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의 삶, 픽션으로 그려내다

정광모 소설집 ‘나는…’ 출간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5-21 18:49:03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고령사회 노인문제 다룬 ‘마론’
- 절대공포·완벽복종 北체제 해설
- 표제 ‘장성택’ 등 단편 7편 수록

- 다소 늦은 48세의 나이에 데뷔
- 장·단편소설, 에세이 잇단 펴내
- 9월께 장편소설 출간도 앞둬

   
최근 새 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를 낸 정광모 소설가. 국제신문 DB
현대소설의 어지러운 관념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쉽게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 소설은 이야기고 이야기의 기능은 재미라는 것. 최근 새 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산지니)를 낸 정광모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대개 기발하고 사회적이다. 2013년 부산작가상 수상작인 ‘작화증 사내’는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 소설집이다. 사실적인 문장 표현이 건조하다 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에 힘을 두고 끌어가는 소설에서 유려하고 수사 많은 문체는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의 이야기와 문장은 합이 잘 맞다.

정광모는 부지런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2010년 늦다면 늦은 48세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후 쉬지 않고 장·단편소설, 독서에세이를 냈다. 이번 단편집에 이어 오는 9월에는 또 다시 장편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성실함 말고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샘이 머릿속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 솟아오르는 이야기 본능이 그를 끝내 작가의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새 소설집에 실린 7편의 단편에서 역시 재미로 두드러지는 것은 표제작 ‘나는 장성택입니다’이다. 팩션이라고 봐야 할까. 화자는 북한의 한 시대를 대표할 최고위급 장성, 김일성의 사위, 김정일의 매부이자 그가 신임한 부하, 김정은의 고모부 그리고 김정은의 손에 처형당한 장성택이다. 소설은 그의 혼잣말로 시작하고 끝난다. 장성택의 삶에 관해서라면 비화(秘話)랄 것이 별로 없다. 출신성분이며 출세담부터 김경희와의 연애담까지, 북한 소식으로 먹고 사는 월간지와 단행본을 통해 웬만큼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런 정보 중 필요한 것을 추출해 장성택 일생의 반세기 정도를 재구성한다.

   
3대 수령 치하에서 북한 2인자로 군림한 사내. 김경희의 무섭고도 황홀한 구애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백두혈통의 품에서 반세기를 살아낸 사내. 소설 속 장성택은(어쩌면 실제 장성택도)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평생 실재하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그 공포는 먹이를 살려두고 있던 맹수처럼 끝내 그를 덮쳤다. 장성택은 특수한 권력의 수혜자이자 희생자다.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유일 영도체제에서 2인자의 권력이란 실체 없이 허망하다. 한 인간의 ‘절대 공포‘와 그로 인한 ‘완벽한 복종’은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 미스터리에 관한 해설이기도 하다. 장성택의 운명과 인간적인 선택을, 그 자신이 돼서 상상해본 독특한 작품이다.

   
장성택 전 북한 조선노동당 정치국 위원.
또 다른 단편 ‘외출’은 무기징역수가 호송버스를 타고 다녀온 잠깐의 ‘외출’을 다룬다. 교도소 밖 풍경을 본 것만으로 그는 8년 만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 앞으로 순식간에 소환돼 되살아난 살인의 감각에 몸서리친다. 그는 착실하게 적응한 사회(교도소)로 귀환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론’은 초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를 미래공상물처럼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간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되자 식량난을 비롯해 전 지구적인 문제가 범람한다. 화살은 ‘염치없이’ 살아남은 노인들에게 돌아가고, 인류는 대심판자 마론에게 72세 이상 노인의 처분을 맡기는 법을 제정한다.

정광모 소설가는 표제작 ‘장성택’에 관해 “절대권력하에서 2인자로 살다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인물을 언젠가 꼭 한 번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성택에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여지가 없었던 것은 맞지만, 또 어떻게 보면 후회하면서도 그 길을 계속 걸어가죠.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기도 해요. 대부분의 인간이 달콤한 삶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만족도 모르죠. 장성택을 통해서 그런 인간의 무모한 본능을 그리고 싶었어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23>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
  2. 2 르노삼성 노조 14일 2차 잠정 합의안 투표…통과 유력
  3. 3문재인 대통령, 노르웨이와 수소에너지 협력 논의
  4. 4이강인에 쏟아지는 러브콜…“레반테·아약스·PSV 관심”
  5. 5현대중공업 주총 관련해 사측, 폭력 혐의로 노조 79명 고소·고발
  6. 6‘아내 허위 취직시켜 횡령’ 김무성 사위 벌금형
  7. 7노래 실력 뽐내요
  8. 8BTS 부산 팬미팅 열기 고조…관람객 안전사고 예방 ‘비상’
  9. 9우후죽순 기장 동물화장장 ‘속수무책’
  10. 10김해공항 택시승강장서 6중 추돌, 70대 기사 “가속페달 잘못 밟은 듯”
  1. 1‘정치자금법 위반·무고’ 이완영, 의원직 상실…한국당 의석 112석으로 감소
  2. 2부산 중구 광복로 시티스폿에서 월드컵 결승전 거리응원 펼친다
  3. 3당정 "내년부터 이·통장 기본수당 月 30만 원으로 인상"
  4. 4심상정, 정의당 대표 출마선언…"총선 승리로 집권의 길 갈 것"
  5. 5오신환 "주말 국회정상화 마지노선…합의 안 되면 단독소집"
  6. 6‘뇌물 수수혐의’ 한규호 횡성군수 당선무효형 확정
  7. 7‘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사하구 정책투어 ’ 개최
  8. 8문재인 대통령, 노르웨이와 수소에너지 협력 논의
  9. 9전국 광역의회 의장단, 지방자치법 개정안 조속한 국회 통과 촉구
  10. 10부산 북구,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마중물 복지특강 진행
  1. 1 르노삼성 노조 14일 2차 잠정 합의안 투표…통과 유력
  2. 2BTS 부산 팬미팅 열기 고조…관람객 안전사고 예방 ‘비상’
  3. 3김해공항에 ‘불법 드론’ 잡는 ‘보안 드론’ 뜬다
  4. 4해양정책연합 출범…해양인 힘 모은다
  5. 5엄궁3구역 주택재개발사업, 관리처분인가 받아 곧 착공
  6. 6남천항·삼포항 등대 설치
  7. 7“대중 평가 받는 크라우드 펀딩, 성장 발판돼”
  8. 8부산 40여 개 축제 통폐합…글로벌 축제로 판 키운다
  9. 9신항 서컨 부두 공사 순조…개장 5개월 앞당겨질 수도
  10. 10모든 해역 2년 내 관리계획 수립…골재채취 등 ‘해양 난개발’ 제한
  1. 1오늘 국가장학금 신청 마감...만약 신청 놓쳤다면?
  2. 2의원직 상실 위기 이완영 의원, 과거 논란되었던 발언은?
  3. 3
  4. 4‘우산혁명 5년’ 홍콩시민 또 한번 혁명요구에 부응… “범죄인 중국 인도 철회”
  5. 5"롯데, 린드블럼에 '바이아웃' 20만달러 안줘도 된다" 1심 판결
  6. 6‘정준영 동영상에 여배우·아이돌’ 루머 유포자 “단순흥미 목적”
  7. 7김해공항 국제선 택시승강장 6중추돌 사고…택시기사 급발진 주장
  8. 83년 전 '정준영 황금폰' 경찰관이 덮었다
  9. 9"수박도 서서 키워요" 충북농기원 '수직 재배' 기술 연구
  10. 10해군사관생도,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100㎞ 행군
  1. 1‘여자축구’ 에이스 이민아 고군분투했건만… 여자축구 패배,그녀는 누구?
  2. 2롯데 고질적인 포수 문제, 승패의 변수가 아닌 상수
  3. 3베트남 축구협회, 박항서 감독 계약연장 협상 서두른다
  4. 4U-20 결승, 한국과 상대할 우크라이나는 어떤 팀?
  5. 5 한국 6실점 2연패…16강 반전 위해 3차전 노르웨이 잡아야
  6. 6 이강인에게 쏟아지는 러브콜…"아약스·PSV·레반테 관심"
  7. 7건강 나빠진 '축구황제' 펠레, 코파아메리카 참석 못할 듯
  8. 8포그바 첫 한국 방문 “서울 아름다운 도시다”
  9. 9롯데에 바이아웃 20만 달러 소송 제기한 린드블럼 1심 패소
  10. 10이강인에 쏟아지는 러브콜…“레반테·아약스·PSV 관심”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
소통하며 확장·진화…새 길 찾는 부산문화
문화 씬 새바람- “등단? 그걸 꼭 해야 하나요?”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공공도서관과 협업해 ‘풀뿌리 독서생태계’ 키운다
따끈한 문예지 ‘舊南(구남)’ 나오고, ‘인디무브’ 이사했어요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I Love 부산...마인드C
고진호
새 책 [전체보기]
급식 시간(서형오 지음) 外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칼 융의 분석 심리학 개척 과정
상실감 치유하는 맛있는 소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화기 - 김미희 作
끝없는 힘 Ⅷ - 강민석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세상은 온통 수상한 것 천지야 外
미디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빈집 /이성호
휴전선 바람소리 - DMZ 을지전망대에서 /김덕남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재미·의미 둘 다 잡은 ‘봉테일’…20년 전부터 지겹도록 “컷! 한 번 더”
굿바이 어벤져스…11년 간 사랑받은 그들의 기록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천국과 지옥
1977년과 2018년의 ‘서스페리아’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영화 만난 국악 판타지 ‘꼭두’ 부산 온다
영진위, 7년 만에 진정한 부산시대 개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6월 14일
묘수풀이 - 2019년 6월 13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自業自得
此起故彼起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