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가지 키워드로 포착
- 부산문화 재치있게 표현
- 주말 관람객 하루 1000명

- 천으로 파도 연출 바다 섹션
- 이대호 등 재현한 야구 섹션
- ‘인증샷’ 남기기 좋아 인기
- 골목 풍경 장년층 발길 잡아
- 양철지붕 빗소리 사색 선사

부산 수영구 F1963 석촌홀 개관 첫 기획전시 ‘부산리턴즈’가(국제신문 지난달 26일 자 20면 보도) 부산 문화의 특징을 재치있게 포착해 쉽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말에는 하루 1000명 이상 입장해 성황을 이룬다. 지역의 현대미술 기획전시로는 드물게 호기심과 활력이 전시장을 꽉 채운다. ‘부산리턴즈’에 출품된 인상적인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기획한 부산문화재단 F1963 총괄기획자 강재영 씨의 안내로 둘러봤다.

	부산 수영구 F1963 석촌홀에서 열리고 있는 ‘부산리턴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바다’ 섹션 첫 작품인 조은필 작가의 ‘블루 너머의 블루’를 감상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F1963 석천홀은 폭보다 길이가 훨씬 길다. 관객은 걸어 들어가면서 부산문화의 특징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포착한 ‘바다’ ‘영화’ ‘노래’ ‘야구’ ‘골목’ 섹션을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입구에서 가장 처음 관객을 맞는 작품은 부산 작가 조은필의 ‘블루 너머의 블루’다. 조은필은 파란색을 모티브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설치작가다. 일상적인 소재인 뜨개실로 떠낸 파란 천으로 전시장을 덮는다. 이번 전시에는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연출했다. 관객은 마치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 부산문화로 들어가는 입구로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다. SNS용 ‘인증샷’ 배경으로도 인기를 누리는 작품이다.

‘바다’ 섹션에는 예술가의 작품 속에 학자의 집요한 연구가 집약된 아카이브가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 등이 기획한 ‘북항 아카이브’다. 도시를 연구해 온 강동진, 한영숙은 2년여에 걸쳐 부산항, 특히 북항을 조사하고 연구했다. 이번 전시에는 1407년 이후 진행된 북항의 변천사를 여러 개의 패널과 슬라이드 쇼를 통해 소개하는 아카브를 선보인다. 부산문화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영화’ 섹션에는 사방에서 부산과 관련한 영상물이 연속해서 상영된다. 특히 부산대 영화연구소 김채희, 강지원 연구원이 부산을 배경으로 했거나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150여 개를 편집한 ‘슛, 숏, 숏 인 부산(shoot, shot, shot in Busan)’ 작품은 익숙한 부산을 발견하는 반가움과 익숙한 부산이 낯설게 보이는 새로움에 한참을 감상하게 된다. 영상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화 제목과 부산의 명소를 알아 맞히는 관람객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노래’ 섹션은 장르와 개성이 다른 작가들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조계종 원로위원이자 통도사 주지를 지낸 성파(79) 스님과 현대미술 작가 김성룡, 이진용, 방정아의 작품이 한 시야에 펼쳐진다. 전통을 복원하려 애쓰면서 현대적 감각을 추구하는 노(老)스님의 열정이 현대미술 작품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성파 스님이 “이 같은 현대미술 기획전에 참여하긴 처음”이라며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야구장의 다채로운 응원과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섬유 오브제로 나타낸 ‘야구’ 섹션. ‘인증샷’ 명소로 인기가 높다.

무척 대중적인 ‘야구’ 섹션도 ‘인증샷’ 명소다. 여류 섬유작가 김경화, 윤필남이 이대호 등 유명 야구선수와 야구공 등을 프린트한 천을 한 땀 한 땀 손으로 꿰매 마치 야구장에 온 듯 생생한 장면을 재현했다. 북극곰 시리즈로 잘 알려진 변대용 작가의 조각 작품과 야구 선수를 그린 이태호 작가의 회화 작품도 풍성함을 더한다.

‘골목’ 섹션은 사진과 사운드 아트 작품으로 구성됐다. 문진우 사진가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의 부산 옛 골목, 이동근 사진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산비탈 골목을 사진에 담았다. 골목의 풍경이 담긴 사진은 벽면이 아닌 라이트박스에 담겨 좌우에 세워졌다. 관객은 마치 구불구불 골목길을 지나가듯 작품 사이사이를 걷게 된다. 추억 속 부산의 모습을 찾으려는 중·장년 관객의 발걸음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몸으로 체험하고 기억하는 삶의 근원으로서의 부산 바다를 찍은 최광호 사진가의 작품을 관람객이 유심히 보고 있다.

마지막 작품은 정만영의 ‘양철지붕 소리비’ 등 사운드아트 작품이다. 관객은 골목에서 직접 채집한 소리가 들리는 공간을 걸으며 골목 공동체의 공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가만히 앉아 옛 추억을 떠올리거나 전체 전시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좋은 공간이다.

강재영 총괄기획자는 “석천홀 개관 기념전이니만큼 시민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각 분야 기획자들의 도움을 받아 관공서에서 바라본 도식화 된 부산, 동인들의 기획전에서 보던 익숙한 작품을 넘어 부산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작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선보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5, 16일 휴관. 무료.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