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을 따르는 어느 제자가 물었다. “사람의 도 닦는 것이 마음 닦기를 주로 합니다. 마음을 닦는 데는 재난과 고통이 많으므로 능히 마음을 닦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닦는 것이 옳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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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운 최제우 선생은 시를 통해 한 나무의 꽃처럼, 깨달은 ‘한 사람’이 피어나면 온 세상에 개벽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
해월은 제자의 물음에서 동학의 창도자 수운 최제우 선생의 ‘수심정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수심정기(守心正氣)는 동학의 가장 중요한 공부 방법이다. ‘수심(守心)’,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내 몸에 모셔져 있는 한울님을 체험하고, 한울님께 받은 본래 마음을 회복하고, 이 회복한 마음을 지키는 것을 뜻한다. 수운은 스스로도 한울님 마음을 회복하여 당신의 몸에 모신 한울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고서야 모든 의심을 떨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운은 한평생 한울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마음인 ‘경외지심(敬畏之心)’의 자세를 견지했다.
수운은 제자들이 ‘한울님 체험’을 하도록 주문을 짓고 수행하는 절차와 방법을 만들었다. 또한 한울님의 마음을 그저 지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또 실천하도록 했다. 기운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의 ‘정기(正氣)’는 곧 기운을 바르게 하여 올바른 실천, 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정기’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현실 개혁의 실천까지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수심정기는 도를 닦는 각자가 한울님을 내 몸에 모시고 한울님 마음을 회복하여 한울님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수심정기의 깨달음과 실천은 어느 누가 대신하여 깨달을 수도 실행하여 줄 수도 없다.
수운은 ‘부자유친(父子有親) 있지마는 운수조차 유친이며, 형제일신(兄弟一身) 있지마는 운수조차 일신인가’라고 하여 개개인의 주체적 노력과 각성을 요구했다. 세상이 혼탁할 때 나 하나라도 청정하게 바른 기운을 지키고 나아가 이웃과 나누기를 원했다. 세간의 습관과 구습과 권위에 복종하지 말고 당당하게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한 나무에 꽃이 피면 온 세상이 봄이로다.(一樹花發萬世春)”
수운 선생의 이 시를 통해 ‘한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으로 봄 오는 것을 알 수 있듯, 한 나무의 꽃처럼 깨달은 ‘한 사람’이 피어나면 온 세상에 개벽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해월 선생도 같은 의미의 말씀을 남겼다. “한 사람이 착해짐에 천하가 착해집니다.” 남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는 것으로는 천하가 착해질 수 없다는 말씀이다. 시비곡절 따질 그 시간에 먼저 수도하여 착한 그 ‘한 사람’이 되기를 제자들에게 손잡아 권하였다.
“어떻게 닦는 것이 옳습니까?” 이 물음에 대해 해월은 이렇게 답했다.
“사람의 평생을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괴롭고 어려운 일 아닌 것이 없고, 낙으로 생각하면 편안하고 즐거운 일 아닌 것이 없습니다. 고생이 있을 때에는 도리어 안락한 곳을 생각할 것입니다. 만사를 성취하기는 정성에 있습니다. 정성을 지극히 하는 마음에는 즐겁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