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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5>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앙상블을 타고 흐르는 브람스… 선명한 예술혼에 관객은 행복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27 18: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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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회관서 열린 ‘실내악의 밤’
- 브람스가 좋아한 하이든 헨델
- 작곡가 카를 라이네케 등 선곡

- 이날 무대에 선 연주자들
- 서로를 바라보는 여유로움
- 곡의 설렘·수줍음 잘 표현해

‘오늘 6시에 플레헬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시몽에게 온 편지였다. (…)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지난 25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유럽의 거장들과 함께하는 실내악의 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공연에서 연주자들이 인상 깊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6장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쩌면 아나톨 리트박 감독의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사람들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와 미국이 합작해 1961년 흑백 영화로 만들었던, 미국에서는 ‘굿바이 어게인(Goodbye Again)’, 우리나라에서는 ‘이수(離愁)’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던 영화. 잉그리드 버그만을 비롯해 샹송 가수 이브 몽땅, 미국 배우 앤소니 퍼킨스 등 호화 배역과 무엇보다 원작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직접 엑스트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가 기억에서 되아날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과연 브람스를 좋아하던가?’

오래전 이야기다, 광안리 해변 모퉁이에 ‘브람스의 회상’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가끔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창밖 바다를 무심하게 바라보던 곳, 한번은 ‘브람스의 회상’이라는 간판에 궁금증이 생겼다. ‘브람스의 회상’이라. 누가 누구를 회상한다는 것이지, ‘브람스가 브람스 자신을 회상한다는 것인지?’ ‘우리가 브람스를 회상한다는 것인지?’ 어느 쪽인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주인은 이상한 손님이라는 듯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라는 대답을 남겼다. 그날 이후 나에게 브람스는 더욱 신비스러운 존재가 되었고, 언어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 25일 일요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에서 ‘유럽의 거장들과 함께하는 실내악의 밤 Aimez-vous Brahm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의 음악회가 있었다. 음악회에서는 브람스가 좋아한 작곡가 하이든, 헨델, 파가니니를 비롯하여 브람스를 좋아한 작곡가 카를 라이네케 그리고 브람스가 사모한 여인 클라라 슈만의 곡과 브람스의 작품 등 많은 작곡가와 작품이 브람스와의 관계를 다양하게 엮어 연주되었다.

피아니스트 변애영과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로랑 코르샤,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 최주연, 플루티스트 필립 베르놀드, 이소영, 이주희, 피아니스트 김가람 등 연주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특히, 브람스(1833-1897)와 동시대의 작곡가로 브람스를 좋아한 카를 라이네케(1824-1920) 소나타 ‘운디네 Undine‘ Op.167이 연주되었다.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 반가웠다. 이날 마지막 곡으로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제1번 B장조, Op.8(1853)을 연주하였는데 21살 청년이 꿈꾸는 사랑과 희망의 풋풋함이 로랑 코르샤와 아르토 노라스, 변애영의 앙상블을 타고 곡의 전반을 흐르는데 매우 훌륭하였다. 음악을 느끼며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대가들이 들려준 풋풋한 사랑이야기였다.

음악회는 전반적으로 행복했다. 브람스라는 이름만으로도 따뜻해지는 브람스의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콘서트 가이드로 나선 피아니스트 변애영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점이 두 개인 이유를 설레임과 수줍음으로 표현하였다. 세상은 설레임과 수줍음으로 시작해 아름다움으로 완성될 때 가장 행복할 것이다. 이날도 역시 필자는 음악회 제목에 주목하였다. ‘함께’라는 단어가 정말 중요하다. ‘유럽의 거장들과 함께’라는 이 단어를 살펴보면 무엇을 어떻게 함께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나와 있다. 작곡가 브람스를 통한 음악가들의 만남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달리 말하면, 우리 자신이며 예술가도 포함된다)는 여전히 갖고 있을까? 목적이 분명하면 과정은 깔끔하며 이를 바라보는 관객은 감동한다. 선명하다는 것은 다른 것과 혼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만의 색으로 아름다움을 향하여 예술혼을 불태우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가는 선명한 예술가들이 다시금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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