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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화현장 <45> ‘손자병법’ 연구하는 공학자, 부경대 박승섭 교수

이순신·나폴레옹처럼… ‘승리의 기술’ 알고자 읽고 또 읽었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4-12 19:02:3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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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애호·경외 넘어
- 손자병법 파고든 건
- 총장선거 낙선이라는
- 뼈저린 패배 있었기때문

- 한자 6108자 곱씹으니
- 명전투 명승리 비법이
- 이 속에 다 담겨있었네

- 손자가 말하는 승리를 탐색하는 기술
- 누가 공학자 아니랄까바
- 130개 도표·수치로 따진
- 새로운 ‘손자병법’ 나왔다

‘손자병법’ 만큼 ‘일방적인’ 찬사만 듣는 고전은 드물 것이다. 사상사의 맥락에 따라 ‘논어’나 ‘맹자’ 같은 불세출의 고전도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손자병법’은 사정이 다르다. 칭송 존경을 보낼 뿐 비판하거나 욕하는 사람이 없다. 부경대 컴퓨터공학과 박승섭 교수에게 이야기를 청해 들어보자.
   
2016년 펴낸 ‘손자병법’ 번역본의 개정판을 최근 출간한 부경대 박승섭(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손자병법’의 세계를 설명하며 웃음 짓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나폴레옹은 ‘손자병법’을 탐독했죠. 프로이센 빌헬름 1세는 ‘손자병법’을 미리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탄식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장성들도 이 책을 봤어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휘한 슈워츠코프는 ‘손자병법’을 외우다시피 하면서, ‘손자병법’을 녹음해서 들으며 다니라고 부하들에게 권했죠. 세계 유명 대학 MBA 과정에서 ‘손자병법’을 강의합니다. 제가 번역하면서 큰 도움을 얻은 책 가운데 하나가 새뮤얼 B. 그리피스의 박사 논문이자 저서 ‘SUN TZU The Art of War’이기도 하죠. ….”

‘손자병법’과 관련해 최근 거론된 인사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있는데 7000권이 넘는 장서를 샅샅이 읽어 줄줄이 꿰고 있다는 그는 ‘손자병법’을 하도 읽어 책이 너덜너덜하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장계를 군사 측면에서 읽어보면, 이순신 함대의 모든 군사작전은 철저하게 ‘손자병법’에 바탕을 뒀다. 이순신 함대의 군사작전과 ‘손자병법’의 싱크로율(합치됨의 정도)은 100%라고 말할 수 있다. 이순신 함대는 ‘불패’였다.

■정통파 공학자의 ‘손자병법’ 연구

   
손자
‘손자병법’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외우다시피 하며 깊이 연구하는 학자가 또 있다. 그런데 인문학자나 한문학자가 아니라 공학자다. 부경대 컴퓨터공학과의 박승섭(63) 교수다. 그는 2016년 ‘손자병법’을 번역하고 해설한 ‘손자병법’(시와사상사)을 처음 펴냈고, 이를 보완하고 고친 개정판 ‘손자병법’(센텀북스)을 최근 내놓았다. 그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일본 니혼대학에서 공학 석사, 도호쿠대학에서 공학 박사를 받은 정통 공학자이다. 그런데 왜?

“고전에 대한 경외심이 제게는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양 고전에 관심이 많았고 나이가 들면서, 특히 60대 들어서는 고전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달았죠.”

고전에 대한 경외와 애호를 넘어 공학자의 시선으로 ‘손자병법’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저서를 펴내기까지는 계기가 있었다. 박 교수는 2012년 부경대 총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총장 선거에서 지고 나니 굉장히 허전했어요. 사람들은 떠나고,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몸도 아팠습니다. 병원에 누워있으니 생각이 깊어지는데 문득 ‘손자병법’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한국에서 나온 여러 판본을 읽고 있자니 40대와 50대 초에 읽었던 것과 다르게 다가오고 앞뒤 문장의 의미가 더 명확해지더군요. ‘손자병법’은 6108자 한자로 돼 있습니다. 한자나 문장도 아주 까다롭지는 않고요. 나의 시선으로 직접 번역해보자. 이렇게 된 거죠.”

■전쟁론·오륜서 비교·참조하며 번역

컴퓨터공학자의 ‘손자병법’ 번역은 그렇게 뼈저린 패배의 체험을 바탕으로 실존적인 계기에서 시작됐다. 무릇 많은 인문 고전은 그 문장과 내용을 ‘실존적인’ 차원에서 마음 깊이 빨아들여야 몸속으로 들어온다.

“지금까지 ‘손자병법’을 300~400번은 읽은 것 같군요. 마침 2014년 1년간 연구년이 주어지면서 시간 여유가 생겨 한국 책, 중국 책, 일본 책, 서양의 책을 참조해가며 ‘손자병법’ 번역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박 교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 같은 병법서의 고전을 비교·참조하는 접근을 했다고 한다.

번역과 해설을 하면서 공학자다운, 또는 공학자가 아니면 생각해내기 힘든 발상을 그는 번역본에 접맥한다. “공학자의 시각과 방식으로 ‘손자병법’ 문장을 도표로 정리해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 시각화한 것이 제 번역본, 특히 개정판의 특징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접근법이죠.” 개정판에는 저자가 정리한 ‘손자병법’의 핵심을 무려 130여 개 도표에 담았다. 이들 도표의 직·간접 효용은 별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해도, 이런 비주얼(visual)한 접근은 저자가 ‘손자병법’을 내용과 체계를 깊이 연구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소화했음을 말해주는 지표이다.

■공학자의 시선

컴퓨터공학자다운 시선은 다른 대목에서도 빛을 낸다. ‘손자병법’을 아직 접하지 못한 이라면, 이 고전을 싸움의 기술과 작전의 비결을 담은 절륜의 비급서로만 짐작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백성을 사랑하고 천하를 평화롭고 이롭게 하려는 세계관을 집약한 ‘사상서’의 면모부터 심리·정치·행정·준비·작전·병참·간첩·공학·토목·수학·문학 등 실로 다채로운 요소가 절묘하고 조화롭다.

공학자인 그는 인문적 접근과는 좀 다른 공학적 감성도 발휘한다. “무릇 십만 대군을 일으켜 천 리 밖으로 원정을 가게 되면, 백성이 부담하는 비용과 나라의 재정 지출은 하루에 천금이 소모된다. 나라 안팎이 시끄러워지고, 군수물자 수송에 강제 동원되어 지치고,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칠십만 가구에 이르게 될 것이다.”(제13편 용간·344쪽) “적에게서 구한 식량 1종은 본국에서 실어온 식량 20종에 해당하며, 적의 말먹이용 사료 1석은 본국의 20석에 해당한다.”(제2편 작전·58쪽)

“저는 공학자이니까 이렇게 숫자가 나오는 대목은 수학적으로 따져보게 됩니다. 그렇게 계산을 해보면 ‘칠십만 가구’나 ‘적에게 구한 1종의 식량이 본국에서 실어온 식량 30종에 해당한다는 표현이 그저 비유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 세대에게도 꼭 필요한 책

그는 개정판을 내기 전부터 ‘손자병법’을 매개로 뜻깊은 일을 해왔다. ‘교과 논리 및 논술’이라는 강의를 개설해 ‘손자병법’을 부경대 학부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강의는 호응이 높아 한 번 수강한 학생이 또 들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 그에게 ‘손자병법’의 요체를 한마디에 압축해달라고 졸랐다.

“손자가 말하는 승리를 탐색하는 기술(the Art of War)입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부터 패배의 경험이 있는 장년·중년·노년층까지 꼭 ‘손자병법’을 세계를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꼭!”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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