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녀에 지친 딸 작심하고 그려”

뚜루는 부산 사는 북카투니스트다. 1976년생이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다. 부산인 건 알아도 어느 동에 사는 지는 모른다. 어쩌면 이웃사촌일 수도 있지만, 만나지는 않고 인터뷰는 이메일로 했다. 뚜루 작가 표현을 빌리면 “엄청나게 소심하고 믿을 수 없게 예민해요. 저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대면 인터뷰가 힘들어요. 심장이 쿵쾅쿵쾅!!!”

	카툰북 ‘애정만…’에 수록된 그림. 나무발전소 제공

그가 예전부터 인터넷 서점 예스24 블로그에 올린 북카툰이 인기를 얻어 고정칼럼을 쓰고 나중에는 책도 냈다. 2013년 펴낸 ‘카페에서 책읽기’ 1·2다. 서평인데 카툰으로 그려낸 서평이다. 이상하게 그가 소개한 책은 꼭 한 번 읽고 싶어진다. 동글동글하고 흐물흐물한 그림체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독자가 책을 집어 들게 하는 서평이라니, 성공적이다.

그가 5년 만에 다시 카툰북을 내놨다. 이번에는 서평집이 아닌 카툰 에세이다. 아버지에 관해 쓴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 그가 그린 건 작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한국의 60, 70대 보통 아버지, ‘가부장’이라는 이름의 남성이다.

휴일 내내 리모콘 들고 누워서 가족도 모두 집에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 귀가한 아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밥” 한마디만 던지는 아버지, ‘나는 자연인이다’를 무한반복 시청하는 아버지, 맞지 않는 정치 성향을 강요하다 결국 화를 내는 아버지, 자식을 복종시켜야 성미가 풀리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밖에 나가 사회성 없고 무례한 언사로 ‘개저씨’라 불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정도의 차이야 있어도 지금 30대, 40대인 딸들에게는 이런 아버지가 낯설지 않다. “아빠와 영적으로 맞지 않다”는 어느 딸의 푸념이 공감돼서 웃음이 나온다. 딸이라고 또 고분고분한가. 아버지가 열 마디 하면 백 마디 맞받아치지.(아버지가 말로 딸을 당하랴)

“어느 날 효녀 코스프레에 지쳐버린 딸이 작심하고 그렸습니다. 하하하. 책이 나온 후 아버지와 드라마틱한 관계 개선이 있었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다만, 부정적으로 부글거리던 감정이 조용히 식으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우리의 아버지는 왜 일중독이 됐으며, 집과 TV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는지, 딸을 믿고 세상에 내놓지 못하게 됐는지, 손 하나 까딱 않고 집에 누워있게 됐는지, 여행에서 아무 즐거움을 못 느끼는 사람이 됐는지, 그 내력을 들여다봐줄 정도의 애정. 그 정도면 가족으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미움도 싸움도 없이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 “가족이라고 모두 화목하거나 애정만 충만하진 않잖아요. 징글징글해서 도망치고 싶다가도 때로는 울컥 눈물 나는 그런 게 가족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얘기를 쓰고 그렸어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