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의 수난과 희생, 존재감 등
- 종교적 의미 담아 다양하게 표현

- “영원한 건 주를 향한 나의 마음”

부산 금정구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이 ‘무진박해 부산순교자 150주년’을 맞아 이정태 화가의 성화(聖畵)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작가의 신심(信心)이 오롯이 드러난 작품 14점이 가슴을 울린다.

부산 금정구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에서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리는 이정태 화가의 성화전 ‘빛의 소리’에 출품된 작품들. 한국순교자박물관 제공

무진박해는 1868년 무진년(戊辰年)에 일어난 천주교 박해로 신자들이 대거 처형당했다. 순교자 중 동래 출신은 이정식 이관복 박소사 이삼근 양재현 이월주였고, 차장득은 울산 출신, 옥소사는 명확하지 않다. 유경서와 윤봉문은 동래 출신이지만 통영으로 피신했다가 그곳에서 처형당했다. 이정식과 양재현, 윤봉문은 2014년 8월 16일 복자(福者)위에 올랐다. 복자는 가톨릭교회가 특정 지역에서 신앙생활의 모범으로 공경받는 사람에게 주는 존칭, 그 존칭을 받은 사람을 뜻한다.

이정태는 서양화가로 유화를 그리면서 성화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0년 오륜대 순교자박물관에서 ‘What Men Live By(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시를 연 것을 비롯해 2009년 서울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미적상상력과 이콘’, 2017년 서울 ‘갤러리 1898’에서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신입 작가전·서울가톨릭미술가회전에 참여했다. 올해도 서울가톨릭미술가회전과 미혼모자돕기 성미술-나눔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5년에는 가톨릭미술공모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화가는 2009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30×193㎝) 작품을 오륜대 순교자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박물관과 깊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이 이번 성화 특별전으로 이어졌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품은 현재 박물관 출입문을 통과하면 바로 보이도록 걸려있다. 이 작품은 시복시성을 기다리던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형상화했다. 절두산 앞을 흐르는 한강의 모래와 그 위에 흘려진 순교자의 피를 형상화했고, 124개 구멍은 124위 순교를 나타낸다. 124 송이 홍매화의 붉은 색과 흰색은 순교와 부활을 통한 주와의 소통과 일치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 제목은 ‘빛의 소리’로 모두 14점이 출품됐다. 이 화가는 동방교회의 이콘과 이탈리아 성화를 참고하지만, 가급적 도상화된 형태를 피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대부분 작품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인간은 물질과 명예에 자신을 바치지만 영원한 것은 주의 존재와 그를 향한 우리의 마음”이라고 답한다. 대표작은 이정태 화가의 장기인 코발트색이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으로 가시관을 쓴 예수의 얼굴이 나타나 있다. 화면이 찢긴 것처럼 표현된 작품도 있다. 종이를 찢어 붙이거나 뚫린 듯 표현함으로써 현실공간의 재현과 거리를 뒀다.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감각하고 인식하는 현실이 허상일 수 있다는 해석에서 나왔다. 꺼진 촛불과 해골로 삶의 유한함을 나타낸 작품도 있고,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성작 위에 성령을 의미하는 비둘기가 내려앉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인간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그리스도 수난의 14처를 그린 작품도 있다. 본래 14개 그림이 각각 있는데, 이번에는 14개 작품을 작은 이미지로 만든 뒤 조합해 십자가 모형의 틀에 담았다. 오는 8월 31일까지. 월요일 휴관. (051)582-2920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