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창도주 수운 최제우 선생은 북쪽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동학이 한반도 남쪽 한 구석인 경주에서 창도되었으니 동학은 당연히 북쪽 어딘가로 퍼져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수운 선생은 항시 제자 최시형에게 말하기를 “우리 도의 운은 북방에 있다. 남북의 접(接)을 택하여 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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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과 기념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
또 말하기를 “나는 반드시 북접을 위하여 가리라”고 했다. 수운선생은 또 이런 시를 남겼다. ‘남진원만북하회(南辰圓滿北河回) 대도여천탈겁회(大道如天脫劫灰)’. ‘남쪽 별이 둥글게 차고 북쪽 하수가 돌아오면, 대도가 한울같이 겁회를 벗으리라’는 뜻이다.
남쪽이 원만해지면 북쪽도 강물을 바꾼다. 남쪽이 하나가 될 만큼 각성이 되면 북쪽도 저절로 바뀌게 되어 있다. 우리 남쪽부터 변해야 한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남쪽이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을 온전히 갖추어야 한다. 그때가 와야 북쪽도 변하고, 대도(동학)의 운이 피어난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더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가고 싶다”고 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북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언급했다. 그만큼 북한의 사정이 어렵고 절박하다는 것이겠지만, 자신들의 부족한 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였다. 스스로의 무능력을 인정한 꼴이니 놀라운 일이다.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등 평화로 가는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종국에는 좋은 결실을 이룰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지난 겨울까지만 하더라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러한 남북의 정세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나는 ‘촛불혁명’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한다. 당면한 전쟁의 위험을 돌파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은 촛불혁명에 반영되었고, 우리는 이제 북한을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북한은 그동안 생존을 위한 협상카드로 핵을 무리하게 개발했고 이제 그 핵을 활용해 평화 협상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남과 북, 북과 미 사이에 전쟁이 터진다면 그 전쟁이 국지적이고 단기적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며 가공할 만한 공포다. 궁하면 통한다 했다. 촛불 이전의 지난 정부였다면 이러한 상황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진작 이랬어야 하는데 잃어버린 70여년 세월이 너무 통탄스럽다고들 한다. 늦었지만 때가 된 것이다. 해월 최시형은 이런 말씀도 남겼다. “우리 도는 우리나라에서 나서 장차 우리나라 운수를 좋게 할 것이라. 우리 도의 운수로 인하여 우리나라 안에 영웅호걸이 많이 날 것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 평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영웅호걸들을 우리는 지금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