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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8>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공공문화예술회관

평일 단 하루 공연 대관료만 400만 원…지역 예술인 엄두도 못내는 공공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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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4-17 18:58:4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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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극제(4월 12일~29일)가 시작됐다. 겨울철 비수기가 지나고 봄이 되면 부산 연극이 서서히 활기를 찾는 시기인 것 같다. 관객 처지에서는 모처럼 넓은 공연장(부산문화회관 중극장 775석, 시민회관 소극장 407석)에서 스케일 있는 연극을 이어 볼 수 있는 호기이다. 연극을 만드는 이들에겐 대관료 걱정을 덜고(연극제에 참가하는 작품의 대관료는 부산연극협회가 부담한다), 널찍한 공간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극제 기간이 지나면 극단들이 400석 이상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문화회관’이라는 이름을 단 극장에서 극단 ‘자체 제작’으로 공연을 올리는 건 아예 엄두를 못 낸다.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지난 부산국제연극제 개막식. 국제신문 DB
지난달 끝낸 공연 ‘트라우마’(2월 22일~3월 3일. 일터소극장)는 ‘전회 만석’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산 결과는 적자였다. 공연이 끝나고 휴식 시간을 갖는 중 문화기획자인 지인 한 명과 오랜만에 차 한 잔 나눌 기회가 있었다. 기획자인 그는 당연히 운영에 관해 궁금해했다. 전회 만석에 유료관객 점유율이 거의 90%였음에도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와 내린 결론은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150석 이상의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것과 장기 공연을 해야 그나마 초기투자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150석이 넘는 개인 운영 소극장은 없다. 그렇다면 문화회관이라는 명칭을 건 공연장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공공의 문화예술회관들이 우리(공연예술종사자)에게는 너무 높은 문턱을 가졌다.

부산문화회관시설대관료 규정에 따르면 중극장 775석(휠체어 8석 포함) 기준으로 순수예술공연에 한하여 1회 기본시설사용료는 83만원이다. 그런데 단서가 달린다. “기본사용료의 1일은 총 3회이며, 1회는 오전, 오후, 저녁 중 하나를 말함(오전 09:00~12:00, 오후 13:00~17:00, 야간 18:00~22:00)”, 이 말은 공연을 위해 하루를 대관하려면 249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알다시피 공연을 위해 무대미술과 조명을 설치할 준비일이 필요하다. 준비일 대관료는 1시간 10만5000원이다. 무대설치(미술, 조명 등)에 필요한 시간을 대략 8시간이라 쳐도 준비일 역시 최소 84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거기다 조명시설, 음향기기, 덧마루(무대 바닥을 부분적으로 높여야 할 경우에 쓰는, 일정 규격을 가진 마루 형식 무대 장치) 등의 사용료는 별도이다. 결론적으로, 단 하루를 공연한다 해도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거의 400만 원이 든다.( 이 산출은 평일에 한한 것이고 토·일, 공휴일은 사용료의 120%을 지불해야 한다.)

연극 한 편 만드는 데 과연 예산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작은 소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라 하더라도 출연료 포함 최소 2000만 원이 필요하다. 문화회관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이라면 당연히 제작비가 훨씬 더 든다. 그렇다면 산출 기준을 중극장이 아니라 200석 규모 부산문화회관 사랑채(소극장)로 낮추어볼까. 앞의 규정에 한하여 산출하면 소극장의 경우 단 하루 공연을 위해 대관료로 약 250만 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계산은 틀렸다. 단 하루 공연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손익계산을 넘어 연극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단 하루 공연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야말로 일회성에 그치는 공연은 낭비일 뿐이다.
   
부산에 공공문화예술회관으로 부산문화회관을 비롯해 시민회관, 해운대문화회관, 금정문화회관, 동래문화회관, 을숙도문화회관, 부산예술회관, 영도예술회관 등이 있다. 대관규정이야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쳐도 이들 중 공연장으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몇몇은 앞서 산출한 부산문화회관 기준과 엇비슷하다. 부산에 국제아트센터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두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공연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제대로 된 좋은 공연장을 무작정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의심이 든다. 기존의 문화회관들처럼 정작 지역예술가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나 그림의 떡으로 존재하지 않을지.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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