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예산·장비 지원 자양분”

“부산 시민은 고리원전이 가까이 있어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난다면 겪게 될지 모르는 상황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낯선 자들의 땅

동서대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 영화과 4학년 오원재(37·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낯선 자들의 땅’이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에 올랐다. 다음 달 3~12일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는 46개국에서 246편(장편 202편, 단편 44편)이 출품됐으며, 한국경쟁 부문에는 10편이 본선 진출작으로 뽑혔다.

‘낯선 자들의 땅’은 같은 과 출신 서호빈 김병준 감독과 오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사 ‘새삶’의 작품이다. 김병준 감독이 시나리오 초본을 쓰고, 오 감독이 각색·연출을 맡았다. 15년 전 가족을 위해 친구의 살인죄를 뒤집어쓴 주인공 정철은 모범수로 복역 중 어머니 별세 소식에 귀휴가 허락된다. 원전 사고로 변한 마을로 돌아온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 친구의 배신, 국가의 음모와 맞닥뜨린다. 정철은 사고 지역을 벗어나려는 가족을 위해 다시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배우 박건락 오창경 김민주 어성욱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동서대에서 예산 4000만 원을 지원받고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장편독립영화 후반작업 기술지원 사업에 선정돼 전체 분량을 부산에서 찍었다. 원전 사고 후 폐허가 된 마을은 재개발지역인 수영구 망미동, 석대 쓰레기매립지, 송정 등에서 찍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11년 늦깎이로 동서대 영화과에 재입학해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사냥’(2015) ‘나생관’(2014) ‘배드보이’(2005) 등 단편영화 4편을 찍었다. 그는 “영화사에서 일하며 단편을 연출한 경험과 대학의 예산·장비 지원이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초저예산 영화인 만큼 제작부터 완성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오 감독은 “힘들었지만,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는 일이라 보람 있다”고 했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 본선에 오르면서 갑자기 관심을 받게 돼 부담되지만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고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하는 감독이 되겠다. 부산은 영화 작업을 위한 인프라와 현장 인력을 충분히 갖춰 활동하기 좋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