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층 아파트 건설 재검토를”
- 역사·고고학계 잇단 성명서
- 시공사 “절차대로 허가 받아
- 학계 주장은 비현실적” 반박
- 세계유산 등재 후보 추진 변수
“삼한시대부터 근대까지 역사가 집적된 부산의 중심부 파괴.” “주민 사유재산 과도한 침해.” 국가 사적(제273호) 부산 동래구 복천동고분군 인근 대규모 아파트 건립계획을 둘러싸고 문화재 보존을 주장하는 학계와 주택 재개발의 타당성을 내세우는 주민·부산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복천동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대상에 편입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새로운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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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 복천동고분군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 학계가 문화재·경관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부산시·문화재청 허가 획득
부산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복천동고분군을 둘러싸는 형태로 고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복산 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동래읍성지, 충렬사, 동래고등학교와 인접한 아파트 동은 층수를 낮추거나 동 숫자를 축소하는 조건이다.
복산 1구역 재개발은 39만9895㎡에 지하 4층, 지상 2~32층 아파트 3696세대를 짓는 사업이다. 건물 최고 높이는 32층 기준 최고 103.2m에 달한다. 이 구역 재개발의 ‘최대 난관’은 문화재로 꼽혔다. 사업지와 인근에 국가 사적 복천동고분군을 비롯해 동래읍성지(시 기념물 제5호), 동래부 동헌(시 기념물 제60호) 등 시 지정 문화재가 14건이나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문화재청에서 2015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9회의 심의를 거쳐 조건부 허가를, 부산시에서는 2016년 5월부터 2년 6개월간 11회 심의를 받고 지난 1월 최종적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재개발 착공까지는 행정 절차가 더 남아있다. 시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고 철거 뒤에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이 적절한 보존 조치를 지시하게 된다.
■“미발굴 유적 밀집”
시의 허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역사·고고학계가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경남·경북 고고학 연구자로 구성된 영남고고학회가 지난달 ‘복천동고분군 주변 초고층 아파트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지난 7일 부경역사연구소·부산경남사학회·부산고고학연구회가 공동으로 ‘복천동고분군과 동래읍성지의 철저한 보호와 보존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경역사연구소 등은 “복천동고분군은 부산의 뿌리이자 부산의 역사적 심장부인 동래읍성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복천동고분군과 이를 둘러싼 동래읍성지처럼) 가야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유적이 면면히 이어져 공존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 일대는 전부 보존해야 할 주요 문화유적지대”라며 “주택재개발 계획은 동래읍성 성벽만 남기고 문화유적지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발상이다. (임진왜란 때) 목숨을 걸고 성을 지켰던 충렬공 송상현 부사를 비롯한 선조들과 미래세대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통렬히 각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자들은 또 “향후 매장문화재 발굴조사를 시행하면 변한·가야 시대에서 조선 시대에 이르는 각종 유적이 밀집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아 사업 대상지역의 많은 곳이 현지보존되고 문화재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갈 텐데 부산시 당국이 이런 정보를 주민에게 상세히 전달하고 숙지시켰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부산 역사·고고학계는 시민단체와 연계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관련 심포지엄을 열고 복천동고분군 인근 고층 아파트 건립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재개발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대상지 주택이 낡아 주민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절차대로 허가를 받았으며 무조건 문화재만 보호해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허가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이미 조합원들이 상당한 재산상, 시간상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복천동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보에 편입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경남·경북 지자체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를 결성해 3개 가야고분군(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고령 대성동)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 선정 심의에서 ‘완전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산을 추가하라’고 권고하며 가야고분군 후보 선정을 보류했다. 현 정부가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자 가야고분군 범위 확대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이후 추진위원회는 복천동고분군을 비롯해 33개 가야고분군 가치를 재검토했고, 지난달 14일 4개 고분군(창녕 교동·송현동, 고성 송학동, 합천 옥전, 남원 유곡리·두락리)을 추가했다.
복천동고분군이 탈락한 배경에는 주변 고층아파트 건립사업이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차철욱 부경역사연구소장은 “복천동고분군은 김해 대성동고분군 만큼 가치가 높다. 가야 유적의 핵심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 때 경관 보존이 중요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문화재 주변에 대규모 고층아파트를 지었다면 문화재 보존 의지를 인정받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추진위원회가 복천동고분군을 포함시켰다가 등재가 어려워질까 우려해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는 “추진위원회가 올 연말 문화재청에 세계유산 등재 후보를 신청하기 전 복천동고분군이 대상에 포함되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복산1구역 주택재개발지 일대 지정문화재 현황(15건) |
명칭 |
종류 |
지정 일자 |
부산 복천동 고분군 |
국가 사적 제273호 |
1981. 6. 9 |
동래부 동헌 충신당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1호 |
1972. 6. 26 |
망미루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4호 |
1972. 6. 26 |
동래부 동헌 외대문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5호 |
1972. 6. 26 |
동래향교 대성전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6호 |
1972. 6. 26 |
충렬사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7호 |
1972. 6. 26 |
동래 장관청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8호 |
1972. 6. 26 |
군관청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21호 |
1973. 6. 8 |
동래향교 명륜당 |
시지정 유형문화재 제128호 |
2013. 5. 8 |
동래읍성지 |
시지정 기념물 제5호 |
1972. 6. 26 |
송공단 |
시지정 기념물 제11호 |
1972. 6. 26 |
내주축성비 |
시지정 기념물 제16호 |
1972. 6. 26 |
동래부 동헌 |
시지정 기념물 제60호 |
2013. 5. 8 |
동래향교 |
시지정 기념물 제61호 |
2013. 5. 8 |
동래향교 반화루 |
시지정 문화재자료 제65호 |
2013. 5.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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