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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칸영화제는 호평 쏟아진 ‘버닝’을 왜 외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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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 기자
  •  |  입력 : 2018-05-24 19:12: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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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계는 ‘버닝’의 칸영화제 수상 불발에 대한 아쉬움의 소리가 크다. 평론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본상 수상이 유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버닝’은 본상 시상 전에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으며, 아이온시네마, ICS필름 등 영화 전문지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특히 칸영화제 공식 지정 데일리인 스크린데일리는 역대 칸영화제 경쟁작 중 최고점인 3.8점(4점 만점)을 주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버닝’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이렇게 작품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서도 ‘버닝’이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칸영화제는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대체로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베니스국제영화제는 개성이 강하거나 도발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칸영화제는 고전적인 작가주의 영화들에 후한 점수를 준곤 했다.

물론 이는 영화제의 전반적인 성격일 뿐 칸영화제는 심사위원단, 특히 심사위원장의 성향이 많이 반영된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단의 면모를 보면 심사위원장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필두로 감독 에바 두버네이, 로버트 구에디귀앙, 드니 빌뇌브,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배우 장첸, 레아 세이두, 크리스틴 스튜어트, 싱어송라이터 카자 닌 등 총 9명이 포진됐다. 여성영화인의 권리를 위해 선봉에 서 왔던 케이트 블란쳇은 심사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심사위원단을 성적, 인종적으로 평등하게 구성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자신을 포함해 에바 두버네이, 크리스틴 스튜어트, 레아 세이두, 카자 닌 등 다섯 명이 여성이었고, 에바 두버네이, 카자 닌이 흑인, 장첸이 동양인으로 구성됐다. 이들 심사위원단의 성향을 보면 여성영화와 인류의 공통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황금종려상 ‘만비키 가족’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블랙클랜스맨’, 감독상 ‘콜드 워’ 등 주요 부문 수상작들은 가족, 전쟁, 평화 등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었다.

개막식 전에 있었던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경쟁부문 초청작 21편 중 여성감독의 영화가 에바 위송 감독의 ‘걸스 온 더 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 알리스 로르바허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 등 세 편뿐인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그들을 ‘여성’이 아니라 ‘영화감독’으로 마주할 것”이라며 공정성을 다짐했다. 공정성에 의심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 편 중 ‘가버나움’이 심사위원상, ‘라자로 펠리체’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은 어떤 평가 기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반면 이들 작품에 비해 현재를 사는 젊은 세대의 자화상을 다룬 ‘버닝’은 작품성은 높지만 비교적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더군다나 여성이 상류층 남성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버닝’이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한 심사위원단이 염두에 뒀던 평가 기준과 맞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케이트 블란쳇은 미국 뉴욕에서가진 한 인터뷰에서 “‘버닝’은 힘이 있는 영화다.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라고 칭찬하며 “영화제 특성상 시간을 들여 한 작품을 숙고하기 어렵다. 뛰어난 작품임에도 수상하지 못한 영화들이 많다. ‘버닝’은 정말 훌륭한 영화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판매됐고,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좋은 영화로 각인될 터인데 말이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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