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당수 언론사가 지난해 뇌물 횡령 위증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호하기 위해 법조 기자를 산업부 소속 삼성 출입 기자로 교체한 정황이 드러났다.

MBC 탐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4일 삼성 측이 이 부회장 재판 보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나도록 하기 위해 언론사의 조직 개편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매체의 법조계 담당 기자는 “대통령보다 삼성이 더 센 것 같다”며 “대통령은 언론이 밀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삼성은 언론이 못 밀어냈다. 누가 대한민국에서 삼성을 거스를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스트레이트는 삼성이 제일모직 상장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그룹 현안이 있을 때마다 방송사 보도국의 뉴스 편집 상황을 들여다보고, 경제지의 사설까지 빼도록 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은 제일모직이 상장된 2014년 12월 장충기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 전달된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방송은 K, M, 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합니다. 종편의 경우, JTBC가 신경이 쓰여서 김수길 대표께 말씀드렸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신문은 말씀하신대로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지 않도록 잘 챙기겠습니다. 이인용 드림” “문자의 내용대로 이날 지상파 3사 메인 뉴스에 제일모직 상장 소식은 나가지 않았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한 2015년 7월 장 사장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사장님, ##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 정말로 글로벌 미디어에 이런 이슈가 퍼져나가면 그 때 쓰자고 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이인용 드림“

이인용 씨는 MBC 앵커 출신의 삼성사회봉사단장이다. 그는 지난 12년 간 삼성그룹의 홍보 업무를 총괄했다.

또 방송은 2015년 6월 이 부회장의 메르스 확산 대국민 사과가 진행되던 날 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장 사장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금일 이 부회장님 발표 관련 방송 보도 예정. KBS 1꼭지, SBS 1꼭지, MBC는 1꼭지로 ‘사과 육성 위주 앵커 정리’라고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고, 실제로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는 이 문자의 내용과 똑같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