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 인도사 전공교수
- 정치·문화·사회 안내서 발간
- “실리·융통성 중시… 폼은 뒷전”

흥미를 돋우고, 재미있으며, 유익하기까지 한 책을 올 상반기에 읽은 책 가운데 꼽으라면 인도사 연구가인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의 인도 100문 100답은 반드시 상위 5선 안에 넣어야 할 것 같다. 대상을 잘게 나눠, ‘100문 100답’ 형식으로 구성하고, 각 질문에 관해 간명하게 설명하는 방식은 일본 책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일본 책의 경우 ‘답’이 너무 소략해 한국 독자의 성에 안 차는 경우도 많다. 반면, 한국 책은 실용서가 아니면 이런 시도를 덜 하는 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인문학 책에서 형식은 간략하지만, 글 전체에서 깊은 맛이 스며 나오는 ‘100문 100답’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기란 참 어려운데 이광수 교수의 ‘인도 100문 100답’이 그 일을 한다.

작은 오토바이에 간단한 설비를 덧대 많은 사람이 타고 다니는 모습. 이런 인도식 실용주의를 ‘주가드(jugad)’라 한다. 이 책은 주가드에서도 인도 문화의 특징을 본다.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도사 전공자인 저자는(저자가 직접 쓴 ‘들어가는 말’에 따르면, 시간강사 몇 분 계신 것을 제외하면 이른바 ‘(교수)자리’를 가진 인도사 전공자는 한국에 이광수 교수 한 사람뿐이다)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인도에 대해 모르는 것이라기보다는 잘못 아는 것을 물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리 알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희한하게 그랬다.”

책 제목이 ‘인도 100문 100답’이라고 이 책이 백과사전식 서술을 택한 건 아닐지 예단하지 말자. 저자는 이 책에서 “인도로 밥 벌어 먹고산 지 28년째”(‘나가는 말’ 중)의 공력을 쏟아 부어 설명하고, 해석하고, 판단하고, 사유한다.

이와 관련해, 이런 문장이 인상 깊었다. “굳이 한국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평등하지만 권위 의식이 많고, 인도 사람들은 불평등하지만 권위 의식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원칙을 더 중시하고, 인도 사람들은 융통성을 더 중시한다. 한국 사람들은 외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인도 사람들은 외형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인도사람들은 오로지 실리다. 겉모양이 바뀌든, 폼이 나든 안 나든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79. 인도식 실리주의 ‘주가드’란?)

“비극은 이게 아니라, 인디라 간디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아버지(네루)가 그렇게나 혐오하고 다시는 못 나오도록 관에 넣고 못질까지 한 종교공동체 갈등을 관에서 끄집어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시크도 죽고 자신도 죽고 나라까지 절단났다. 인디라 간디의 책임이 크고도 깊다.”(62. 왜 시크교도를 학살했을까?) “인도를 이러이러한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대개 맞지만 다 맞는 말은 아니다. 인도의 다양성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78.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인도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100. 힌두 근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왜?)

위 문장을 예시로 든 이유는 저자가 100문 100답에서 단순히 토막 지식을 사전식으로 전달하고 있지 않음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이와 함께 책의 전반부에 나오는 인도의 종교와 사회상에 관한 문답 또한 짧지만, 깊은 맛이 있다. 인도의 고대사를 전공했으며 약 30년간 인도 근현대사, 정치, 사회, 종교, 법, 의식주를 두루 연구한 인문학자가 쓴 ‘인도 100문 100답’은 독특한 맛을 낸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