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 등 7개 장르 301개 연합회
- 자체공연 기획해 매년 축제 열어
- 제작비 위기 해소할 잠재적 관객
- 기존 예술인들과 협업도 기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한다. 여행을 다닐 때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곳의 연극이나 춤 등 공연 한두 개는 꼭 보게 된다. 어떨 때는 그것이 목적이 되기도 하는데 5, 6년 전 유럽여행이 그랬다. 어디서든 공연을 보고 나면 항상 궁금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관객 유치를 하는지. 그 무렵 프랑스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있던 후배가 있어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학생 신분인지라 자세한 속사정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겠지만 그도 늦깎이 유학을 떠나기 전 현장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라 나처럼 그 점을 살펴보고 있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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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한 시민생활동아리축제 ‘전 국민 춤추기 프로젝트-춤출까예’에서 춤 동아리 회원들이 흥겹게 춤추고 있다. |
여러 이야기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건, 국가지원금이 없더라도 프리뷰나 쇼케이스를 통해 사전에 잠재 고객이 될 이들을 초청해 기부를 받거나 사전 예약을 받는 형식이 있어 제작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작품도 관객을 모으지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사전에 그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사전에 초청하면 오기는 하나? 초청한다면 어디를 통해 누구를 초청한단 말인가? 지역마다 여러 갈래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어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기가 막혔다. 부러워서.
그런데 시간이 몇 년 흐른 사이 부럽기만 하던 분위기가 부산에도 슬슬 형성되고 있다. 지역과 장르별로 문화와 예술을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시민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순수하게 공연이나 전시를 만드는 생활문화동아리가 그것이다.
그 모임들은 이미 스스로 형성되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부산문화재단의 노력이 더해지면서다. 2014년 처음으로 부산문화재단에서 흩어져있던 이들을 한곳에 모아 ‘일상예제’ 라는 이름으로 생활문화축제를 열었다. 전시, 공연, 플래시몹, 문학,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부산의 여러 장소에서 장을 벌였다. 이후 전수 조사를 추진했고 현재는 분야별, 지역별 커뮤니티가 연합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을 통해 취합, 정리된 바로는 크게 두 갈래가 있다. 지역별 생활문화연합회와 장르별 생활문화연합회로 나뉘고 그 안에는 14개 지역과 7개 장르가 있다. 지역별로는 서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14개 구가, 장르별로는 국악, 기악, 춤, 문학, 미술, 밴드, 연극이 속해 있는데, 장르별로 좀 더 세밀하게 그 규모를 살펴보자면 국악은 64개, 기악 43개, 춤 34개, 문학 16개, 미술 93개, 밴드 30개, 연극 21개 단체가 있다.
이제는 이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해서 일 년에 한번 생활문화축제를 스스로 열기까지 한다. (부산문화재단이 재정적 지원을 한다.) 물론 이들 연합회에 들지 않은 커뮤니티들도 아직 그 수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조사된 수만큼이나 많을 것으로 본다.
거기다 얼마 전 이들이 마음 편히 만나 교류하고 기량을 닦을 공간이 또 하나 생겼다.(기존 생활문화센터는 10여 곳이 있다.) 부산 중구 동광동 근대 건축문화자산이던 옛 한성은행, 일명 청자빌딩이 리모델링을 거쳐 ‘한성1918’이라는 간판을 걸고 생활문화거점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로 문을 열었다. 커뮤니티 공간과 연습실, 다용도 공연장을 갖추고 있으며 대중교통으로 접근도 쉬워 활용 면에서 장점이 많을 듯 하다. 역사적인 근대건축물의 재구성에 대한 평가는 일단 차치하고 생활문화를 위한 거점 공간이 하나 더 생겨 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공간이란 사라지긴 쉬워도 새로 만들기란 어렵고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요사이 새로운 관객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예전 유럽여행에서 생각한 것을 부산에서 해결해보고자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알게 된 ‘생활문화동아리’라는 존재는 희소식이다. 이들이 바로 숨어있거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잠재적 마니아가 될 수 있는 관객임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부산문화재단이 기왕에 이들을 발굴하고 개발한 노력에 한 발 더 나아가 현장예술과 생활문화동아리가 만날 장을 늘리는 데 기여해 주길 기대한다.
연극인· 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