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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4> 부산시향 제537회 정기연주회 ‘천재의 고뇌와 모방’

탐색이 더 필요해보이는 최수열 지휘자와 시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13 18:47:4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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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팽한 긴장의 슈트라우스 아닌
- 서로의 연주력에 묻어가는 음향
- 지휘자와 단원들의 호흡 아쉬워

요즈음 걷는 시간을 늘렸다. 자연히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 또한 많아졌다. 내가 사는 도시 부산의 급속한 변화를 보며 ‘무엇을 위한 변화일까’를 더욱 생각하게 된다. 특히 환경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변하고 싶은 욕망이 재개발로 나타나면서 원래 살던 주민 대부분은 밀려나고 변화된 환경의 새 주인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부산시향 제537회 정기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익숙하지 못함에 대한 반항일까? 이런 상황에서 나의 몸은 자연스럽게 익숙함이 묻어있는 골목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이렇듯 변화의 속도는 나를 추월하여 내가 사는 도시를 가끔 낯설게 한다. 변화에서 본질을 잃어버리면 변화는 길을 잃어버린다. 나도 끊임없이 일어서는 ‘음악에 대한, 본질을 찾고 싶은 욕망’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욕망은 헤아릴 수 없는 고뇌를 낳고,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천재를 연구하고 모방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젊은 지휘자 최수열 또한 그의 음악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고뇌와 모방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빚은 하나의 결실을 지난 8일 부산시향 제537회 정기연주회 ‘천재의 고뇌와 모방’으로 시민에게 선보였다. 화려한 연주력과 다양한 색으로 변화의 음악을 들려준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첫 무대는 관객으로 하여금 피아노에 대한 탄성을 발하게 했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을 오케스트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을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오히려 감싸 안는 듯 전체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박종화는 대단한 피아니스였다. 앵콜로 들려준 슈만/리스트의 ‘헌정’에서는 왼손과 오른손의 다른꼴 리듬을 조금의 빈틈없이 물결치듯 메워나가며 서로를 향한 사랑의 헌정을 노래하였다.

이어진 최수열 지휘의 부산시향은 18세기 신동의 음악과 19세기 관현악법 대가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즐거움을 주었다. 음악회 제목처럼 천재와 고뇌의 만남. 모차르트 ‘마술피리’ 서곡과 슈트라우스의 교향적 환상시 ‘그림자 없는 여인’을 들려주었다. 모차르트 연주와 슈트라우스 연주에서 나타난 부산시향의 공통점은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 아직 많이 필요해 보였다는 점이다. 6개월이면 서로를 알고 연주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였으나, 이날 연주에서도 서로의 연주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다른 연주자의 소리 뒤로 묻어가는 듯 나타나는 전체 음향은 슈트라우스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관현악법 천재인 슈트라우스의 빈틈없이 이루어지는 현과 관의 앙상블, 타악기와 건반악기의 음향은 팽팽한 연줄의 실처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긴장 관계를 끊임없이 이어간다. 서로를 향한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소리의 향연이 여림부터 강함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여림으로 연결되는, 강인한 전체의 음향은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감동으로 다가와야 하지만 부산시향의 음향은 감동으로 관객을 충족시키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최수열 지휘자는 취임 일성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교향곡 전곡 연주를 선언하였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지휘자 최수열은 가고자 앞서 나선 것이다. 젊음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는 나이가 젊은 것도 있지만 도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단원들과 조금 더 호흡을 맞춰나가는 것 또한 지휘자 몫이다. 부산시향은 공공예술을 표현하는 단체이다. 공공이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이다. 하지만 두루 관계를 가지는 것이지 모두에게 평등하게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공공의 개념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예술단체가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통해 더 많은 시민에게 폭넓은 예술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이며 이러한 의무가 부산시향에게 주어져 있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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