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신학자 헤쉘(Heschel·사진)은 그의 유명한 저서 ‘안식’(Sabbat)에서 이런 말을 한다. “로마인들은 두 가지 것을 몹시 갈망했는데 하나는 빵이고, 다른 하나는 원형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경기였다. 하지만 인간은 빵과 그런 경기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깊은 생각보다는 현실을 중시했던 로마 사람의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우리 역시 로마인처럼 하루하루 먹고 입고 살아야 하는 의식주 문제와, 어떻게 인생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가 하는 이 두 가지에 매달리면서 살아간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실 한가운데서, 주어진 다급한 일들을 쫓아가면서 뛰어간다. 멀리 깊이 내다볼 여유가 없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우리 생각을 점점 더 피상적이고 표피적인 것으로 끌어올린다. 그래서 일과를 마치면 쾌락과 정욕의 표피적인 즐거움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을 결정할 때에 ‘그것이 돈이 되느냐’와 ‘그것이 재미있느냐’를 갖고 저울질한다. 돈과 쾌락은 우리를 만족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그러나 헤쉘의 말처럼 인간은 빵과 경기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영국의 유명한 칼럼니스트 버나드 레빈은 “1만4000번째로 말하지만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좀 괴짜 같은 사람이다. 그는 세계 수많은 사람이 행복하다면서 부러워하는 유럽인의 공허함을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물질적인 풍요와 더불어 행복한 가정과 같은 비물질적인 축복을 소유하면서, 조용하고 때로는 시끄럽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절망스럽기도 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기 속에 텅 빈 구멍이 있는데, 아무리 많은 음식을 그 안에 부어 넣고, 아무리 많은 자동차와 텔레비전으로 채워 넣으며, 아무리 잘 자란 자녀들과 충실한 친구들로 그곳을 메운다 해도, 그 빈 구멍이 아프다는 것 외에는 아무 깨달음이 없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빵과 운동경기 또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더 깊은 세계가 있다. 바로 영혼의 세계다. 우리 모두에게는 영혼이 있다. 그 영혼은 빵과 경기가 아닌,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으로만이 채워질 수 있는 세계다. 어거스틴의 고백처럼 하나님을 만날 때에 비로소 그 영혼은 쉼과 만족을 얻게 된다.
우리 삶은 일주일 단위로 돌아간다. 육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고 있다. 이것은 엿새를 일하고 하루를 안식하도록 정하신 하나님 말씀을 따라 서구사회에서 발전해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속에는 안식일의 원리가 담겨있다. 하나님이 엿새의 노동과 하루의 안식일을 주신 것은, 단순히 육체의 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 영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신 것이다. 동분서주하며 방향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길에서 잠깐 숨을 돌이키며, 모든 것의 주인이 되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아볼 때에 우리 삶은 방황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한 주에 엿새 동안은 땅에서 이윤을 짜내며 이 세계와 씨름하지만, 안식일에는 영혼 속에 심겨진 영원의 씨앗을 각별히 보살핀다.” 이 헤쉘의 말과 같이, 바쁘게 쫓기는 일상의 삶 속에서 언제나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 바란다.
부산중앙교회 담임목사·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