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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7> 깡깡이예술마을의 ‘꿍꿍이’

선박부품 대신 공공예술 채운 마을, 구경꾼을 머물게하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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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27 18:53:5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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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주민이 만든 예술작품
- 쇠락한 마을에 유쾌함 불어넣어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 나도 필자로 참여한 깡깡이 예술마을 교양서 시리즈 3편 ‘깡깡이 마을 100년의 울림- 생활편’ 출간기념 북 콘서트에 초대를 받아 부산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 예술마을에 갔다. 북 콘서트는 지난 23, 24일 열린 깡깡이 생활문화센터 개관 행사 중 하나였다. 수줍고 내성적이기 짝이 없는 나한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떠들라니…. 상상만으로도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젯밥에 끌려서다. 앞으로 대평동 깡깡이마을의 주제곡이 될 최백호 선생님의 신곡 ‘1950 대평동’과 부산의 아이돌 인디밴드 스카웨이커스의 신곡 ‘깡깡 30세’ 쇼케이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불굴의 의지로 최백호 선생님과 셀카 미션에 성공했다.
   
작가 정크하우스가 주민이 버린 폐기물로 만든 작품 ‘허물어진 단면의 미학’.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 제공
부산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근대 수리조선의 1번지라는 대평동 깡깡이마을에 발을 디딘 것은 ‘깡깡이 마을 100년의 울림-생활편’에 글을 쓰기 위한 지난달 취재 때가 처음이었다. 항상 버스를 타고 차창 밖으로 지나치던 풍경으로 또는 자갈치시장에서 바다를 넘어 커다란 크레인들이 치솟아 있던 풍경으로 멀리 바라보던 곳이다.

사시사철 같은 자리에 앉아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르고 있는 현인 선생 동상을 지나, 크고 작은 낡은 배가 줄지어 쉬고 있는 뱃머리 길로 들어서니 난생처음 발견하는 숨겨진 부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어디에 쓰이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선박의 뼈와 살이 될 길가에 쌓여있는 커다란 기계부품도, 커다란 선박들이 수리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도 처음이었다.

골목골목 낯선 풍경과 마주치며 이러고도 그간 내가 부산 힙스터를 자처하며 살아왔나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쌈지공원의 벽면과 골목에 화려한 색상으로 그려진 브라질 작가 제 팔리토의 ‘경이로운 자연’ 벽화는 동네 주민들 가슴에서 잠자고 있던 예술혼에 불을 당겼나보다. 주민들은 자기 집 담벼락과 벽면에도 팔을 걷고 알록달록 색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다. 철거된 집터에 그려진 그라피티 작가 정크하우스의 ‘허물어진 단면의 미학’에서도 예술가와 주민의 콜라보는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에는 공터에 마련된 거실처럼 오래된 소파와 테이블을 대신하는 듯 엎어져 있는 리어카가 배치돼 있고 멈춘 커다란 괘종시계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설치미술이 아니라, 주민들이 하나씩 버리고 간 것이다. 무단 폐기조차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깡깡이 예술마을에서 만나는 수많은 거리예술 작품 중 여전히 많은 논란에 싸여있으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이광기 작가의 라이트 프로젝트 작품이었다. 바다 건너 자갈치시장 쪽에서 또렷이 보일 정도로 커다란 노란색 글씨로 ‘그때 왜 그랬어요’라고 적혀있다. 함께 산책하던 동생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나한테 몹시 화를 냈다. 솔직히 저건 좀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겁니까? 저건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습니다. 깡깡이마을이 아니라 꿍꿍이 마을입니다! 그의 격분이 십분 이해되면서도 새삼 아프게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게, 그 땐 정말 왜 그랬을까?
   
깡깡이 예술마을은 과연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을까? 꿍꿍이란 짐작하기 힘든 의도를 뜻하지만 어쩌면‘회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령화되는 대한민국에서도 특히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영도가 그저 구경하고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 언젠간 깡깡 망치질 소리와 함께 골목마다 아이들 노는 소리로 가득 차길 바라는 꿍꿍이가 아닐까? 멋대로 짐작해본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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