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3대 지도자 의암 손병희 선생은 “티끌이 자욱하고 자욱한 ‘습관천(習慣天)’을 믿지 말고, 오직 자아 본래의 한울님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아 본래의 한울님을 믿는 것이 진리를 바르게 아는 출발점이라 했다. 또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여 “거울 속에서 티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티끌이 일어나 거울에 붙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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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주를 손에 쥐고 동학의 주문 수련을 하는 모습. |
의암이 언급한 습관천은 곧 습관심(習慣心)으로 비유하자면 거울에 붙은 티끌이다. 제각각 가진 마음은 본래의 마음으로 제1천심이며, 습관심은 제2천심이다. 습관심은 각자의 오랜 생각과 말과 행동의 결과이다. 선한 것도 한울님 마음이며 악한 마음도 한울님 마음이다. 습관심과 본래 한울님 마음은 그 뿌리는 하나이다. 그래서 동학에서는 한울님은 불택선악(不擇善惡) 즉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제1천심은 무한지혜와 무한능력이 있고 무진장에서 무한공급을 하는 본래의 마음이다. 습관심은 물욕으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감정이다. 습관심을 물정심(物情心) 또는 마탈심(魔奪心)이라고도 한다. 습관심을 덜어내면 감사하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고, 바르고, 밝고, 착하고, 의로운 마음을 갖게 되어 사람마다 화순하여 만사여의가 되고 성인의 경지에 이른다.
천도교에서는 이를 일러 ‘이신환성’(以身換性·몸을 성령으로 바꾸라는 뜻)이라 하며 ‘정신개벽’이라고도 한다.
오래 습관 된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습관은 관성이다. 길이 나 있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응하기도 한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다. 동학 수행의 핵심인 주문 수련은 습관의 고리를 끊는 유력한 수단이다. 주문 열심히 외어서 한울님 모심을 체험하는 것은 습관심을 버리고 생각을 바꾸어 착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다. 거울에 붙은 만진을 닦아 내듯이 주문을 외우면 자기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이 생긴다. 그 시각으로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분별하게 되고 참회 반성을 통해 한울마음을 회복하게 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 사회 차원에서 의암 선생은 ‘사회적 정신’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사회적 정신은 어떤 한 사회, 한 시대에 흐르는 지배적인 정신이나 경향 또는 분위기 등이며 시대정신이라 해도 될 것이다. 10여 년 전이다. 그때도 북핵을 두고 북미가 대립하여 한반도 위기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천도교의 어느 수행자는 말했다. “한울님은 불택선악이야. 정해진 게 아니지. 한반도도 우리 하기에 달린 것”이라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용서는 좋은 거지. 상대가 몰라서 그런 거니 용서할 수 있는 것이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판문점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번잡한 절차를 생략한 ‘번개 모임’이었다. 이를 두고 “반국가단체 김정은과 문 대통령의 비밀만남, 너무 가벼운 처신”이라 평하는 이도 있지만 턱없는 이야기다. 전쟁 위협과 분쟁으로 70여 년 ‘안보장사’를 밑천 삼아 권력을 유지해온 사람들은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맞이하여 갈 길을 잃었다. 낡고 오래된 사회적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마음 하나 바꾸면 될 일이나, 이게 쉽지 않다. 의암 선생은 정신개벽을 통해 습관심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무섭게 죽이는 가을바람이 쌀쌀하고 쓸쓸하게 서쪽으로부터 동쪽에 불어오니, 우거졌던 푸른 초목이 아무리 현재의 모양을 아직 보존하고 있지마는 하루 밤 지나면 산에 가득 차 누렇게 떨어지는 가련한 서리 맞은 잎뿐 이리니, 이제 이 유형의 개벽을 당하여 정신상으로 무형의 개벽을 하지 않으면, 천하로 옷을 입고 우주로 집을 삼고 사해로 밭을 가는 그 사람이라도 ‘한 번 가지에서 떨어지면 문득 적막한 서리 맞은 잎’과 같이 될 것이니, 이것이 사람과 물건이 개벽하는 때이니라.”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