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자연 속에서 단순한 삶은 가능한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22 19:09:5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의 단순성을 예찬하는 목소리는 늘 있었다. 2년 동안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얻은 사색을 기록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962)의 ‘월든’이나 스콧 니어링(1883~1983)의 ‘조화로운 삶’과 같이 현대 문명의 부박함을 피해 숲으로, 시골로 들어온 은자(隱者)들의 ‘생활담’은 근대사회의 도시 시스템이 성립된 이래,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았다. 단순함과 느림을 추구하는 자연 회귀의 삶에 대한 동경과 환상은 도시적 일상이 가하는 피로와 속도, 경쟁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현대의 소시민에게 한줄기 위안이자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자연 속 삶을 그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 또한 이와 같은 자연 회귀의 정서를 벗어나지 않는다. 동명 원작에서 도호쿠의 작은 농촌으로 귀향해 자급자족하는 이치코의 이야기는 서울에서의 고단한 삶을 견디다 못해 귀농한 혜원과 고향에 남은 친구들의 전원생활 이야기로 국적을 옮겨 이식된다. 이 영화가 얻고 있는 반향은 오늘날 도시화된 한국사회에서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이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삶과는 거리가 먼 피폐한 환경임을 반증한다. 영화가 담고 있는 자연회귀 정서, 농촌에 대한 향수는 도시 소시민의 일상이 처한 병폐와 비인간성을 돌아보고 성찰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틀 포레스트’가 전하려는 치유의 메시지는 사뭇 비판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먼저 혜원이 만든 음식을 일일이 클로즈업으로 포착하는 영화의 이미지즘은 (연출가의 의도가 어떠하였든) 음식의 비주얼만 극도로 강조해 식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일컫는 ‘푸드 포르노’(Food Porno)처럼 받아들여진다. 작물 재배의 지난한 과정, 시골의 폐쇄적 공동체 문화 탓에 정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귀농의 어두운 현실은 정성 들인 음식의 빛깔과 차짐을 강조하려는 클로즈업 때문에 그리고 실재보다 강력한 이미지(simulacre)에 의해 뭉개지고, 낭만적인 농촌의 인상만 쉽게 소비될 팬시상품으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영화와는 달리 절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도시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기회가 열려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조용하고 단순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경제적인 부를 축적해두었거나 안정된 수입이 들어올 직업 기반을 다진 사람들일 뿐이다. ‘월든’의 소로우는 명망가 출신이고, 니어링 부부에게는 학계의 경력과 명망 덕에 고정된 인세와 강연 수입이 있었으며, 현실에서도 그러한 삶을 누리는 건 CEO나 엘리트 인력이다. 돌아갈 자연의 터전은 넉넉히 남아 있지 않고 대다수 도시의 서민은 생계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해고되지 않기 위해 도시의 끈을 쉽사리 끊어낼 수 없다. 극 중 혜원의 생활과는 달리, 자연과 동화된 삶의 이면에 남겨진 실상은 계급 불평등의 차가운 현실일 따름이다.

환경(Eco)의 그리스어 어원인 오이코스(oikos)는 본래 자연만이 아니라 인간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의 총체를 일컫는 말이었다. 소수에게만 열린 자연으로의 도피, 찰나에 그칠 피안(彼岸)과 복고(復古)의 환상보다 중요한 건 콘크리트 도시에 처한 다수의 부박한 삶을 더 안정되고 풍요로운 환경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유의 전환이 아닐까? ‘리틀 포레스트’의 메시지에 쉬이 동감할 수 없는 건 그런 이유에서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7. 7"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8. 8“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