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년간 부산 기반 활발히 활동
- 선후배 예술인들 애도 줄이어
- 김문홍 평론가 “연극계의 모범”
- 박상규 배우 “뭐든 척척 재주꾼”

지난 20일 타계한 배우 하현관과 오래 세월 막역했던 연출자 구현철은 그를 ‘인간을 담아내는 배우’로 기억한다. 구 연출자는 “그는 말이 없는 편이었지만, 그의 침묵이 결코 내면에서 조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언제나 ‘사람’이라는 소란스러운 침묵을 챙기고 다니는 연극배우였다. 그의 연기는 호들갑스럽지 않고 인간의 잔잔한 세월을 보여줬다”고 표현했다.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구 연출자는 2000년대 초반 ‘열린소극장 연극공동체’ 활동 등을 비롯해 많은 작품과 활동을 하현관과 함께했다.

	지난 20일 지병으로 타계한 배우 하현관. 사진은 2008년 초연한 극단 차이의 연극 ‘어떤 싸움의 기록’(연출 구현철, 출연 하현관 진선미 유재명 이효림)에 출연한 고인의 모습. 국제신문 DB

부산의 연극·영화배우이자 마임이스트 하현관이 지난 20일 새벽 53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에 부산 연극계는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2015년 발병한 대장암이 끝내 그를 집어삼켰다. 부산 연극인들 사이에서 그는 신뢰와 사랑을 받은 배우였다. 많은 동료는 그를 “과묵하지만 심성이 곱고, 재주가 많아 무슨 일이든 묵묵하고 든든하게 해내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말이 없지만, 무대에서 뿜어내는 응집된 표현은 그토록 강렬했다. 묵묵하지만 열정적으로 부산 연극계에서 구심력 있는 역할을 맡아온 그의 부고에 부산 연극계의 상실감은 깊다.

극작가이자 연극비평가 김문홍 씨도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말이 별로 없고, 심성이 고왔다. 재주가 많아 무대 세트도 만들고,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는 재능 많은 친구였다. 본인 일을 언제나 묵묵하게 해내 연극하는 사람의 모범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안타깝고 연극계의 큰 손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애도했다.

극연구집단 시나위의 박상규 배우는 그를 ‘하가이버’라 불렀다. 박 씨는 “손재주가 좋아 별명이 ‘맥가이버’를 붙인 ‘하가이버’였다.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하고 든든하게 힘든 걸 척척 해결했다. 그가 투병 중일 때 제주에 동행한 적이 있는데 임종 직전까지 운동을 하는 등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아끼는 후배를 보내는 마음이 슬프다”고마음을 전했다.

고 하현관 배우는 1966년생으로 극단 현장(1975년 창립)에서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연출가, 마임이스트로 활동했고, 영화 ‘사생결단’ ‘부적격자’ 등에 출연했다. 2011년 부산의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그는 22일 경남 창원 공원묘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