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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4> 끝나지 않는 휴대폰과의 싸움

실수로 켜놓은 휴대전화? 습관은 아닐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20 18:53:18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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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 심기 건드리지 않으면서
- 공연 전 꺼주길 부탁한지 10년
- 실수일 때 고쳐야 바뀔 수 있어

‘관크족’이라는 새로운 말이 등장했다. ‘관객’과 크리티컬(critical: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때 사용하는 용어)의 합성어로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해 공연 내용을 촬영하거나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비꼬아 쓰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까지 등장한 걸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공연장 객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는 관객을 표현한 사진. 공연 사진가 김도웅 제공
얼마 전 재밌는 기사가 났다. 최근 영국에서 공연한 미국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홈페이지에 ‘모든 관객은 휴대폰 수색에 협조해야 하며 공연장 내부에서 휴대폰 소지로 적발된 경우 퇴장당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올렸고, 관객들은 입장 시 배포된 파우치에 휴대폰을 넣고 잠근 뒤 공연을 관람해야 했으며, 퇴장할 때 공연 스태프들이 잠금을 해제해 준 것으로 관객과 네티즌들 사이 찬반론이 무성했다는 기사다. 부산에서도 10년 전쯤 입장 때 관객의 휴대폰을 수거한 공연이 있었다. 그때 역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몇몇 사람의 실수 탓에 다수의 관객이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느냐.” “개인 권리를 무시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이렇게 강경하게 하지 않으면 또 공연은 피해를 볼 것이니 시도해볼 만하다.”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재밌다. 통신기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런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가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 들어서 공연 전 안내멘트로 ‘삐삐’를 꺼달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휴대폰이 보편화되니 이제 전화기 사용을 삼가 달라는 멘트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는 무음이나 비행모드도 사용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기계문명이 발달하니 그것과의 싸움도 달라진다.

싸움의 방식도 다양하다. 먼저, 이런 멘트를 꼭 해야만 하나를 두고 작업자들끼리 의견도 분분하다. “관객 개인의 매너 수준을 믿고 맡기자.” “아니다. 안내하고 부탁해도 안 되는데 반드시 해야 그나마 인지한다.” “이런 구질구질한 고민 지겹다.” 등. ‘공연 전 안내를 한다’에 의견이 모이면 ‘어떻게’를 두고 고민한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점잖게 진행자가 공연 직전 안내하는 것이다. 직접 진행자가 하더라도 효과적인 문장을 통해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애처로운 구상이 총동원된다. “본 공연장에는 특수장치가 되어있다. 그러니 공연 도중 휴대폰이 울리면 극장이 폭발할 수도 있다.” “극장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일은 대중목욕탕 안에서 설사를 하는 것과 같다는 격언이 있다.” “공연 중에 전화벨이 울리면 배우가 그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때로는 직접 진행자가 나오는 것이 효과적이지 못하니 인상적이면서도 관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스피커를 통해 아나운서처럼 교양 있는 목소리로 연기하듯 시작해 코믹한 멘트로 폭소를 유발하며 휴대폰을 꺼달라고 부탁하는 공연도 있다. 그야말로 애쓴다. 그런데 이 모든 수고가 늘 허탈하게 배신당할 때가 많다. 휴대폰으로 인한 방해는 소음의 문제만이 아니다. 무음으로 전환한 뒤 문자나 SNS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빛 공해 역시 문제다. 객석에서는 무대에 있는 연기자와 분리된 듯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객석과 무대는 한 공간에 속해 있다.

   
관객들이 악의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여 공연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수다. 그러나 실수가 만연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모이면 관습이 되고.
왜 극장에서 휴대폰을 꺼야할까. 어쩌면 모르기 때문에 실수를 거듭하는 것일 수 있다. 다음 지면에서는 극장에서 왜 휴대폰을 꺼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봐야겠다.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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