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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해국'이 수놓을 ‘푸른’ 부산현대미술관

대형마트같은 건물 개선 위해 외관에 ‘수직정원’ 조성 본격화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4-16 19:02:4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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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서 자생하는 175종 식재
- 사계절 내내 초록 잎 볼 수 있어

- 설치 맡은 권위자 패트릭 블랑
- “부산의 인상적인 식물 여럿 포함
- ‘살아있는 그림’으로 보길 바라”

‘마트 같다’고 비판받던 부산현대미술관 외관을 변화시킬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의 개요가 드러났다. 부산을 상징하는 ‘이기대 해국’을 비롯해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작살나무’, 멸종위기 식물 등 175종이 식재돼 오는 6월 중순 개관부터 시민을 맞을 예정이다.
   
지난 14일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수직정원’ 설계자 패트릭 블랑이 동아대 조경학과 학생들과 함께 현대미술관 외벽에 식물을 심고 있다. 김종진 기자
부산 사하구 을숙도 안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은 건물 외관을 개선하기 위해 외벽 정면과 측면 일부(1300㎡)에 ‘수직정원’을 조성(국제신문 지난해 10월 23일 자 21면 보도)하고 있다. 수직정원은 식물이 수직 벽면에서 자라도록 디자인한 정원이다. 수직정원 창시자인 세계적인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65·프랑스·Patrick Blanc)이 설치를 맡아 단순한 식물 심기 차원을 넘어 정원 예술로 선보인다. 수직정원은 오는 6월 15일 개관하는 현대미술관 개관전의 중요한 꼭지다.

패트릭 블랑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14일 두 번째로 현대미술관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블랑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은 끝났다. 다음 주말(21, 22일)이면 식재가 마무리된다. 외벽에 설치한 비계를 제거하면 식물이 햇볕을 많이 받아 더 빨리 자랄 것이다. 개관일엔 식물이 풍성하게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6월 15일 개관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외벽을 푸르게 단장한 ‘수직정원’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건물 앞에 가져다 놓은 다양한 식물을 외벽에 심을 예정이다. 김종진 기자
블랑은 지난해 부산을 방문해 현대미술관과 을숙도 주변 환경, 해안가와 금정산 등을 돌며 자생식물을 살폈다. 프랑스로 돌아가서는 식재할 식물리스트 175종(4만 그루)을 결정하고, 각각 식물을 어디 심을지 ‘그림’을 그렸다. 동아대 강영조(조경학과) 교수와 지역의 조경설계 업체 CAT 김용희 소장이 자문을 맡아 블랑이 원하는 식물을 실제로 구할 수 있는지, 구할 수 없다면 어떤 식물로 대체할지 조언했다. 이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수직정원 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외벽에 PVC 패널과 이중 펠트를 장착했고, 관수 시스템을 설치했다. 현재 식물을 외벽에 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동아대 조경학과 학생 50여 명이 블랑과 함께 수직정원에 식물을 심었다.

블랑은 부산에서 받은 인상을 수직정원에 구현했다. 175종 모두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인데, 특히 부산에서 본 식물을 주요하게 배치했다. 그는 “지난 방문 때 이기대에서 ‘해국’을 봤다. 파란 가을 하늘, 회색 바위 위의 남보라빛 해국 색깔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산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현대미술관 정면에 해국 1500본을 수평으로 넓게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어사에서 본 넉줄고사리도 심는다. 그는 “바위를 기어가는 모습이 예뻤다”고 말했다. 백두산에서 채집한 작살나무, 울릉도 자생식물 섬댕강나무·섬개야광나무, 멸종위기 식물 죽절초와 삼백초도 심는다.

   
해국
수직정원은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겨울이 추운 한국, 바람이 많이 부는 을숙도에서 식물이 과연 오래 자생할까 우려가 있다. 블랑은 “175종이나 되는 다양한 수종을 선택한 이유는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바람이 세게 불면 잎이 떨어지거나 가지가 꺾이겠지만, 바람에 강한 종을 선택했기에 식물이 고사하진 않을 것이다. 겨울 평균온도가 부산과 비슷한 파리의 수직정원도 추위에 잘 견디고 있다. 현재 15~20년 된 수직정원이 있고, 30년 된 곳도 있다. 식물이 죽는 건 물을 주지 않는 등 사람이 실수를 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색깔과 성장 속도를 가진 수직정원을 ‘살아있는 그림’으로 보기를 바란다. 미적 체험과 함께 자연에도 눈떴으면 좋겠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연의 풍부함과 다양성, 생명력을 느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동아대 강영조 교수는 “지상의 식물원이 벽에 그대로 붙는 경이로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세계적인 전문가 블랑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의미 있다. 도시의 삭막한 벽면이 초록으로 변하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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