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란 후 일본 새 권력자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
- 국교 재개 요청에 조선통신사 다시 파견 시작

- 일본인들 마상재 관람을 일생의 명예로 생각
- 장신구 등에 그림 새기는 등 곳곳에 영향 미쳐

부산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대한해협에 위치하여 고대 이래 이웃 나라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 러시아 등 많은 국가와 한반도 사이의 해양교류가 매우 활발하였다. 표류를 비롯한 해양교류 이야기보따리를 끄집어낸다면, 무궁무진하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마상재 기술 중 하나인 두 마리 말 위에서 서기. 국제신문 DB

현금 21세기 세계 각국의 주요 관심사가 해양 물류 유통과 해양국가 발전에 집중되면서 이러한 고대 이후의 바다 이야기, 해양인문학에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지금 그 수많은 바다 이야기 중에서 조선 시대 후기 대한해협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 한일 양국을 왕래하며 전근대 일본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조선통신사행에 대해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고자 한다.

■‘기록유산 등재’가 대단한 까닭

지난해인 2017년 10월 30일,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기억)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2016년 3월 30일, 한국의 부산문화재단과 일본의 조선통신사연고지연락협의회(이하 NPO 연지협의회라 약칭) 두 단체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에 한일 공동 등재를 신청한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으며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대단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최초의 한일 양국 공동 등재라는 점, 둘째로 중앙정부 중심이 아닌 지방·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공동으로 추진되었다는 점, 셋째로 부산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록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12차례 바다 건넌 대장정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은 조선 후기에 일본 에도막부로 파견된 통신사행 관련 기록으로서 모두 111건 333점(한국 측 63건 124점, 일본 측 48건 209점)이다. 조선 후기 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서 에도막부로 파견되었는데 초기의 3회(1607·1617·1624년)는 ‘회례겸쇄환사’라 불렸다. 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세력을 무너뜨리고 일본의 새로운 절대 권력자로 부임한 에도막부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의 간절한 국교 재개 요청에 대한 회답과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갔던 우리 동포를 되찾으려는 의도에서 보내진 사절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선 후기 한일 양국 국교 재개와 더불어 파견된 엄밀한 의미에서의 통신사는, 제4차(1636년)부터 제5차(1643)·6차(1655)·7차(1682)·8차(1711)·9차(1719)·10차(1748)·11차(1763)·12차(1811년)까지를 일컫고 있다. 그러나 조선 왕조와 에도막부간의 사절단 파견이라는 점에서 1607년부터 일괄하여 조선(후기) 통신사라고 부르고 있다.

■마상재, 막부의 막대한 관심 불러

한편 부산문화재단과 일본의 NPO 연지협의회는 2014년 7월 이후부터 2016년 2월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며 11차례에 걸친 한일 공동 국제학술회의를 거쳐 진정성·유일성·세계성 등을 선정 기준으로, 외교기록 5건 51점(한국 2건 32점: 일본 3건 19점)·여정기록 65건 136점(한국 38건 67점: 일본 27건 69점)·문화교류 기록 41건 146점(한국 23건 25점: 일본 18건 121점)을 선정하였다.

여기서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수많은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물 중에서 에도시대 일본에 막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마상재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한일문화교류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에도 성내, 조선마장까지 건립

마상재는 달리는 말 위에서 펼치는 기예로 마상립(馬上立)·마상도립(馬上倒立)·마상도예(馬上倒曳)·마상좌우7보(馬上左右七步)·마협은신(馬脇隱身)·쌍마(雙馬)·횡승(橫乘)의 일곱 종류 이상의 곡예를 일본인들에게 선보였던 것 같다.

이 마상재는 당시 에도막부 최고의 권력자 쇼군을 비롯하여 다이묘(大名, 대영주)·관리·지식인·서민에 이르기까지 관람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명예로서 멀리서나마 한 번 보기를 간절히 원하였던 대표적인 문화교류 중의 하나였다. 특히 에도막부는 쇼군이 직접 관람하는 마상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조선통신사행 파견 이전에 미리 마상재인과 말을 출발시킬 것과 여분의 말을 준비시켜 보낼 것을 신신당부하였음을 사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에도 막부 쇼군이 거주하는 에도 성내에 마상재용 말을 위한 조선마장(朝鮮馬場)까지도 건립하였으니 에도시대 조선의 마상재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하였던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예술품 속으로 들어간 마상재

<그림 1>은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에 등재된 작품으로 현재 일본 교토의 고려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회화 자료이다. 이 그림은 우키요에(浮世繪) 화가 도리이 기요노부(鳥居淸信·1725-1760년)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제10차(1748년) 통신사행 때, 에도 시내에 위치한 쓰시마번 번주의 저택에서 거행된 마상재를 그린 것으로 유추된다. 원근법을 사용한 구도로 마상재 곡예를 구경하는 일본 무사 계급의 사람들 그리고 왼쪽 상단에 역시 마상재를 관람하는 통신사 일행 및 청도·형명기가 묘사되어 있다.

<그림 2>는 제8차 조선통신사행의 마상도립·마상립의 마상재를 묘사한 작품으로 현재 사가(佐賀)현립나고야성(名護屋城)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 3>은 에도 성내에 만들어진 마상재를 하는 말의 휴식 공간(조선마장)을 나타내는 에도 지도이며, <그림 4>는 에도시대 상류 신분 무사의 필수 장신구였던 인롱(약을 넣어 다니는 작은 용기. 아주 정교한 칠 공예품)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붉은 옷을 입고 쌍마 및 마상도립 곡예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와 같이 일본 무사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필수 공예품 속에 마상재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은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에도시대 지배층 사회에 조선통신사 문화교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을 살펴볼 수 있다.

※ 출처=<그림1> <그림2> <그림4> ‘마음의 교류 조선통신사’. <그림3> ‘嘉永·慶應江戶切繪圖’(人文社)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