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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50년 추억, 이 집에 다 모였다

1969년 건립 부산 수정아파트 한때 입주자였던 윤창수 씨, 작년 4동 A408호 갤러리 꾸며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3-23 21: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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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옛 사진 모아 소통하자”
- 장롱속 사진 빌려 추억앨범展

산복도로의 50년 된 아파트 안에 자리 잡은 별난 사진 전문 갤러리(4동 A408호)가 이웃 주민의 50~60년 전 사진을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나오게 했다. 지난해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에 문을 연 ‘갤러리 수정’(국제신문 지난해 6월 16일 자 8면 보도)이 주민이 참여한 기획전 ‘추억앨범’을 열고 있다.
23일 부산 동구 수정동 수정아파트 내 갤러리 수정에서 주민들이 ‘추억앨범’ 전시에 나온 옛 사진을 보고 있다. 주민이 앉은 곳은 옛 부엌 자리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수정아파트 입주민과 이웃 주민이 간직한 오래된 흑백 사진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추억앨범의 봄나들이’가 눈길을 잡는다. 수정아파트가 건설된 1969년을 전후한 1950·1960·1970년대 흑백 사진 원본을 벽에 붙였다. 이 전시가 성사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갤러리 수정 윤창수(49) 대표가 통장 모임을 통해 “주민의 옛 사진을 잠시 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호응은 신통찮았다. 결국, 일일이 집을 방문해 장롱 깊숙이 보관해둔 ‘추억 상자’를 찾아냈다. 옛 사진을 보관한 집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주민 10여 명이 기꺼이 옛날 사진을 내놓으면서 다행히 전시는 성사됐다.

신정익 씨가 수집한 1950년대 부산 중구 중앙대로(지금의 중부소방서~광복동) 사진.
“제가 스무 살 때 살던 집을 개조해 갤러리 수정으로 만든 이유가 수정동 주민들과 사진으로 소통하고 싶어서였어요. 이웃들이 어떤 전시를 좋아할까 고민하다 ‘옛날 사진’이 떠올랐죠. ‘추억’은 모두 즐길 수 있잖아요.”(윤 대표)

빛바랜 사진엔 어려웠지만 다복했던 시절의 추억이 있다. 개발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가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뒤로는 주택이나 아파트가 한 채도 없는 달맞이언덕이 보인다. 여백에 ‘졸업’이라고 쓴 사진에는 수정동 동일초등학교에서 꽃다발을 든 단발머리 소녀가 빙긋 웃으며 동생들과 함께 서 있다. ‘금강공원, 무술년 이른 봄’이라는 사진도 재미있다. 딱 60년 전인 1958년, 20대 여성 세 명이 검은 한복 치마, 흰 저고리를 입고 앞·뒤·옆모습을 찍었다. 마치 요즘 인스타그램 사진 같다. 가슴 먹먹한 사진도 있다. 스웨덴으로 입양 간 이곳 주민의 동생이 입양 가족과 함께 찍어 보내온 사진이다. 살기 어려워 입양 보냈고,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

주민들이 전시회를 위해 내놓은 옛 사진들. 갤러리 수정 제공
수정동 토박이인 아마추어 사진가 신정익(47) 씨가 수집한 1950년대 부산 컬러 사진 10여 장을 선보이는 ‘1950년대 부산, 그리고 오늘’ 섹션도 흥미롭다. 서면, 광복로, 초량시장, 지금은 사라진 옛 부산역·부산세관 등이 담겼다. 희귀한 옛 컬러 사진을 볼 기회이기도 하다. 옛 사진 아래에는 신 씨가 해당 장소의 현재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함께 배치했다.

50년 된 아파트는 부산에서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사라졌다. 50년 된 수정아파트에 둥지를 튼 별난 갤러리가 주민과 함께 마련한 희귀한 사진전이 잠자던 추억을 불러내 봄꽃처럼 피어나게 했다. 관람료는 1000원 이상 자율 기부를 받아 주민 복지에 쓴다. 다음 달 17일까지. (051)464-6333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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