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37> 김은미 작가의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

두런두런 왁자지껄 장날 풍경 고스란히… 소소한 행복 그리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25 18:57:22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모란시장 이야기 담은 그림책
- 10개월간 오일장마다 찾아 취재
- 현재 겨레말 큰사전 세밀화 작업

- 결혼 후 또다른 터전된 김포시장
- 구석구석 돌다 상인과 대화하고
- 매콤한 비빔국수 먹는 것 즐거워
- 일상 속 풍경·사람 계속 그릴 것

아이들 여름옷, 가방, 싱싱하고 푸른 채소, 곡류, 신발, 달콤한 향을 물씬 풍기는 과일, 해산물, 토종닭, 국숫집….

상품별로 분류한 매장이 아닌 시장은 눈 가는 곳, 발 닿는 곳에서 어떤 물건을 만날지 알 수 없다. 더 재미있다. 다음은 뭘까 기웃거리는 발걸음 위에 여기저기 흥정하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생생한 즐거움이다. 시장 한 바퀴 다 돌았는데, 눈앞에 나타나는 물건은 여전히 새롭다. 시장 구석구석까지 더 돌아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 손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구경했던 장날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시장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낸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의 김은미 작가를 경기도 김포시 김포시장에 가서 만났다. “책 배경은 모란시장이지만, 김포시장은 제 일상생활의 배경이에요. 김포에서 만나요, 오일장 열리는 날 오세요.” 약속에 맞춰 찾아간 김포시장은 풍성했다.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라는 아름다운 책을 펴낸 김은미 작가가 집에서 가까운 김포시장을 찾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 삶의 풍경을 그리다

김은미 작가는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까지 살았던 동네의 시장이 그가 처음 보았던 시장이다. 분당으로 이사한 뒤에는 모란시장이 그의 시장이었다. 2008년 결혼해 김포에서 살면서부터는 김포시장을 다니고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손으로 그리는 그림이 좋아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그림책 공부를 했다. ‘한국 생활사박물관’ ‘눈 먼 아비 홀로 두고 어딜 간단 말이냐’ ‘나의 첫 국어사전’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는 온전히 그의 기획 의도대로 만들어진 첫 번째 책이다. 현재 그는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사전 발간 사업에 참가해 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올해는 그림 전시도 두 번 했다. 첫 전시는 북한 마을이 보이는 김포의 제일 끝자락 보구곶 마을에서 열렸다. 마을의 방공호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마을 주민의 일상과 사물을 담은 그림을 전시했다. 두 번째는 아버지의 오래된 사진첩 속에 담긴 인생의 순간과 단편을 담은 그림들을 김포아트홀에서 전시했다.

“되짚어보면 저의 작업은 늘 일상 이야기에 닿아있었어요. 최근 트렌드나, 유행하고 주목받는 것들과는 늘 거리가 있었어요. 주목받지 않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 그 안에 스며든 이야기에 관심이 갔어요. 작지만 더없이 소중한 것, 사소하지만 따뜻한 것, 그런 삶의 풍경에 마음이 끌려 그림 작업으로 이어 왔습니다.” 늘 사람을 바라보는 그가 시장 그림을 그린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함께 시장을 둘러보다가 국숫집에 앉았다. 시장에 오면 그는 매콤한 비빔국수를 즐겨 먹는다. “시장은 제 생각이 닿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장소였어요. 이어질 후속 작업도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을 그리게 될 거에요. 누구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듣고, 쓰고, 그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에 담아낸 시장 사람들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 - 김은미 지음·2018·온다프레스
김은미 작가는 ‘이야기를 그려드립니다’를 위해 모란시장을 10개월여 동안 오일장날마다 찾았다. 그는 시장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썼다. “시장을 유독 좋아해서, 익숙한 곳이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장으로 갔고, 그곳에서 오간 대화들을 풀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파장할 때까지 상인들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바쁜 상인들에게 말을 걸기가 겸연쩍어 물건을 사기도 했죠. 상인들이 다들 바쁘시니까, 필요한 물건을 일단 사고 말을 걸었어요. 과일, 사탕, 들기름, 아이 옷…. 시장에 오면 필요한 물건이 눈에 쏙 들어왔으니까요. 나중에는 저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어 주시는 분들도 생겼죠.” 시장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사진도 찍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면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과 사물이 그 안에 있더군요. 사진을 확대해 꼼꼼히 봤죠.”

수채화로 그린 시장 사람들과 장날 풍경 그림 옆에는 이야기가 짧은 글로 실렸다. 첫 장은 대형 파라솔을 설치하는 상인 모습이다. “새벽에 집을 나와 짐을 싣고 장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천막을 치는 거야.” 차일 아래 가지런히 널어놓은 예쁜 이불 그림 옆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이불 장사는 여름엔 잘 안 되지. 그나마 인견이불이 좀 팔리고 솜이불은 추워야 잘 나가. 이쁘지? 그래도 백화점 납품하는 것들만 가져다 놔서 디자인이 다 괜찮아.” 마지막 장은 비 오는 날 파장 장면이다. “비가 장사 끝날 때쯤 내려서 그나마 좀 팔았지. 비 오는 날은 원래 장사가 잘 안돼. 오늘은 일기예보가 틀리나 보다 하고 있는데 쏟아지더라니까. 떨이로 다 팔았으니까 들어가서 애들 엄마랑 소주나 한잔하고 일찍 자야지. 담주에 뭐 하러 또 와. 할 얘기도 없는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상인들의 말에 두런두런 왁자지껄 시장 소리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시장 구경 제대로 하는 기분이다. “활력이 넘치는 곳, 공기 자체가 살아있는 곳, 언제나 에너지를 받고 오는 곳.” 김은미 작가는 시장을 이런 곳이라 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시장이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책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4. 4[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5. 5“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6. 6“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7. 7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8. 8"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9. 9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10. 10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1. 1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2. 2[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5. 5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6. 6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7. 7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8. 8‘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9. 9[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10. 10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3. 3"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4. 4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5. 5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6. 6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7. 7SK지주 최태원 지분율 3% 하락…최 회장 재산분할 자금 충당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7. 7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초등학교서 뽀뽀하려는 친구의 장난…“학교폭력 처분 정당”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4. 4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5. 5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6. 6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9. 9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10. 10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