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오영수 문학상 26번째 수상작
- 단절·상실·고독 상징으로 ‘가족’ 설정
- 가족에서도 고립된 아빠와의 관계 조명
- 가족끼리 형성된 모국어는 운명같은 것
지난 5일, 울산에서 오영수 문학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수상자는 김영하 소설가, 수상작은 단편 ‘오직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오영수 문학상은 지역에서 내실 있게 운영하는 문학상의 성공적 예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20여 년 넘게 지역 문학상으로서 권위를 지키기 위해 애쓴 지역 문인과 문학상 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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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오영수 문학상을 받은 작가 김영하. |
오영수 문학상은 울산 출신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3년에 제정된 문학상으로 올해로 26년째입니다. 현기영, 오정희, 공지영, 성석제 등의 소설가가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03년, 2012년에는 울산 출신 방현석, 박민규 작가가 문학상을 받으며 지역민의 긍지와 자부심에 큰 힘을 실었고 2015년에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충호 소설가가 수상하며 침체되었던 지역 문단에 청신호를 밝혔습니다.
오영수 선생은 1914년 경남 언양군 상북면(지금의 울산시 울주군)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양초등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생은 부산의 경남여고에서 교직 생활을 했습니다. 단편 ‘머루’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등장한 선생은 대표작 ‘갯마을’ ‘메아리’를 포함한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농어촌의 토속적 정서를 잘 드러내는 작가로 인정받았습니다. 말년에 귀향해 1979년 5월 15일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선생은 소설의 배경적 뿌리였던 고향, 갯마을에 묻혔습니다.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고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작가의 묘역 인근에 문학관을 건립, 육필원고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문명이 미치지 않은 원시적 바다를 잊지 못해 갯마을로 돌아온 해순이 오영수 소설에서 ‘회귀’의 상징이었다면, 김영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의 나와 가족은 단절과 상실, 고독의 상징입니다. 가족 안에서 고립된 나와 아빠를 희귀 언어를 쓰는 소수 부족의 마지막 두 사람으로 설정함으로써 드러내는 절대 고독과 소통의 불일치는 가족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소통에 미숙한 현대인의 여러 관계에 대입 가능합니다.
우리는 늘 상대를 향해 이미 죽은 말을 내뱉고 분절된 대화를 나누며 끊어진 관계를 이어갑니다.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 미국으로 떠나버린 동생이 사용하는 영어는 주인공, 현주에게 너무나 논리적이며 명쾌하고 이성적으로 들립니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끝내 저버리지 못한 현주는 말합니다. ‘저에게는 아빠가 모국어예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운명 같은 거예요.’ 갯마을의 해순도 그랬겠지요. 눈부신 멸치떼를 바라보며 바다는 ‘그냥 운명’ 같은 것이니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소설집에 실린 두 번째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유괴된 아들을 십 년 만에 되찾지만, 이미 부부는 직장을 잃었고 아내는 미쳐 버렸습니다. 아이는 친부모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 끝내 떠나 버립니다. 아이를 잃고 서로의 부주의함과 무책임을 탓하는 부부의 대화는 대못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그대로 박힙니다. 상처는 아물겠지만 흉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평생 흉터를 더듬으며 상실의 순간을 되새김질해야 하는 건 그들의 운명일까요. 그 가혹한 삶을 그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 걸까요.
50여 년 시간을 건너 ‘갯마을’의 오영수와 ‘오직 두 사람’의 김영하는 하나의 모국어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소설을 읽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한국어라는 모국어를 쓰는 이가 오영수와 김영하, 오직 두 사람이 아니라서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