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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9> tvN ‘숲속의 작은 집’

박신혜·소지섭의 ‘자발적 고립’…소음에 지친 현대인의 귀 열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01 18:53:5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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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속에서 장작이 탄다. 초보가 팬 장작은 저마다 크기도 다르고 굵기도 다르다. 저녁 나절 내내 난로의 주인은 하룻밤 날 만큼의 장작을 도끼로 쪼갰다.
   
배우 박신혜(위)와 소지섭의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숲속의 작은집’ 포스터.
빈 공간을 자연스레 두고 좁은 화목난로 속에 장작을 쌓고, 츳, 츳츠, 성냥을 사포에 긋는다. 한두 번으로는 좀체 불꽃이 일지 않는다. 한 번 부러뜨리고, 두 번째 성냥을 그어서야 화르륵, 유황에 불이 붙는다. 조바심을 내며 장작을 조금 뒤척이면, 마침내 벌건 빛이 점점 나무껍질에서, 속살로, 나무의 중심으로 꺼먼 것을 남기며 번진다. 젖은 장작과 마른 장작은 불기가 스미면 각각 다른 소리를 낸다. 카메라는 신중하게 난로 안을 들여다본다. 1분, 자그마치 60초 동안 가만히 불꽃만 비추는 카메라, 타닥탁 나무 타는 소리가 고막을 조용히 침범한다. 고성능 마이크가 틀림없다. 눈을 감는다. 젖은 장작은 자그르르 습기 끓어오르는 소리가 베이스음처럼 숨어 있다. 마른 장작이 타는 소리는 좀 더 가볍다. 물기를 이미 버린 나무는 가볍게 탄다. 탓탓탓, 나뭇결을 따라 쪼개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린다.

tvN ‘예능’, 자그마치 ‘예능 프로그램’인 ‘숲속의 작은집’은 우리나라 예능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포맷이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는 부제를 단 예능프로그램이라니. 제작진은 고립무원 숲속에 단 두 채의 집을 지었다. 공공 전기도, 수도도, 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집이다. 최소한의 전기는 지붕에 설치된 작은 태양광 장치로 해결한다. 집 주변의 개울물, 산꽃, 이끼, 거미줄 따위를 실컷 보여주고, 산새 소리를 한동안 들려주고서야 사람이 등장한다. 피실험자 A와 B이다.

둘은 각각 다른 집에 산다.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2박 3일을 그 집에 산다. 둘은 이웃하지도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도 않는다. B는 혼자 있을 때도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예능에 충실하려고 억지 상황을 만들지도 않는다. 자가발전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요리한다. A는 그나마 셀프 촬영을 하는 카메라를 향해 덤덤한 이야기를 한다. 쇠고기뭇국을 끓일 거예요, 지금 무를 썰고 있습니다, 아, 맛있어요. 정도의 간단한 안내.

   
제작진은 메시지 몇 개만 간간히 보낸다. 숲속에 들어가서 자연의 소리를 채취해오세요. 가지고 있는 것 중 불필요한 것 다섯 개를 버리세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세요. 언뜻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미션. 트렁크 하나를 채워 온 짐 중에서 무엇을 버릴 것인지 A는 고민하고, B는 모자 두 개 중에 하나를 휙 던져버린다. 한 번에 하나만 해야 하는 미션에선 음악을 들으며 요리를 할 수 없다. A의 집에선 또각또각 무를 써는 소리, 무가 냄비 바닥에 쏟아지는 소리, 생선을 졸이는 소리만 흘러나오고, B의 집에선 채끝살을 버터구이하는 소리만 들린다. 나는 일부러 볼륨을 조금 높이고, 텔레비전 앞에 놓인 빈백에 깊숙이 몸을 묻고 팔다리를 늘어뜨린다. 다시 눈을 감는다. 소리가 식욕을 돋운다. 냄새가 아니라 소리 때문에 음식을 그리워한 적이 언제였던가. 사람이 살아가는 소리가 소음이 아니었던 적도 언제였던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마치 내가 그 집 속에 있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는 핸드폰을 끈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못한다. 자발적 고립, 간절히 원했지만 할 수 없는 것. A와 B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누구도 배려할 필요 없다. 나는 간절히, 우리에겐 숲속의 작은 집이 필요하다고 되뇐다… 아, A와 B는 배우 박신혜와 소지섭이다… 최적의 캐스팅이다… 달콤한 잠이 스민다….
작가·글쓰기 강사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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