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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파괴한 세상에 은밀히 전달된 한 편의 장송교향곡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M.T.앤더슨 지음 /장호연 옮김 /돌베개 /2만2000원

  • 국제신문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8-05-04 18:52:1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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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는 이 책의 부제이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사진)와 그가 사랑했던 도시 레닌그라드 그리고 교향곡 7번의 탄생에 얽힌 일화를 중심으로 풀어낸 기록이다.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한 삶, 서양 역사상 가장 길고 파괴적이었던 히틀러의 레닌그라드 포위전, 독재자 스탈린의 횡포 속 사투를 벌인 시민들의 처절한 이야기가 치밀하고도 유려하게 펼쳐진다. 쇼스타코비치를 통한 당대 러시아 사회와 예술계 풍경, 참혹한 전장의 모습이 넓게 조명되는 것이다.

장대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이다.

   
1941년 히틀러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한 이후 2년 반 동안 100만 명의 시민이 폭격과 굶주림에 죽어나가자, 쇼스타코비치는 이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교향곡 7번을 작곡한다. 교향곡이 마이크로필름에 담겨 은밀히 미국에 전달돼 연주되며 서방 연합국의 동맹을 강화하고, 1942년 레닌그라드에서 처음 연주되며 전쟁에 고통받은 이들을 일으키기까지, ‘7번 교향곡의 일대기’는 박진감이 넘친다.
무너진 세상을 위로하고 살벌한 역경에 기꺼이 저항할 용기를 전하는 음악의 힘은 새삼 감탄을 자아낸다. 끝내 무릎 꿇지 않은 도시 레닌그라드,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에 헌정하는 위대한 음악. 결국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곧 ‘한 편의 장송교향곡’인 셈이다. 소설가이자 고전음악 칼럼니스트인 M.T. 앤더슨의 해박함과 치밀한 조사가 빛을 발하는 역작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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