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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7> 후쿠오카 봄나들이에서

공공과 민간의 조화, 그렇게 막막한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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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19 19:05:2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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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복합문화공간 아크로스서
- 지역관광·문화정보 한번에 확인
- 후쿠오카 성터 아래 운동장에서
- 스포츠와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
- 도심 속 공공부지 활용법 보여줘

- 해안절경 가리는 부산 아파트숲
- 사유화에 잠식된 현주소에 씁쓸

봄나들이 삼아 그리고 간 김에 업무도 좀 볼 겸해서 지난주 배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갈 때만 해도 ‘업무를 빨리 보고 자유시간을 누려야지’ 하는 설렘뿐이었다. 서양 동화 속 ‘우유를 이고 가는 소녀’처럼 ‘장터에 가서 이 우유를 빨리 팔아 이걸 하고, 저걸 사야지…’ 상상하는 심정과 비슷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덕분인지, 평소 업무나 ‘관광’으로 자주 들르던 후쿠오카임에도 오히려 더 새롭게 느껴지는 모습이 자꾸 눈과 가슴에 들어왔다. 할 수 없었다. 또 취재수첩을 꺼내 들었다.
   
일본 후쿠오카 오호리공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이 일대에는 오호리공원, 후쿠오카성터, 후쿠오카현립미술관, 일본정원과 시민체육시설 등이 몰려 있다.
후쿠오카 시청은 최대 번화가 텐진에 있고 그 곁에 아크로스가 있다. 문화·예술·컨벤션 공간이 모두 들어있는 민간 시설인 아크로스 건물의 한쪽 면은 사시사철 푸른 나무와 꽃이 벽면을 온통 뒤덮고 있고, 나머지 벽면은 첨단의 미감을 간직해 후쿠오카 도심 여행자에게는 필수 방문 장소다. 평소엔 이 건물 1층의, 독특한 문구·완구 매장 줄리엣의 편지(Juliet’s Letter)에 들러 진기한 필기구를 오래 구경한 뒤 아이디어 문구나 완구를 사서 나오는 게 보통이었다.

이번엔 1층의 관광정보센터와 2층의 문화정보센터 등지를 좀 샅샅이 다녀봤다. 1층의 관광정보센터는 후쿠오카·규슈 여행 관련 자료가 풍성해 ‘원스톱’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층 문화정보센터에는 아크로스 공연장 공연 계획과 이 지역 문화정보를 잘 모아놓아 편리하다. 규슈 특산 공예품을 전시하고 파는 공간도 있다.

부산문화재단 등이 여는 회의나 간담회에 가면 부산 문화예술인들이 단골로 내놓는 제안이 “부산의 공연정보센터 같은 걸 만들면 좋겠다”인데, 당국은 이 제안을 ‘막막한 과제’ 같은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공연정보센터 설립의 절실함은 일단 논외로 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부산보다 인구가 적은 후쿠오카에 비슷한 사례가 이렇게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전례가 없어 곤란하다”는 말은 안 통한다.

   
아크로스 2층의 문화정보센터.
봄이 물오른 후쿠오카 성터로 갔다. 시내와 멀지 않고, 바로 곁에 오호리공원과 후쿠오카현립미술관(내년 3월까지 공사로 휴관)이 있는 명소다. 풍경 몇 장면에 좀 놀랐다. 후쿠오카 성터에서 가장 높은 곳인 천수대에 오르자 바로 곁의 거대한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말을 맞아 사회인 야구팀 1팀, 유소년 축구팀 2팀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축구장 두 개, 야구장 한 개 규모라는 얘기다. 그 옆 육상트랙에서는 청소년들이 400m 트랙을 연신 돌고 있다. ‘이 정도 사회체육 기반 시설이면 2020년 도쿄올림픽 준비는 문제가 없겠구나’ 싶었다. 호수가 있는 오호리공원으로 내려오자 온갖 ‘창의적인’ 놀이기구를 갖춘 흙바닥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쉬는 모습이 인상 깊다.
도시 중심에 있는 드넓은 공공적 공간을 사유화하거나, 사유화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잘 가꾸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지 확인했다.

오호리공원 근처 한적한 거리의 ‘다찌노미야’에서는 ‘청년창업 성공사례’를 엿본 기분이었다. 다찌노미야는 손님이 선 채로 술을 마시는 작은 주점으로, 동행한 전문가는 “오랜 전통이 있는 서민적 선술집의 궁극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우리가 간 다찌노미야 ‘스탠 바이 미’는 메뉴부터 분위기까지 온통 젊은이들의 공간이었다. 모두가 금방 어울리게 되는, 감각 있는 파티 공간 같았다. 이곳 단골손님은 “1년 전 개업한 새로운 인기 가게”라고 말했다. 일하는 사람들도 젊었다. 말하자면, 새로운 감각을 지닌 청년들이 일본의 서민적 전통은 살리되 분위기와 운영 방식은 창의적으로 바꿔 성공을 거둔 곳이라는 얘기다.

부산이 가진 걸 후쿠오카는 못 가졌고, 후쿠오카에 있는 게 부산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비슷한 고민을 가진 가까운 두 도시가 서로 배우고 참고할 점은 분명히 있다. 특히 공공과 민간의 조화가 돋보이는 후쿠오카의 몇 사례는 인상 깊었다. 이 글은 후쿠오카가 낫고 부산은 그보다 못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부산항으로 들어오기 직전 선상에서 보는 부산 풍경은 안타깝다. 해안가 절경에 대규모 아파트가 있고, 엘시티가 올라가는 중이다. 이를 두고 공공적 가치가 높은 해안 절경 지대의 ‘사유화’라고 말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반면, 후쿠오카의 하카다항으로 들어가기 직전 배 위에서 처음 보게 되는 해안 절경인 우미노나카미치는 ‘국영(國營)공원’이다. 이 두 장면을 비교할 때마다, 우유를 이고 가던 소녀가 즐거운 상상을 하다가 넘어져 우유를 쏟아버렸다는 동화의 끝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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