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혐오를 넘어 사랑과 연대를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8 19:11:40
  •  |  본지 21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셰이프 오브 워터(2017)’는 사랑 이야기에 앞서, 낯선 타자를 대하는 상반된 두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고 약한 존재의 사랑과 연대를 보여준다.
우주연구소의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우연히 연구 소재로 잡혀 온 괴생물체 양서류 인간을 만나게 된다. 실험대상이라기보다는 범죄자처럼 고문당하는 그에게서 연민을 느끼고 교감하는 엘라이자의 반대편에는 양서류 인간을 야만적인 괴물로 취급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보안담당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새넌)가 배치돼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양서류 인간이 해부될 날짜는 다가오고 일라이자와 동료들은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작은 작전’에 돌입한다.

1963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영화의 주제의식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미국과 소련 간의 대립이 격화한 냉전기. 적대 진영의 동조자가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과 공포가 만연한 한편, 주류의 가치관에서 벗어난 타자들은 정상적 삶의 주변부로 내몰려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됐다. 장애인 여성과 흑인 동료, 동성애자 화가와 양국 사이에서 경계인으로서 고뇌에 빠진 과학자 등 다양한 층위를 아우르는 ‘셰이프 오브 워터’의 주역들은 모두 시대의 소수자들이다. ‘검은 늪지대의 생명체(1954)’를 오마주한 양서류 인간 또한 냉전 시기 양산된 ‘B 무비’의 괴물들이 소련의 침략에 대한 상상적 공포를 반영한 산물이었다는 비평적 관점을 상기시킨다.

반면 악역으로서 스트릭랜드는 백인 우월주의와 가부장적 보수주의 등 당대 백인 남성의 가치를 대변하는 화신으로 등장한다. 그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항상 상관 또는 아버지라는 수직적 위계의 정점에서 일방적으로 명령을 강제하고 타인을 굴복시키고자 하는 지배욕에 차 있으며, 타자에게서 오로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위협성밖에 보지 못한다. 잘려나간 손가락으로 은유 되는 남근 중심주의. 자기 동일성이라는 단일한 기준에서 오직 타자를 통제와 착취의 기준으로서만 바라보는 근대적 인간-남성의 오만함. 신-아버지의 이름으로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을 분류하고 권력을 행사하려는 그의 오이디푸스적 가족 이데올로기는 곧 전체주의(totalitarianism)로 귀결된다.
영화는 엘라이자와 주변 인물들이 양서류 인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괴물(또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편견에 찬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삶은 달걀과 음악을 건네고 존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친화적인 태도 앞에서 인간과 괴물, 피아(彼我)를 나누던 적대의 경계선은 허물어지고 낯선 괴물 또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유익한 이웃이자 연인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인간-남성을 자부하던 스트릭랜드는 타자를 적대함으로 인해 비(非) 인간이 되고, 비 인간으로 칭해지던 괴물과 소수자들은 사랑과 연대를 통해서 ‘인간 되기(be-human)’를 실천하는 이 통렬한 역설이야말로 ‘셰이프 오브 워터’의 핵심이다.

   
수조의 유리창을 거울처럼 마주하고 만났던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 둘은 물속에서, 무중력의 공간에서 마침내 서로를 끌어안는다. 그렇다. 물(water)에는 형태(shape)가 없듯, 사랑과 연대에 어떠한 벽과 경계도 있을 수 없다. 혐오와 배제의 기운이 만연한 오늘날, ‘셰이프 오브 워터’가 던지는 작지만 아름다운 희망의 화두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부산교육다모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최현범 목사의 좁은 길을 걸으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안동 건진국시와 누름(지물)국시
국제시단 [전체보기]
가오리 /신정민
부동不動 /정성환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의 괴물들
서쪽 하늘 끝에 웅장하게 덩더룻이 솟아있던
문화 소식 [전체보기]
부산문화재단,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심의 시작
부산독립영화협회 “서병수, BIFF 탄압…검찰, 재조사 하라”
방송가 [전체보기]
국내 3대 종주코스 덕유산 2박3일 산행
편견 이겨낸 전신탈모 배우의 빛나는 이야기
새 책 [전체보기]
동조자 1·2(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 外
놀러 가자고요(김종광 소설집)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제국의 위안부’ 저자의 항변
전설적 여기자가 쓴 자서전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fluffy days-미사키 카와이 作
동쪽으로-이정호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그림과 함께하는 엄마의 어린 시절 外
쉽게 적은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혼자 서는 여인 1 /박진경
해갈 /이행숙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11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
제1회 중환배 세계선수권 준결승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인랑’ ‘공작’ ‘신과 함께-인과 연’…여름 대작영화의 개봉일 전쟁
15세 등급 논란 ‘독전’…새 기준 되나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진, 생동하는 삶의 기억들
사라진 청년세대 리얼리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가진 것 없는 청년들 유쾌한 반란 꿈꾼다 /박진명
실패한 ‘적색 개발주의’로 쓸쓸히 끝난 러시아혁명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암흑 속에서 오직 나뿐…미지의 영역 달 뒤편 관찰기” /강이라
더 많은 희생 낳기 전에 나무 한 그루 심자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다양성 영화 접할 최소한의 환경을”…범시민 전용관 설립 운동
김세연과 트리플 바흐…국가·장르별 교차 공연 해운대바다 물들여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6월 22일
묘수풀이 - 2018년 6월 21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輔弗能爲
學不可已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