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웅이 내놓은 새 만화책 그해 봄-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박건웅의 만화’이다. 용틀임도 풍파도 천둥도 번개도 내장하지 않은 듯 잔잔히 부드럽게 가슴에 스며오는데, 그 끝에 가서 묵직한 공감이나 격동을 남긴다.
미국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이 유대인의 시선에서 나치의 만행을 담담한 필치의 만화로 그린 ‘쥐’가 만화계의 묵직한 명작으로 꼽히는 것과 비슷한 인상이 남는다.
인혁당 사건은 독재 시대인 1964년과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일으킨 시국 사건이며, 고문과 조작으로 점철된 사건이다. 제2차 인혁당 사건은 특히 참혹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붙잡은 8명, 우홍선 김용원 송상진 하재완 이수병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이 간첩이라며 사형을 선고했고, 그 사형 선고가 내려진 지 불과 18시간 뒤인 1975년 4월 9일 새벽 이들 8명을 한꺼번에 모두 사형시켰다.
국제법학자협회는 당시 이 일을 인권 침해로 규정해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칭했고,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항의했으며, 2007년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는 이렇게 판결했다. “우홍선 송상진 서도원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도예종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 내란예비음모의 점, 반공법 위반의 점, 피고인 여정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 내란예비음모의 점 및 반공법 위반의 점 중 반독재구국선언문 제작 배포로 인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반공법 위반의 점은 각 무죄.”
박건웅 만화가는 희생자 8명의 유가족, 선후배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들을 아버지로, 남편으로, 평범한 시민으로 되살려내고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