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은 자폐증을 앓는 소년이다. 벌레를 잡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가 하면, 도너츠는 언제나 딱 네 개만 먹는다.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걸 끔찍이 싫어하고, 미술 시간엔 모자 쓴 나비를 반복해서 그린다. 말이 어눌하고, 이따금 침을 질질 흘려 친구들은 틈만 나면 마틴을 놀리지만, 주인공 ‘나’에겐 가장 친하고 소중한 친구다.
‘나’는 당연히 마틴이 여느 아이들과 똑같지 않다는 걸 안다. 같은 학년이지만 언뜻 보기에도 머리 하나 차이가 날 만큼 키가 크고, 말투가 어눌해 감정 표현도 서툴고, 수업시간에도 버벅거리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처럼 마틴의 단점에만 집중하지 않고 마틴이 잘 하는 것을 본다. 수학을 못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식단 한 달치를 달달 외울 만큼 좋은 기억력 덕분에 점심시간에 뭘 먹을지 미리 알 수 있는 장점 말이다.

내 친구 마틴은 말이 좀 서툴러요는 자폐증을 앓는 친구 마틴의 겉모습만으로 모든 걸 재단하지 않고, 이면에 감춰진 장점을 발견해 주는 넉넉함과 너그러움을 이야기한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는 그들을 본 듯 안 본 듯 그냥 지나치지 못할까? 차가운 시선은 칼이 되지만, 담담한 시선은 숨통이 된다’(류승연 지음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중). 나와 조금 다른 사람, 어떤 면에서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 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법을 배우는 데서 시작된다. 스페인의 저명한 작가 알레인 아지레의 어린이 책이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