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첨성대’. 신라시대 천문대로 알려졌으나 저자는 여신상이자 신전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신문DB

국내 최초로 ‘여신(女神)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리스 크레타 섬과 제주도·경주·지리산 등을 다니며 10여 년간 여신문화를 답사했다. 저자는 유교와 불교가 한국사회를 지배하면서 음사(淫祀)로 몰리고 미신으로 배척당한 여신을 달빛 속에서 끌어냈다. 또 ‘여신’이 오늘날까지 곳곳에 생생히 남아있다는 사실도 밝힌다.

여신을 찾아서가 조명하는 여신은 ‘치마 입은 남신’이 아니다. 여신은 모든 이분법적 구분을 뛰어넘어 뭇 생명과 존재를 상호연결한다. 남성 또한 여신의 일부다. 아들도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젖을 먹고 자란다. 여신은 여성과 남성뿐 아니라 세상 모든 다양한 생명을 낳고 품는 통합적 모성이자 여성성이다.

첨성대를 보는 여신학적 시각이 신선하다. 우리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주 첨성대가 별을 보기 위해 높이 쌓은 ‘천문대’라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첨성대가 여신상이자 신전이라고 주장한다. 첨성대 맨 위에는 우물 정(井)자 돌이 2단으로 얹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간 몸체 두 곳에도 정자형 장대석이 걸쳐져 있다. 첨성대는 “온몸으로 자신이 우물임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물은 샘이나 연못과 함께 세계적으로 여신의 성소였고, 임신·출산과 긴밀히 관련돼 있다. 게다가 첨성대는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때 지었다. 저자는 첨성대의 정체가 ‘여성’을 키워드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힌다. 저자는 현재까지도 여신신앙이 활발하게 살아있는 제주도 신당을 방문하고, 하늘의 여신인 성모천왕이 있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서해에서 개양할미를 만났다. 이 시간은 인간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느낀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마고할미, 바리공주, 심청 등 한국 여신을 깊이 이해할 기회이자 여성의 내면·삶·공동체 안에 치유와 변화의 힘을 이끌어내는 페미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를 선사한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