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

문단 내 갑질 성폭력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 속에 등장한 원로시인 en을 향한 대중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은 시인이 세간의 이목을 끌어 “공교롭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8일 문학계에 따르면 고은은 원로 민족시인이자 참여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본명은 고은태이며 호는 파옹(波翁)이다.

군산중학교를 다니다 6.25전쟁이 터지면서 고향을 떠났다. 고향인 군산에서 좌우익 간에 보복학살이 횡행해 이에 절망하고 방황했다.

술에 취해 살면서 몇 번의 자살시도를 했으나 살아났다. 이후 본명 은태(銀泰)에서 끝자를 떼어내고 ‘은(銀)’이라고 자칭했다.

한국전쟁 도중 일초(一超)라는 법명으로 출가했다. 이듬해 조계종 초대종정 효봉스님의 제자가 됐다. 경남 통영 미륵섬 미래사에서 수행생활을 했다. 효봉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추대되자 스승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불교신문을 창간하고 주필이 됐다.

시인협회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폐결핵’, ‘봄 밤의 말씀’, ‘눈길’등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김동리, 오상순, 김수영씨 등과 어울렸다.

첫 시집 ‘피안감성’을 내고 환속한 뒤 실존주의와 허무주의가 강한 시들을 발표하다가 전태일의 분신을 계기로 현실참여시인으로 전향했다. 이후 군부독재정권에 저항했다.

백낙청, 이문구, 박태순 씨 등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결성하고 초대간사를 맡았다. YH사태 개입혐의 등으로 투옥됐으며 김대중 내란 음모죄에 연루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이 본격화될 때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정부가 월북·납북작가 작품들을 해금하자 한국작가회의와 함께 북한의 작가동맹 소속 작가들과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했다.

남북작가회담 추진위원장에 피선됐고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에 올랐으나 이것이 문제가 돼 다시 투옥됐다.

고은의 시는 20여개국에 번역돼 알려졌다. 2005년 이후 여러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 되기도 했다.

또 그는 노르웨이에서 비에른손 훈장을 받았고, 스웨덴에서도 시카다(Cikada)상을 수여했다. 스웨덴의 한 언론매체 기사에서는 그를 군산의 제왕(Kungen av Kunsan)이라 칭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은 문단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01년 5월18일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미당담론’을 통해 미당 서정주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고은은 미당과 사이가 좋았으나 1980년 미당이 신군부를 찬양하고 나서자 미당과 결별했다．

고은은 미당의 초기작 ‘자화상’을 비롯해 ‘귀촉도’ ‘일본헌병 고 쌍놈의 새끼’등 작품은 물론 친일전력, 군사정권 협조, 개인 에피소드, 세계관, 철학 등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이를 놓고 문단은 친고은파와 반고은파로 나뉘며 논쟁에 휩싸였다.

또 고은은 평전을 통해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은 어떤 의미에서 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설명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설명문조차 모든 암시의 힘을 믿지 않는 사설체의 요설로 넘쳐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불교평론에 글을 쓴 이재형씨(법보신문 편집국 차장)는 “만해를 대중을 극단적으로 모멸했던 정치적인 선동가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고은 씨를 비판했다.

또 고은 시인이 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지지자’라는 이유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또 한 차례 화제의 중심에 있어야 했다.

고은 시인의 이 같은 행적을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역사의 굴곡마다 바른 소리를 한 인물이다” “시인의 과거 모습이 최근 나오는 이야기와 매치가 잘 안 돼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