 발표가 나기까지 준비 기간이 짧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예술단체들이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데 궁극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상 급박하니 많은 단체의 공연이 하반기에 몰린다. 그러니 질이 떨어지거나 인력난 등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비수기와 극성수기가 발생하고, 좋은 작품을 못 내고, 아티스트들은 찢어지는 등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문제에 대해 연극계 내부에서 반성할 게 없는가 이야기도 오갔다. 지원금 신청기간이 아닌 1, 2월은 부산 연극계 비수기이다. 지원금과 상관없이 준비하는 공연들이야말로 자체 부담을 가지고 진행하니 단단히 준비할 수밖에 없고, 안 되면 말아 먹을 각오하고 뛰어드니 치열하다. 물론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그래서 관객몰이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그런데 정작 올해 분 지원금을 받아놓고 아직 섭외도 못 한 단체들도 있다. 서류작업만 근사하게 하고 제작단계에서 무책임한, 연극계 내부의 문제다.

   
마무리 즈음에는 부산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모였다. 지원과 관리 영역만 가지고 있는, 당연한 1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재단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판을 만들어 예술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돈을 많이 지원한다고 질적 수준이 향상되는 게 아니라면, 자생력을 잃고 지원금에만 기대게 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한다면, 그래서 생태계가 제대로 돌지 못한다면, 기본적인 환경조성이나 그것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공공이나 문화재단의 몫이라는 의견에 다들 공감했다. (본 난상토론 전문은 오는 8월 나오는 연극비평지 ‘봄’ 10호에서 볼 수 있다.)

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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