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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9> 사라져 가는 축제성을 찾아서

관객이 함께 들썩이는 부산의 연극 축제를 보고 싶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01 18:56:4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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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든버러 등 세계적 페스티벌
- 관객·배우 자발적으로 어울려
- 서서히 자생력 갖추면서 성공

- 지역에서 열리는 몇몇 연극제
- 들썩이는 맛 사라지고 빛바래
- 연극의 ‘기본’ 요소 되새기길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os),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에 해당하는 이 고대의 신은 알려져 있다시피 술의 신이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 신과 인간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다. 세멜레가 제우스의 부인 헤라의 꾐에 빠져 죽자 제우스는 세멜레의 뱃속에 있던 6개월 된 디오니소스를 자신의 넓적다리에 넣고 꿰매어 나머지 달수를 채워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 이후 청년이 된 디오니소스는 광기에 휩싸여 각지를 떠돌아 다니다 여신 레아를 만난다. 그 뒤로 주변 지역들에 포도나무 재배 및 포도주 만드는 법과 함께 자신의 종교를 전파할 수 있었고, 이윽고 고향 그리스에 도착한다.
   
해마다 8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공연 예술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현장.
■디오니소스축제의 탄생과 발전

한편 디오니소스 주위에는 항상 따르는 무리가 있었는데 ‘미친 여자들’이라는 뜻의 마이나데스(Mainades)라는 여신도들이다. 이들이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는 의식으로 시작된 디오니소스 축제는 이탈리아 반도로 전해져서 바커스 축제가 되었다. 그리고 마이다네스로 불리던 여인들은 박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바커스 축제는 처음에는 여성 신도들이 참석해 비밀리에 행해졌으나, 나중에는 남자들의 참석이 허용되었으며, 한 달에 5차례나 열릴 정도로 성행하였다. 바커스 축제는 대개 먼저 바커스 신에게 헌주한 뒤에 와인 연회를 벌였으며, 축제가 절정에 이르러서는 술에 취해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산기슭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었고, 산짐승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피가 뚝뚝 흐르는 날고기를 먹었으며, 집단 성행위들이 난무하였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극단적인 광기의 의식을 추종하는 세력이 늘어나자 이는 곧 사회적 공포의 대상으로 비쳤고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그리스 문명은 디오니소스신앙을 체제 내에 편입시킨다. 2년에 한 번씩 축제를 벌이는 형태로 받아들여 광기 역시 맹목적인 것이 아닌, 정상적인 노동으로 회귀하기 위한 잠깐의 질서 파괴로 받아들여지게 되어 평민에게 매우 높은 지지를 받게 된다. 이후 디오니소스 신에게 바치는 축제인 디오니소스대제전은 그리스 최대의 희·비극 경연대회로 자리매김 한다.

■연극 3대 요소 관객, 그리고 박카이
연극의 어원인 theatron은 고대 그리스극에서 ‘관객석’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연극에서 관객은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와 교감하여 적극적으로 연극의 일부가 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관객의 역할은 오늘날 무수한 연극 축제의 대상이자 주체로서 막강한 지위를 얻고 있다. 디오니소스축제가 연극의 기원과 무관하다는 사실 말고도 그를 추종하던 박카이(마이다네스)들이 관객이라는 이름으로 교차된다는 점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박카이들의 축제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였던 것은 바로 자발성 덕분이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축제, 유수한 연극제의 출발과 성공 역시 이러한 자발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아비뇽축제,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이 성공한 이유도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이들이 스스로 주변부에서 공연을 펼치기 시작하면서이다.

   
부산에도 몇 개 연극축제가 있다. 4월 부산연극제, 5월 부산국제연극제, 가을 즈음 부산가을연극페스티벌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건 작은 연극축제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어쩐지 축제라는 이름은 있는데 들썩이는 맛이 점점 사라져 빛이 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드는 이와 보는 이 모두 즐기며 함께 들썩이는 축제의 자발성. 그것이 보고 싶다.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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