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가 안내하는 20주년 특별전 <상> 모던과 혼성, 일제강점기 부산미술

어둠에 덮였던 미지의 세계 … 부산미술 ‘모던 정신’을 깨우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08 18:52:14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부산 근현대 미술 태동기를 돌아보고 있다.(국제신문 지난달 6일 자 22면 보도) ‘개관 20주년 특별전’은 1부 ‘모던·혼성 : 1928~1938’을 통해 일제강점기 부산 미술의 흐름을, 2부 ‘피란수도 부산_절망 속에 핀 꽃’에서 피란기 부산 미술의 역할을 되짚는다. 그동안 한국 근현대 미술사 태동기 부산 미술의 역할이 제대로 조명된 적은 없다. 이에 이번 전시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진철 학예연구관, 박진희 학예연구사가 1회씩 개관 20주년 특별전을 안내한다. 전시는 오는 7월 29일까지.

- 부산미술전람회 주도 日 화가
- 조선인의 일상 세심히 관찰·표현
- ‘평등하지 않다’는 미묘한 시선도

- 부산 청년서양화가 8명 ‘춘광회’
- 日 4명 주도 단체로 알려졌지만
- 넷 중 3명이 창씨개명한 조선인

- 다루기 꺼렸던 일제강점기 작품
- 한국 근대미술 재구성 토대 마련
   
안도 요시시게 1928년 작 ‘시장 풍경’(9×15㎝). 일제강점기 조선의 시장 풍경을 생생하게 그렸다. 일본 마쓰야마시 호조 후루사토관 소장
일제강점기 부산에는 일본인이 발간하던 ‘부산일보’가 있었습니다. (현재 부산일보와는 관계 없습니다) 부산일보사는 연례 미술전 ‘부산미술전람회’를 1928년부터 1942년까지 열었습니다. 많은 재부산 일본인 화가와 부산 화가가 작품을 출품했죠. ‘부산미술전람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은 일본인 화가 안도 요시시게(安藤義茂, 1888~1967)였습니다.

■ 일본인 화가, 안도 요시시게

   
임응구의 1930년 작 ‘장미’(45.5×33.5㎝).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안도 요시시게는 일본 에히메현 마츠야마 출신입니다. 1927년 부산 본정(本町, 지금의 창선동)에서 악기상을 하던 아버지를 돕고 그림 그리기에 전념하기 위해 부산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는 동경예술학교 출신이자 제국미술전람회 입선작가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당시의 부산 미술인을 선도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물과 풍경, 드로잉을 잘하던 안도 요시시게는 부산에 머물던 10여 년 동안 시장 풍경(1)을 비롯해 부산 사람 생활을 담은 수많은 스케치를 남겼습니다. 그의 고향인 마츠야마에는 그가 그린 유화 몇 점도 남아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그가 남긴 유화 2점 ‘하얀 저고리를 입은 소녀’와 ‘시장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얀 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조선인 소녀 모습을 투박한 붓 터치의 인상파적 양식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당시 화단을 풍미하던 ‘식민지의 향토색’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을 ‘계몽’하고자 초청된 경성의 일본인 화가들과는 달리, 조선인의 일상을 같은 생활인으로서 담담하게, 하지만 세심한 관찰력과 표현력으로 그렸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부산 사람과 ‘평등한 입장이 될 수 없다’고 느낀 미묘한 타자의 시선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부산 최초의 서양화가들

   
김종식의 1939년 작 ‘도라지꽃과 글라디올러스’(37×45㎝).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어린 시절부터 일본을 오가며 서양화를 배운 부산 대신동 출신 임응구(林應九, 1907~1994)는 1933년에 부산일보사 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임응구 양화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때 일본인 화가의 영향을 받으며 독학으로 그림을 연마하던 우신출(禹新出, 1911~1992)이 임응구를 찾아가 개인 지도를 청하고 본격적으로 유화를 접하게 됩니다. 임응구는 우신출에게 유화 지도를 하면서 견본으로 삼을 그림을 하나 선물했습니다. 우신출은 그 그림을 평생 소중하게 간직했습니다. 임응구가 1930년에 그린 정물화 ‘장미’(2)가 바로 그 그림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식(金種植, 1918~1988)은 1937년 동래공립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동래고보 시절 그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본 미술 교사 이치이 다메치로의 권유에 따라 그는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해 홀로 유학길에 올라 동경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습니다. 임응구 우신출과 달리 김종식은 프랑스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아카데미즘 회화가 아니라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였습니다. 1939년 작품 ‘도라지꽃과 글라디올러스’(3)는 반추상에 가까운 표현주의적 양식을 추구했던 김종식의 작품 경향을 잘 보여줍니다.

■ 부산 최초(?) 서양화 동인 ‘춘광회’

   
양달석 1940년 작 ‘나루터’(54×22㎝).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1939년 말 김남배 서성찬 서태문 우신출 등 부산 청년 서양화가 8명이 서양화 단체 ‘춘광회’를 결성했습니다. 춘광회는 일본에서 받아들인 서양화 양식을 기반으로 ‘최신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어두운 시대였지만 자신만의 문화를 향유하고자 했던 부산 미술인의 ‘모던 정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1940년 10월 25일부터 3일간 부산 최초 백화점으로 현 롯데백화점 광복점 자리에 있었던 미나카이(三中井) 백화점 5층 홀에서 제1회 작품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1942년 5월에는 새 회원 양달석(4)을 포함해 3명의 회원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전람회를 열었습니다.

오랫동안 부산 최초 서양화 동인은 ‘토벽’으로 알려졌습니다. 춘광회가 일본인이 주도하고 일부 조선인이 참여한 서양화가 단체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이름을 쓴 4명 중 3명이 창씨개명한 부산 미술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나머지 1명도 조선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부산 최초 서양화 동인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일제강점기 부산 미술 살피기까지

일제강점기는 한국의 전통사회가 일본 제국주의의 욕망에 의해 서양식 근대 문화를 강제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시기입니다. 일제강점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추어내는 일은 껄끄러운 일이었고, 금기였습니다.

   
그러나 있었던 과거를 말하지 않고는 현재를 올바르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일제강점기 부산의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는 부산의 근대미술이 어둠에 덮여있는 미지의 세계일 수 없습니다. ‘부산미술전람회’는 경성에서 개최됐던 조선총독부 주최의 조선미술전람회와 비교해,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경향의 작품들이 출품됐습니다. ‘모던·혼성 1928-1938’ 전은 ‘부산미술전람회’ 관련 자료와 부산 최초 서양화 작가 그룹 ‘춘광회’ 관련 자료 등 새로 공개되는 자료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부산 미술사가 새로이 쓰여지기를, 나아가 한국 근대미술사를 재구성하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진철 학예연구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