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20> 소유하려 하면 묶인다

세상만사 진리와 깨달음, 얻으려 할수록 멀어진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16 19:23:20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집이 낮다 하시면 이층, 삼층으로 올려드리겠어요. 마당이 더럽다면 마당을 쓸어 드리지요. 시궁창이 막히면 시궁창을 뚫어 드릴게요. 하찮은 일부터 큰일까지 집안의 대소사를 제가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사위로 삼아주세요.”

부처님에게 귀의한 사람은 우주 법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깨달음에 녹아든다. 사진은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 있는 ‘고행하는 부처상’. 국제신문 DB
부처님 나라에 진리를 구하러 가던 저팔계가 예쁜 세 딸을 둔 과부를 만나 자기를 사윗감으로 추천한다. 완전히 종노릇하겠다는 건데 이럴 거면 뭐 하러 사위가 되려는 걸까? 이에 과부는 저팔계에게 신부 잡기 놀이를 제안한다. 눈을 가리고 아무나 잡으면 그 딸을 아내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눈을 가린 저팔계가 보니 패옥 소리 짤랑대고, 난초 향기 풍겨오는 것이 세 딸이 방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였다. 팔계는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딸들을 잡으려 했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낭패였다.

세 딸의 이름은 진실, 사랑, 아름다움이었다. 팔계는 이 궁극적 가치를 여자를 소유하듯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한다. 진실, 사랑, 아름다움은 모든 곳에서 패옥 소리, 난초 향기처럼 확인된다. 다만 특별한 모양에 한정하여 그것을 찾는다면 100% 실패한다. 도대체 사랑이 길고, 짧고, 모나고, 둥근 무엇으로 특정되는 무엇이던가? 진정한 사랑은 우주 법계에 공기처럼 퍼져있고, 바닷물에 소금처럼 녹아있고, 버터에 기름처럼 배어있다. 진실과 아름다움 역시 그러하다. 이것을 특별한 무엇에서 따로 잡으려니 될 일이 아니다. 저팔계는 이렇게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다가 주둥이가 터지고 머리에 멍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두 손을 들고 하소연한다.

“장모님! 따님들이 너무 미끄러워서 잡을 수가 없습니다. 어떡합니까?”

“이렇게 하세. 내 딸들이 솜씨가 좋아 진주를 박은 비단 속옷을 한 벌씩 만들었네. 자네가 그것들을 입어서 몸에 맞는 것이 있으면 그 딸을 아내로 주겠네.”

저팔계가 좋아하며 진주 속옷을 입자마자 옷에서 밧줄이 자라나 온몸을 칭칭 묶어 버린다. 세상에 진주가 있다면 밖으로 내놓지 그것을 속옷에 감출 일은 없다. 불교적으로 보자면 지금 당장 하찮은 이것들이 부처라는 진주가 드러난 자리다. 저팔계는 이것을 버리고 어디엔가 진주로 만든 속옷과 같이 남몰래 숨겨진 특별한 부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어 나의 것으로서 소유함으로써 남다른 존재가 되고자 한다.

사실 이 과부의 성은 ‘가짜’였고, 죽은 남편의 성은 ‘없음’이었다. 어머니의 성을 붙이면 세 딸은 가짜 진실, 가짜 사랑, 가짜 아름다움이 된다. 아버지의 성을 붙이면 특별한 모양의 진실은 따로 없음, 특별한 모양의 사랑은 따로 없음, 특별한 모양의 아름다움은 따로 없음이 된다. 진리를 찾는다 하면서 특별한 모양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그것을 성취하는 주인공이 되려는 한, 그는 진주 속옷의 밧줄에 묶인 저팔계다.

바야흐로 봄이다. 진정으로 봄을 즐기는 사람은 봄에 녹아들지, 봄을 소유하려 하지는 않는다. 깨달음 역시 그렇다. 진정으로 부처님에게 귀의한 사람은 우주 법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 깨달음에 녹아든다. 만약 내가 깨달음을 소유하는 주체가 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저팔계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9. 9[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10. 10“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7. 7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7. 7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10. 10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