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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25> 판·검사, 남녀 반으로 하자

해월선생 남녀평등 가르침, 사회지도층 성추행에 경종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02 19:25:59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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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폭로되었을 때다. 경찰관의 성고문 사건을 폭로한 것을 두고 “혁명을 위해 성(性)까지 도구화하는 급진 세력의 전술”이라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보도였다.
여검사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검찰국장(왼쪽)과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32년 후, 통영지검의 어느 여성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수행하는 남자 검사 안태근에게 성추행당한 사건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기보다는 ‘검찰 흔들기’라거나 ‘검찰 힘 빼기’라는 사람도 있다. 문득 32년 전 성고문을 자행한 자가 경찰관이 아니고 만약 검사였다면,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은 사건도 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여성의 수도를 장려하며 말하였다.

“부인 수도는 우리 도의 근본입니다. 이제로부터 부인 도통이 많이 날 것입니다. 이것은 일남구녀(一男九女)를 비한 운이니, 지난 때에는 부인을 압박하였으나 지금 이 운을 당하여서는 부인 도통으로 사람 살리는 이가 많을 것입니다.”

일남구녀(一男九女), 남자 하나에 여자 아홉! 봉건시대 남성들이 축첩하는 것을 이른 말이 아니다. 동학에서의 도통, 즉 도를 통하는 것은 남자 한 사람이 도통할 때 여성은 아홉의 비율로 도통을 한다는 말이다. 동학에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과는 달리 높다는 것을 강조한 해월의 일남구녀란 말씀은 파격적이지만, 안태근 사건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전히 남존여비의 고루한 습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새삼 느끼는 심정은 참담하다. 언론에서는 피해자인 여성검사의 이름을 많이 거론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가해자인 안태근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이럴 때는 ‘레이디 퍼스트’가 아니다.

평등은 동학에서 내세우는 절대가치이다. 평등은 단순히 양반, 상놈 사이의 신분 차별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다. 수천 년 이 땅에서 고통받아온 여성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이를 통해 양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도 당연히 평등의 가치에 포함된다. 일남구녀라는 해월선생의 말씀은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남성주의적 편견에서 나온 판례를 언급하며 어느 변호사가 말했다. “현행 형법상 강간죄는 ‘부녀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때’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한 행위여야 한다고 해석한다. 그것은 곧 부녀가 그 정도로 무자비하게 당하는 상황에 이르러야 비로소 처벌해준다는 뜻이다. 즉 그보다 약한 정도인 경우에는 못된 행위자에 대해 무죄선고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는 주장했다. ‘판·검사 남녀 반반으로 하자!’

성추행한 안태근과 이를 두둔하는 검찰 조직을 고발한 것을 ‘검찰 흔들기’라고 보는 것에 전혀 개의할 필요가 없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했으니, 거세게 흔들어야 한다. 바람은 거침없이 쉼 없이 불어야 한다. 그리하여 뿌리 얕은 온갖 헛것, 잡것들을 견디지 못하게 날려버려야 한다. 안태근 사건을 조사할 책임자가 여성이라는 뉴스가 때마침 뜬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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