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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13> 조선통신사 국서전명식 그림

대한해협 건너간 사절단 행적, 8폭 병풍 속에 오롯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03 19:08:0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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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남만문화 급속 확대에
- 17세기 중엽 쇄국정책 편 에도막부
- 조선하고만 정식 외교관계 맺고 교류
- 대표 사절단 통신사 곳곳에 흔적 남겨

- 에도시대 화가 가노 마스노부 작품
- 1쌍 병풍 그림 ‘조선통신사환대도…’
- 조선국왕 국서 전달식 생생하게 묘사
- 교토시 문화재·유네스코 유산에 등재

전근대 일본 사회의 한류 열풍은 바로 조선 후기 통신사 문화교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차례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한 외교사절단, 통신사가 일본 사회·문화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으며 에도시대(1603~1868년) 약 270년 동안 한·일 양국은 평화의 시대였다. 대한해협 험한 파도를 넘어 일본으로 간 조선통신사 일행, 이를 정성을 다해 성대하게 맞이했던 에도막부 및 각지 영주들의 영접은 실로 평화 교류의 길을 구축하였다.

조선통신사 문화교류 유물·유적이 일본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보존되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정문화재로 된 것도 적지 않다. 이에 한일 두 나라 문화단체(부산문화재단·일본연지연락협의회)가 조상의 활발했던 문화교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여러모로 노력한 결과 2017년 10월 30일, 드디어 유네스코 세계기록(기억)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에도시대 화가 가노 마쓰노부의 ‘조선통신사환대도병풍’(그림 1(위)과 2). 출처:조선통신사문화사업추진회, ‘마음의 교류 조선통신사’(2004) 98-99쪽
■ 파도를 넘어 평화를 전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기억) 유산으로 등재된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물 중 국서전명식 관련 회화 자료<그림 1과 2 조선통신사환대도병풍(朝鮮通信使歡待圖屛風)>를 중심으로 조선통신사 문화교류를 살펴보자. 에도막부는 16세기 중반 일본으로 유입된 그리스도교·남만문화의 급속한 확대에 위기감을 느껴 17세기 중엽 쇄국체제를 수용하여, 다른 나라와 외교관계를 축소했다. 그리하여 일본이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는 조선뿐이었고 조선통신사는 한·일 양국의 대표 외교사절단이자 문화사절단이었다.

조선통신사는 328~504명이 파견됐는데, 회답겸쇄환사 및 역지빙례사를 제외한다면 그 최종 목적지는 쇼군이 거주하는 에도(현 도쿄)였다. 한양을 출발해 부산, 부산에서 쓰시마(對馬)를 거쳐 오사카(大坂)까지는 바닷길, 오사카에서 에도까지는 육로를 이용하는 1년 남짓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한양을 출발한 통신사 일행은 부산에 모여 외교문서를 비롯한 제반 준비를 갖춘 다음, 날씨·파도·풍향 등을 살펴 쓰시마의 영빙참판사(호행차왜라고도 함) 안내를 받아 6척의 배로 출발했다.

에도막부의 세심한 배려와 거듭된 명령으로 쓰시마 번을 비롯한 각 지방 영주들은 조선통신사 접대를 위해 막대한 경비와 인원을 투자했으며, 일생일대 대축제를 보고자 모여든 오사카·교토·에도 등 대도시 서민의 환호 역시 열렬했다. 조선통신사의 인기는 1719년 조선통신사행(제9차) 당시 제술관 신유한의 사행기록, “구경하는 남녀가 거리를 메웠는데 수놓은 듯한 집들의 마루와 창을 우러러 보매, 여러 사람의 눈이 빽빽하여 한 치의 빈틈도 없고 옷자락에는 꽃이 넘치고 주렴 장막은 해에 빛남이 대판(大坂)에서보다 3배는 더 하였다(‘해유록’ 1719년 9월 26일 자 일기, 에도 입성 장면)”에서도 잘 살펴볼 수 있다.
■ 국서 전달 모습 생생히 묘사

   
그림 2-1
조선통신사행의 목적은 조선 국왕의 국서를 에도막부 쇼군에게 무사히 전달하는 국서전명이었으므로 조선통신사 행렬 중 가장 중요한 곳에 자리 잡은 것도 국서 가마였다. <그림 1과 2> 병풍은 국서전명식 광경을 묘사한 8폭 1쌍 병풍그림으로서 에도시대 유명한 화가 가노 마스노부(狩野益信, 1625~1694년) 작품이다. 이 그림은 원래 에도막부 제2대 쇼군 도쿠가와 히데타다(德川秀忠)의 딸(和子)의 유품이었으나 현재 교토 센뉴지(泉涌寺)라는 절에 소장돼 있고 교토시 지정문화재이다.

<그림 1> 병풍은 에도 숙소(객관)를 출발해 에도성으로 입성하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그림 2> 병풍은 에도 성의 국서전명식 모습을 묘사했다. 금박과 금가루로 구름과 안개를 나타낸 화려한 분위기 속에 조선통신사, 에도막부 각료와 관료, 에도 서민의 표정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특히 <그림 2> 병풍 속 국서전명식에 참석한 인물들 묘사가 매우 흥미롭다.

<그림 2> 병풍의 왼쪽 제7선(扇)(<그림 2> 흰색 점선 네모)은 에도성 혼마루(本丸) 내 오히로노마(大廣間)에서 거행되는 국서전명식 풍경을 나타낸다. 혼마루는 에도성 건물 중 에도막부 쇼군이 거주하는 곳이자, 막부 행정 중심지로 수많은 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 방들 중 오히로노마는 쇼군이 주도하는 신년하례식 등이 거행되는 공식 의례공간으로서 상·중·하단으로 나뉘어 관위 4위 이상 다이묘(大名·영주)들이 착석했다. 오히로노마 옆으로 니노마(二の間, 제2의 방)·산노마(三の間, 제3의 방)·마쓰노마(松の間, 제4의 방으로 四の間로고도 함) 등이 연결돼 4위 이하 다이묘들이 즐비하게 착석했다.

국서전명식이 행해지는 오히로노마의 상단은 위부터 발이 내려와 있어 쇼군이 있음을 암시하고, 중단에 조선 국왕의 국서상자와 쇼군 가문의 어삼가(御三家)가 배치됐다. 하단에 에도막부 노츄(老中, 국무총리급)·쓰시마번주·삼사(조선통신사 정사·부사·종사관) 등이 착석했다. 제7선 중앙 부분에 초록색 조복을 입은 세 사람이 바로 삼사이며, 제2선에서 제7선 하단부 바깥 마루와 뜰(혼마루·주작문 양쪽)에서 국서전명식을 지켜보는 조선통신사(상관·중관)일행 모습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에도성 호위무사와 조선통신사의 모습이 매우 대비된다.

■ 즐겁고 낙천적인 통신사 일행의 표정

   
에도성 무사들이 땅에 꿇어앉아서 근엄한 표정으로 칼·총 등 무기로서 호위하고 있는 데 반해, 국서전명식에 참가한 조선통신사 일행의 매우 즐겁고 낙천적인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그림 2-1> 병풍 제2선 하단부의 조선통신사 일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땅바닥에 누워 팔베개를 한 사람, 엎드린 사람, 두 팔을 뻗어 마치 환호하는 듯한 사람, 서서 담화를 나누는 사람들 표정이 매우 해학적으로 묘사돼 있다. 어느 시대이고 외교 현장은 난해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때로는 전쟁터를 방불한다고 한다. 그러나 삼백 수십 년 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국서전명식 회화자료(<그림 2>) 속에서, 화가는 에도 사람들의 조선통신사에 대한 열렬했던 호감을 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 부경대 사학과,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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